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실패한 브랜딩, 포드 에드셀

by 하늘나루
ㄴ잏.png

산업혁명의 시대를 연 주역 브랜드인 포드, 그런 포드에게도 실패는 있었다고 한다. 사진 속 자동차는 1950년대 후반 포드 모터 컴퍼니에서 출시한 브랜드인 에드셀의 차량이다. 포드가 야심 차게 준비한 이 브랜드는 4년도 버티지 못하고 파산해 버렸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hq720.jpg?sqp=-oaymwE7CK4FEIIDSFryq4qpAy0IARUAAAAAGAElAADIQj0AgKJD8AEB-AH-CYAC0AWKAgwIABABGCcgZSg1MA8=&rs=AOn4CLB3Vj-Du9e3lnZoNJsUXsD9l-s7RA

가장 큰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것은 디자인이었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에드셀은 차체 전면부에 특유의 링 디자인을 채택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이 링을 그다지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레몬에 빨대를 꽂아 먹는 (정확히 어떤 모습인지는 필자도 모른다) 모습이라거나 화장실의 변기가 떠오른다는 이미지로 세간의 조롱을 받았던 것이다. 화려한 크롬으로 덮인 세련된 자동차들이 난무하던 60년대에 디자인 결함은 실수였다.

Alfa_Romeo_Giulia_Super_%28cropped%29.jpg 알파 로메오 Source: Wikipedia.

그러나 위 사진에서도 보이듯 유사한 디자인의 알파 로메오가 지금까지도 잘 팔리는 것을 보면 그리 심각한 단점은 아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에드셀의 두 번째 문제는 애매한 브랜드 포지셔닝에 있었다. 에드셀의 타깃은 보급형인 포드와 중저가 모델인 머큐리 사이에 있었는데, 그 와중에 고급 모델인 링컨은 또 따로 있었다. 보급형과 고급형 사이가 아니라, 보급형과 중급 사이였던 것이다! 참으로 애매한 포지셔닝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포지셔닝만 중간이고 가격은 기존의 머큐리와 겹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시장을 깎아먹은 것이다.

KakaoTalk_20251222_000341.jpg

설상가상으로 머큐리의 디자인은 에드셀보다 무난했다. 위 사진은 필자가 소유한 머큐리의 모형으로, 눈에 띄는 부분은 없지만 그렇다고 흠잡을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에드셀의 독특한 디자인보다는 무난한 선택지였음이 분명했다. 같은 조건이라면 소비자들은 이제 막 탄생한 에드셀보다 20년 정도 오래된 머큐리를 골랐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네이밍 역시 문제였다. 에드셀(Edsel)은 창립자 가문의 일원인 에드셀 포드 (Edsel Ford)에서 따 온 것인데 족제비(Weasel)이나 디젤(Diesel) 같은 동떨어지고 딱딱한 이미지가 형성될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경영진은 이를 무시한 채 그대로 에드셀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고.


마지막으로는 마케팅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일설에 따르면 에드셀은 철저한 비밀 마케팅을 유지해 공개 전까지 각 판매점에 천이 덮인 채로 전시되어 아무도 알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세간의 관심은 끌 수 있지만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정보 수집을 제한하는 조치였다. 뿐만 아니라 포드에서는 에드셀을 "최고의 자동차"로 홍보하며 소비자의 기대치를 끌어올렸는데, 비밀 마케팅과 더불어 소비자들은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공개된 것은 평범한, 어쩌면 웃기기까지 한 디자인의 자동차였던 것이다.


필자는 에드셀이 주는 교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 포지셔닝이라고 생각했다. 중급과 보급형의 중간쯤 되는 제품을 출시한 것은 과도한 시장 세분화였다. 중국 시장에서의 뷰익(Buick)처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차종도 있지만, 에드셀은 그것보다도 더 애매한 타깃을 잡은 것이다. 이런 포지셔닝은 결국 실패로 이어지게 되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추억의 영철버거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