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사랑을 주제로 글을 써 볼까 한다. 물론 뻔한 소재재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진짜 이치는 뻔한 것들 사이에 있는 법이니까. 알아두어야 할 것은 필자는 연애 전문가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에 그 원인이 궁금하여 분석해 볼 따름이었다. 어려운 과학 이론이나 음운 변동도 체계적으로 설명하면 납득이 간다. 그런데 사랑은 내가 감히 공식으로 깔끔하게 나타낼 수 없는 '난제'였다.
사람들은 머리로는 이해하고 마음은 따르지 않는다. 사랑은 T의 관점에서는 이해 불가와 비효율로 가득 차 있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교실에서 젤리를 나누어 줄 때, 가장 좋아하는 애에게 몰래 맛있는 젤리를 주기도 한다. T라면 모두에게 공평해야 하는 법이라 안 된다고 말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F가 이미 장악한 마음은 T의 외침을 한 귀로 흘리고 젤리를 준다.
어디 그뿐인가? 일부러 교실에 빨리 오거나 늦게 떠나고, 버스를 놓치고, 핸드폰을 두고 떠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반복한다. 외부인이 보기에는 모두 비정상으로 보이지만, 사랑에 빠진 순간만큼은 이성이 뇌를 떠나게 된다. 이 행동은 지식과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필자가 사랑과 거리가 먼 것도 그 때문일지 모르겠다. 나는 거의 완벽에 가가울 정도로 이성이 장악해서, 감정이 끼어들 틈이 없는 것 같다. 어느 조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도 (물론 그런 적도 없지만) 성적이 안 나올 것 같으면 개인 활동으로 마음을 굳힌다. 끝까지 존댓말을 쓰고, 사무적인 태도로 일관하니 '총체적 난국'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 글 역시 필자가 쓴 것이라 진짜 마음은 적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지만 말이다.
사랑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중요한 건 결코 의미가 작지 않다는 거다. 당신의 연인은 어쩌면 당신 삶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일지도 모른다. 직장 동료나 친구들, 형제, 부모님도 언젠가는 따로 살거나 헤어지지만, 배우자는 높은 확률로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한다. 아침에도 보고, 낮에도 보고, 밤에도 만나게 된다. 문제는 당신과 아내는 완벽한 남남이었다는 것이다. 이 남남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그 조합은 실로 다양하다. 한 명이 말이 없는 경우, 둘 다 활발한 경우, 취미가 같거나, 어렸을 때부터 만났던 이야기 등 총천연색이다. 심지어 기차 통로나 지하철에서 신문을 보다 만났다는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그렇다면, 처음 만났던 그 순간은 어땠을까. 필자는 그런 경험이 없기에 잘 모른다. 하지만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면 '눈을 뗄 수 없었다'라는 답들을 하곤 한다. 그럼 눈 아플 텐데...
필자는 이해하기 힘들기는 하다. 모르는 사람과 만나서 같이 살게 된다는 것은 필자의 모든 사고체계를 벗어나는 '이단' 행위니까.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 '뭐가 저렇게 좋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연인들을 보면 행복해 보이기는 하다. 심지어 내가 서울의 K대에 합격했을 때보다 더 좋아 보였다. 그 행복의 10% 떼서 나에게 주어도 참 좋을 것 같다.
모든 감정이 마찬가지지만, 사람들은 좋아하는 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무표정을 하고도 속에서는 다양한 생각이 오간다는 것. 남의 발표를 듣고 소감으로 '정리가 잘 된 깔끔한 발표예요'라고 쓰면서도, '저 사람 오늘 옷이 안 어울리는군', '왜인지 엄청 피곤해 보여' 같은 생각을 하기도 한다. 사랑도 마찮가지이다. 그런 사사롭고 형식적인 대화 속에도 마음은 바쁘게 돌아다닌다.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메세지를 보내면서도 '하핫, 잘 가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사랑을 돈으로 살 수 있을까'에 대해 학교에 초빙 온 강사분에게 질문했다. 답은 '그렇다'였다. 상대를 위해 선물을 사고, 식당을 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금 전제가 잘못된 것 같다. 돈이 사랑에 쓰인 것이지, 사랑이 돈을 위해 쓰인 게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