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디자인.
자동차 디자인은 특별한 분야다. 시대마다 다른데, 지역별로는 차이가 없다. 누군가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디자인을 내놓는 것이다. 그 미묘한 변화를 캐치하기는 어렵지만, 시간이 흘러 돌아보게 된다면 놀랄 정도로 변화한 디자인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은 그 흐름에 대해 알아보자.
위 사진은 벤츠가 제작한 세계 최초의 가솔린 차량이다. 이 무렵의 차량들은 차량이라기보다는 자전거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특히 앞부분의 모습과 체인의 모양이 자전거와 닮은 것이다. 당시 연료를 약국에서 구매하고 막힌 부품을 지속적으로 뚫어야 했다고 전해진다. 이 시기 이후 포드가 대량생산에 성공할 때까지 자동차는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시간이 흘러 1910년대가 되면 더 복잡하게 변한다. 앞부분에 헤드라이트가 추가되었으며, 엔진도 앞으로 이동했다. 아직 유리창이나 안전벨트와 같은 요소는 없지만, 이런 장치들이 생길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특히 포드가 제작한 '모델-T'의 경우 대량 생산 방식을 채택하여 자동차의 전성기를 힘차게 열었다.
시간이 흘러 1920년대, 자동차라고 부를 만한 요소가 더욱 늘어난다. 일단 유리가 풍부해졌으며, 완전히 개방되었던 과거에 비해 본격적으로 실내, 실외가 구분되기 시작했다. 물론 에어컨이나 안전벨트는 여전히 없지만. 번호판도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간단한 방향등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달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위 차량은 최고급형인 롤스로이스다!)
위 차량은 1930년대에 걸쳐 생산된 벤츠 770으로, 당대의 고급차라고 할 수 있겠다. 무려 히틀러가 탔다고 전해지는 위 차량은 30년대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20년대의 차량들이 비교적 각진 경향이 있었다면, 30년대의 자동차들은 전반적으로 둥글어지면서 오늘날의 자동차와 약간 비슷해진다. 이 시기가 되면 벤츠, 볼고 등 오늘날 유명한 차량 제조사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실내외 밀폐도 완벽해져 훗날 에어컨이 들어설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해당 시기에는 자동차 디자인의 지역별 차이가 없다시피 했다. 위 차량은 소련에서 제작된 GAZ-M1으로, 미세한 부분을 제외하면 위의 벤츠 770k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미세한 부분 역시 대형-중형 여부나 엔진 등에 의한 것으로 국가 고유의 문화나 특징이 반영되지는 않았다. 이 차량의 전신이었던 GAZ-A가 미국의 포드 모델 A를 들여와 생산한 것이었기 때문에 국가별 특성은 거의 없었다.
1940년대는 차량의 암흑기였다. 파시즘과 독재의 광풍이 전 세계에 불어닥쳐 남극을 제외한 전 세계가 전쟁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기에도 출시된 차량을 통해 디자인을 엿볼 수 있다. 1940년에 출시된 사진 속 포드 스탠더드는 기존에 광대한 그릴에서 벗어나 보다 심미적인 형태로 진화했으며, 사이드 미러가 달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