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은 최근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앞두고 있다. 쉽게 말하면 배달이가 없어진다. 우리가 광고에서 늘 보던 안경을 쓴 배달원 캐릭터는 이번 리브랜딩을 앞두고 은퇴할 예정이다.
표면적으로 이번 리브랜딩은 '대체 불가능한 배달 앱'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두었다고 한다. 쿠팡 이츠, 요기요 등 경쟁이 심화되는 배달 업계에서 차별화를 통한 전략을 찾겠다는 의미다. 배민은 '세상 모든 것이 식지 않도록'이라는 슬로건 아래 명확한 고객 경험과 앞서가는 전략, 서비스 경험을 향상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하지만 진짜 의도는 따로 있는 것 같다.
배민은 단순한 로고와 UI의 리브랜딩이 아닌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출시되는 '배민 2.0'의 목표를 기존에 플랫폼이 내세웠던 B급 정서를 줄이는 데 있다. 과거 직장에서의 배달 주문은 주로 막내가 담당하던 문화가 있었고, 이에 배민은 20-30대를 타깃으로 이들이 공감할 만한 콘텐츠를 내세웠다. 사회 초년생들에게 꼭 필요한 했던 양말 등의 생필품을 지급했던 이벤트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하지만 배민 대표는 20, 30대 청년층 외에도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보다 폭넓은 브랜딩을 원한다고 밝혔다. 배달의 민족을 쓰던 사회 초년생들이 시간이 흘러 중장년층이 되었기에 마케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당 소식을 접한 필자의 뇌리를 스쳐 지나간 건 배민 초창기부터 함께해 온 한 마케터님의 강연이었다. 강연이 끝나갈 무렵 마케터님은 얼마 전 배달의 민족을 떠나 아모레퍼시픽 등 다른 회사로 직장을 옮겼다고 말씀하셨다. 필자가 그 이유를 질문했으나 명확한 답을 찾을 수 없었는데, 이제야 무릎을 탁 치게 되었다.
마케터님은 달리 말하면 배민 'B급 감성'의 총책임자셨다. 초년생들이 공감할 만한 이벤트 기획이나 소위 B급 감성의 이벤트, 팬덤 마케팅인 배짱이 프로그램을 기획하셨다는 마케터님의 방향성은 리브랜딩 된 새로운 배민과 맞지 않는다. 현재 배민은 청년층의 병맛 감성에서 탈피해 보다 넓은 층에 어필할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 과정에서 모종의 출동이 있었음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럼 이것이 바람직한 리브랜딩일까? 사실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더 넓은 연령층을 타깃 하려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그러기 위해 버린 것이 너무나 많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배달의 민족의 마스코트 배민이는 가장 큰 손실이었다. 배민 초창기부터 대부분의 광고에서 배민이는 마스코트로 활동했다. 단순히 영상 속 홍보대사가 아니라 스타벅스의 인어 로고, KFC에 샌더슨 캐리커처에 준하는 상징으로 활용되었다. 배달원을 형상화한 직관적인 캐릭터는 현실의 배달원들의 복장과도 유사해 오프라인에서도 눈에 쉽게 들어오곤 했다. 쿠팡 이츠, 요기요와 달리 '배달'이라는 서비스의 가치를 그대로 나타낸 의미 있는 캐릭터였다.
반면 새로운 로고를 보자. 가장 큰 문제는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배달의 민족 로고라는 것을 알고 보면 '배'라는 한글이 눈에 들어오지만, 그렇지 않다면 민트색 배경에 선이 그어진 모양일 뿐이다. 이것이 도로의 차선인지, 피아노인지 심지어는 게임 캐릭터인지도 불분명하다. 반면 기존 배민이 캐릭터는 외국인이나 갓난아기가 보더라도 오토바이를 탄 배달원임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치명적인 실수다. 설명이 필요한 만큼 시간과 비용이 추가적으로 들기 때문이다.
필자는 고객층을 확장하려는 것이 꼭 B급 감성과 친근함을 줄이는 결론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우리는 정보의 홍수에 살고 있으며, B급 감성이 신선했던 2010년대와 달리 너도 나도 병맛과 키치함을 추구하는 시대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딱딱한 브랜드로 나아가서도 안 될 일이다. 경쟁 업체인 요기요는 MZ와 영(YOUNG) 감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며, 배민이 기존의 젊은 콘셉트를 버린다면 그 자리를 요기요가 차지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떤 점을 강화해야 하는 것일까? 답은 한 그릇 서비스에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배달 음식을 먹고 싶지만 혼자만 있어 시키지 못한 경우도 있고, 가족과 친구들을 불러 간신히 음식을 주문했다는 지인들의 이야기도 익숙하게 들어왔다. 그만큼 최소 주문 금액은 배달에 있어서 치명적인 단점인데, 배민의 한 그릇 서비스는 이러한 니즈를 정확하게 캐치했다. 문제는 수수료 상한제와 정부 정책으로 인해 해당 서비스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배민의 입장에서는 난처하지 않을 수가 없다.
리브랜딩은 복잡한 과정이고, 실패하거나 성공할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 기존의 리브랜딩은 브랜드가 가진 본연의 가치를 정제하여 이를 잘 전달하는 것에 있었다. 잊힌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고 세련되게 바꾸는 것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배민 리브랜딩은 이례적인 사례에 속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줄이고 새로운 이미지를 확립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의도는 좋았지만 배민이는 남겨 두었으면 좋겠다. 배달원 캐릭터가 없는 배달 업체가 말이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