상상 이상의 학교생활
'와'
'대단하네.'
'가수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강의실이 떠나가라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교수님이 노래를 부르자 다른 학생도 불렀고, 그것이 몇 번 반복되었다. 음대 수업이 아니라 첫 교직 수업 OT에서 일어난 일. 필자는 경악하여 입을 다물지 못했으나 다른 학생들은 익숙한 듯 고개를 끄떡였다.
교직이수생의 신분은 조금 특이하다. 사범대 소속은 아니지만 교원 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제도이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교육과는 관련 없는 삶을 살아온 평범한 대학생이다. 어문 계열이긴 하지만 딱히 교사가 되려는 생각은 없었고, 오히려 상경계를 따로 전공하거나 로스쿨 등을 준비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소위 '부업'이라고 할 만한 일도 글쓰기나 미술 등 예체능에 가까웠다.
'이제 교직이수가 없어진다네요. 내년이라고 했나 아마?'
어느 날 한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그러고 보니 입학 초에 어렴풋이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일반 학과에서도 교원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 또 엄청 어렵다고도 했다. 한 과에서 3% 정도 뽑는데, 성적이 우수하지 않으면 안 되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들어야 할 과목도 굉장히 많아져 부담도 상당했다. 하지만 없어진다니, 필자는 원래 그런 '한정판'에 대단히 약한 편이다.
결국 필자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신청하게 되었다. 자격증이나 기타 인증서, 스펙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백 배 나으니까. 설령 나중에 기업 취업이 어렵게 되어도 학교, 아니면 학원에서라도 일할 자격을 갖추어 놓으면 훨씬 덜 부담스럽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교육에 대한 관심도 있었다. 필자는 미국계 국제학교와 국내학교, 해외 교민 학교 등 여러 학교를 오갔기에 호기심이 많았다. 소설을 쓴다고 카페에 데려가신 선생님이 있는가 하면, 연휴 기간에 벌점으로 모아 둔 돈을 들고 실종된 선생님도 계셨다. 또 고등학교 때는 책상 위에 올라가 카우보이를 외친 친구도 있었다. 만약 교육학을 배우면 이런 일에 대해서도 가르칠까? 궁금증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그렇게 필자의 교직 라이프가 시작된 것이다.
'노래 잘 들으셨죠? 사실 그래요. 교육에는 정답이 없어요. 단어를 외울 수도 있고 노래를 부를 수도 있는 거예요. 뭐가 맞는지 틀린지 그런 건 없어요. 교육은 변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니까요.'
노래를 다 부른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어렴풋이 고3 때 책상에 올라간 친구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 친구는 책상에 올라가 줄넘기를 휘두르며, 학생이 그렇게 많은데 한 명 정도는 책상에 올라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모든 학생이 다 착한 모범생일 수는 없는 법. 누군가는 반항을 하거나 수업시간에 졸고, 일어나 춤을 추거나 책상에서 카우보이를 할 수도 있다.
정답이 없다는 말은 그런 뜻이었을까. 솔직히 좀 놀랐다. 필자는 어문 계열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수업이 비슷했다. 단어를 외우고, 본문을 읽고, 좀 창의적으로 해도 연극을 하거나 PPT 발표를 하는 정도였다. 그래서 많은 종류의 수업이 있었지만 전혀 다른 건 없었다. 그런데 여긴 사실 교직이라기보다 음대 수업 같았으니 필자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럼 B를 없애는 건 어떨까요? A+, A, C로만 학점을 나누는 거예요.'
다른 수업에서는 학점 커트라인을 학생 스스로 정하게 했다. 사실 처음부터 너무 엄격한 커트라인을 제시했으니, 그걸 보여주며 일부러 토론을 유도한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학생들은 저마다 의견을 제시하며 스스로 학점을 정했다.
'그냥 A 기준을 낮추면 안 될까?'
'그럼 너무 많아지잖아.'
'10%로 씩 올리면 적당할 것 같은데.'
아.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구나. 우리는 몇 분 뒤 평가의 중요성을 배웠다. 너무 어려운 시험을 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쉽게 내어 다 100점을 맞는 것도 안 된다고 말이다. 그걸 수강생들 스스로 깨닫게 하다니, 어쩌면 K대가 자랑했던 '자유, 정의 진리' 수업보다도 커리큘럼이 잘 짜인 듯싶었다. 과연, 앞으로 어떨지 생각해 본다.
창밖에 휘몰아치는 눈보라와 함께 학교의 1주 차가 지나갔다. 물론 오리엔테이션 수업만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무언가 다르다는 인상을 주었던 것이다. 어쩌면 기존의 암기식 수업보나는 필자가 다녔던 미국계 학교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디지털 수업'이다. 이 수업은 Ai와 코딩, 미디어가 주가 되어 기존에는 한 번도 다루어진 적이 없던 분야라고. 인공지능과 파이썬 등을 활용하여 커리큘럼을 짜고 책을 제작하는 것이 목표라는데, 코딩을 그리 깊게 배워 본 적 없는 필자로써는 다소 생소한 분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