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교양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

by 하늘나루

필자가 재학 중인 학교에서 소란이 있었다. 학생회 인원들 중 일부가 자신들만의 메신저 방을 만들어 몰래 비난, 비방을 하고 고의로 회의 진행에 개입했다는 것이었다. 차마 담을 수 없는 욕설들이 공개되어 학교 게시판에 붙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관련자들이 사퇴하고, 다음 학생회 선거가 무산되었다.


며칠 뒤, 나라에 소란이 있었다. 대통령과 측근이 자신들만의 파벌을 만들어 군과 경을 가담시키고, 국회 개회를 무력으로 방해했다는 것이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차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증언과 녹취를 통해 공개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관련자들이 사퇴하고, 대통령의 탄핵은 시간문제가 되었다.


두 사건은 규모 외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전자는 고려대에서 벌어졌고, 후자의 대통령은 서울대 법대 출신이었다. 그들이 뭘 잘못하고 있는지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터였다.

이것이 교육이 필요한 진짜 이유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대학에 올 때 공부했던 문제집, 수험서에는 분명히 그렇게 하지 말라고 적혀 있었을 것이다. 이미 초등학교 시절부터 도덕과 슬기로운 생활, 고등학교의 윤리와 사회 문화에 이르기까지 귀가 아프도록 들어왔을 것이다. 남을 따돌리지 말라고, 세상은 같이 사는 곳이라고. 혼자서 모든 걸 다 하면 그건 폭력이라고. 그리 어려운 내용도 아니다. 아마 1학년 교과서 첫 장, 첫 페이지에 적혀 있을 테니까. 하지만 아무도 기본을 지키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어려운 학문을 공부해 명문대에 들어가고 고위직을 얻었지만 바닥이 존재하지 않았다. 바닥이 없는 건물은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학문도 마찬가지이다. 정작 중요한 기본을 망각했는데 어찌 높은 학문을 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필자가 다니는 고려대에서는 교양이 줄어들고 있다. 여러 교양 과목이 폐강되고, 토론식 수업인 자정진(自正眞)도 나날이 축소되고 있다. 그 과목들은 우리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추상적이나마 알려준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가장 중요하다.


만약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자각하지 못하고 살아간다면, 명문대와 지식이 무슨 소용일까? 이번 대통령은 서울대 법대 출신이었다. 학문의 절반인 문(問)은 질문이다. 이것을 없앤 교육을 한다면 어떤 인물이 학교에서 배출될지 우려스렵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 모든 일이 있음에도, 여전히 당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