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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시절 추억의 불량식품!

by 하늘나루

오늘은 학창 시절에 먹었던 추억의 간식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푸르른 날 초등학교 5교시를 마치고 집에 가며 사 먹었던 간식들이 그렇게 맛있었다. 밤에는 학원을 마치고 먹고, 그냥 기분이 안 좋을 때도 어김없이 간식을 먹었다.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용돈을 받으면 어김없이 문구점으로 향하던 그때의 추억을 되살려 보자.


(꼭 끝까지 읽어 주세요!)


Source: 세븐스타

아폴로. 아마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2020년대의 MZ 세대부터 이미 고령층에 접어든 세대까지 한 번쯤 접해 보았을 추억의 불량시품이다. 이 간식은 1969년 처음 출시되었다고 한다. 1969년, 어쩐지 익숙한 해다. 맞다, 인류가 처음으로 달에 간 아폴로 11호의 착륙이 이 무렵에 있었다. 상품명 아폴로는 아마 그 우주선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아폴로는 맛도 여러 가지이다. 사과, 파인애플 딸기 맛이라고 분명히 적혀 있지만 묘하게 다른 맛이 난다. 필자는 이 맛이 아직도 무엇인지 모르겠다. 새콤하고 청량한, 그렇다고 젤리나 사탕으로는 정의할 수 없는 묘한 맛이다. 또 엄밀히 말해 불량식품은 아니다.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 전국적으로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인식 속에 아폴로는 여전히 불량식품.


Source: 쿠팡

옛날 쫀득이의 후손이라고 할 수 있는 네모스낵. 이것도 이제 역사가 오래된 나름 전통 있는 간식이다. 옥수수 분말로 만들어진 베이스가 짭조름한 소스와 어우러져 '불량한 맛'을 낸다고 해야 할까나. 문방구 간식 하면 무언가 달콤하고 새콤한 것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네모스낵은 오히려 고소하고 매콤한 맛으로 승부하는 간식이다.


혹자는 불에 구워 먹으면 맛있다고 하는데 그건 좀 무리이지 않을까 싶다. 너무 얇아서 타버리지 않을까? 그런데 탄 네모스낵도 맛있다고 하니 중독성 있는 맛에는 변함이 없다.


Source: 계란공장.

맥주사탕. 필자는 성인이 되어 술을 마시기 전까지 이것이 진짜 맥주의 맛인 줄 알았다나 뭐라나. 사탕으로서는 흔하지 않은 구성인 거품+본체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맛은 두 부분이 다르다. 거품 부분은 달달하면서도 톡 쏘는 맛, 노란 부분은 레몬, 오렌지와 여러 과일 향이 어우러져 상큼한 맛을 자랑한다. 먹고 나면 입안이 얼얼해지는 건 덤이다.


맥주 사탕의 변종으로 가루에 찍어 먹는 손바닥 모양의 사탕도 있었다. 이미 파란색 사탕도 불량해 보이는데 거기에 가루까지 먹다니, 필자는 먹는 동안 늘 죄책감에 시달렸던 사탕이다. 먹고 나면 입이 파래져서 재미있었다.


Source: 헬스조선

필자가 직접 사 먹은 적은 없다. 하지만 학원이나 학교에서 늘 간식으로 주셨던 그것, 참쌀 선과. 모두 두 종류로 참쌀 선과와 참쌀 설병이 있다. 선과는 부드럽고 짭조름한 맛, 설병은 딱딱하고 달콤한 맛이다. 발표를 잘하거나 선생님이 내 준 문제를 맞혔을 때나 그저 아무 이유 없이 받기도 했던 간식이다.


특히 '선과'와 '참쌀'이라는 문구. '선과'에서 착할 선(善)이 연상되고 참쌀이라는 어쩐지 건강한 이름이 붙어먹을 때 죄책감이 적었던 간식이다. 그럴 이유가 없는 데도 선한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던 참쌀 선과다.


Source: 옥션

콜라볼. 콜라볼을 기억하시는 독자분이 얼마나 계실지는 모르지만, 일단 맛을 본 적이 있는 분이라면 잊지 못할 간식이다. 콜라볼은 마치 알약, 영양제처럼 생긴 포장에 콜라맛이 나는 알들이 들어 있는 형태다.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지만 언젠가는 다 먹게 된다. 이것은 인생의 무상감을 나타내는 것일까? 아아, 인생이여. 인생이여!


'야. 나도 하나만 좀 주라.'


동식이 말했다.


그 무렵 우리 대학교는 '콜라볼 고백'이 유행이었다.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조그만 선물 상자를 준비한 뒤, 콜라볼 상자를 뜯어 그 알갱이들을 좋아하는 사람의 사물함에 편지와 함께 넣는다. 콜라볼을 받은 사람이 마음을 정했다면 다음 날 다시 그 상자를 준 사람에게 돌려준다. 다시 열어 본 상자에서 파란 사이다볼이 나오면 거절, 갈색 콜라볼이 나오면 수락이다.


'이렇게 하면 성공이겠지? 나 좀 도와주라!'


동식이 말했다. 솔직히 필자도 잘 모르겠다. 동식은 그렇게 훤칠한 외모도 아니고 인기가 많거나 운동을 잘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친구인데 의리는 지켜야 했다. 우리는 밤늦게 콜라볼을 사 와서 작업에 들어갔다.


'네? 품절이라고요?'


'콜라볼은 얼마든지 있어요. 그런데 선물 상자가 없어요. 한창 학기 초, 봄이라 그런지 고백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거든요. 그래서 품절입니다. 아마 학교 앞 거리 문구점은 다 동났을 거예요.'


'이거 큰일 났네. 다음 주에 도식이가 그 선배한테 고백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일단 해 봐야 거절을 당하든 결론이 나오지?'


동식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이 목요일이라 오늘 넣지 못하면 답을 받기 전에 다음 주가 찾아올지도 몰랐다. 우리는 밤을 새우며 대학 주변의 문구점을 다 찾아보았다.


'품절입니다.'


'아유, 조금만 빨리 오시지. 품절이에요.'


품절, 또 품절! 우리는 점점 조급해졌다. 정말 다들 제정신이 아닌 건가. 올해 벚꽃이 유독 예쁘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고백에 중독되었을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결국 우리는 급한 대로 아무 상자나 콜라볼을 채워 사물함에 넣었다.


우리는 빨리 다음 수업으로 갔다. 식품자원 경제학과에서 개설된 '간식과 소비 트렌드' 시간. 간식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각자 어린 시절 먹었던 간식을 발표하기로 했다.



Source: 주식회사 제키스


'제주 한라봉 초콜릿?'


교실 곳곳에서 비아냥이 터져 나왔다. 아폴로, 네모스낵 등 뼈대 있는 간식이 아닌 지방 특산물이 간식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심지어 추억의 간식도 아니다. 무려 중간고사 대체 과제인데, 이러면 발표자도 F를 면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사실 발표를 맡은 다현은 어제 밤새 술을 마시느라 과제를 전혀 준비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대로 제주 한라봉 초콜릿을 가져온 것이다.


'바보같이. 뭐, 내 아폴로는 A+을 받을 테니까 상관없으려나.'


방금 아폴로를 발표한 레오가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동식만은 예외다. 동식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다현을 보았다. 이미 사물함에 콜라볼을 넣고 온 상황이라 더욱 그랬다.


'그래. 다현 학생. 참신한 주제는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한라봉 초콜릿은 좀 아니라고 생각해. 이건 문방구에서 파는 간식도 아니고, 최근에 나온 거라 추억의 간식은 더더욱 아니지 않니? 이러면 점수를 잘 주기가 어렵단다.'


교수님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필자와 미국에서 온 제임스는 말없이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거 큰일 났다. 이 교수님 깐깐하신데.'


'저, 이의 있습니다!'


동식이 손을 번쩍 들었다. 모두의 이목이 순식간에 동식에게로 쏠렸다.


'여러분.'


동식이 입을 열었다.


'생각해 보십시오. 추억의 간식을 논하는 자리에서 한라봉 초콜릿은 얼핏 보면 웃긴 주제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창 시절에는 늘 연휴가 끝나면 제주도로 여행 다녀온 친구가 있지 않았습니까?'


'그래. 그건 맞는 말이다.'

교수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학생들도 동의하는 눈치였다.


'그 친구들은 늘 빠짐없이 한라봉 초콜릿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유치원에서도, 초등학교에서도, 심지어 고등학교에서도 말이죠. 저는 그 달콤한 초콜릿 속에 숨겨진 상큼한 감귤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도 그렇지 않습니까?'


'옳소!'


깐깐하던 경제학과 회장 서경도 동의했다. 자신감을 얻은 동식은 다현에게 가서 초콜릿 하나를 얻었다.


'거기다 이 포장지를 보십시오. 무려 제주도 한라봉 함유라고 적혀있지 않습니까?'


'정말? 정말이야! 제주도 감귤 분말 0.37%!'


학생들은 앞다투어 초콜릿 포장을 자세히 보기 위해 달려 나갔다.


'저는 이 알싸한 초콜릿을 몰래 집에서 먹다 어머니에게 혼난 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 추억이니 추억이 없다고 할 수 없지요. 초등학교 졸업식 날 친구가 건네준 이 한라봉 초콜릿 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고요. 게다가 이 초콜릿은 그냥 불량식품이 아닙니다. 무려 제주도의 특산물, 한라봉이 들어간 당당한 K-푸드이자 우리나라의 자부심이죠. 네모스낵이나 아폴로하고는 비교 자체가 불가한 당당한 한국 간식이라 이 말씀입니다! 이렇게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간식, 여러분은 보신 적 있으십니까?'


다현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것이 한바탕 울어버릴 모습이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동식을 껴안을 기세였지만 수업이라 차마 그러지 못했다. 다른 아이들은 초콜릿을 얼른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네모스낵이나 아폴로를 내팽개치고 모두 다현이 들고 있는 한라봉 초콜릿을 맛보았다.


'이 세상 달콤함이 아니다이.'


제임스가 말했다.


'아... 이 맛은!'


제주도 출신 교수님이 갑자기 눈물을 흘리셨다.


'우리 가족 옆집에는 양과자 집을 하는 친척이 있었다. 우리는 가난해서 간식도 거의 먹을 수 없어 그 집에서 팔다 남은 초콜릿을 먹었는데, 정말로 천국에서 온 간식이었지. 어느 날,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초콜릿에 한라봉을 갈아 나와 동생에게 주셨다. 제주도를 떠난 후로 늘 그 맛이 그리웠는데, 세상에나... 세상에나..'


교수님은 눈물을 흘리며 성적 평가서를 꺼냈다. 그리고 다현의 이름 곁에 S를 휘갈기셨다. A+보다 귀하다는 S학점은 받는 즉시 학생처에서 축하 문자가 오고, 총장님과 식사 자리가 잡히는 영광 중의 영광이었다.


'정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너무 고마워, 동식아.'


다현은 동석의 손을 잡고 말했다. 그녀가 말을 마치고 사물함을 열자 콜라볼 상자가 있었다.


'이거 혹시 네 거니?'


다현이 물었다. 동식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현은 대답 대신 동식을 껴안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콜라볼을 하나 집어 동식의 입에 넣어 주었다.


'아, 거 남사스럽게 뭐 하는 짓이냐이.'


제임스가 말했다. 필자는 제임스 입에 한라봉 초콜릿을 한 조각 넣었다. 그랬더니 그는 눈물을 흘리며 실신하고 말았다.



Source: 세븐스타몰

'저 아기 좀 봐라. 맛나게 빨아먹는다.'


지나가는 행인이 필자의 사촌동생을 가리켜 말했다. 이미 초등학교 저학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아기 같은 외모 탓에 종종 아기로 오해받는 사촌동생.


'이게 그렇게 맛있어? 오빠도 하나 주면 안 될까?'


'안돼 나루오빠. 나 혼자 다 먹을 거야. 메롱.'


사촌 동생이 말했다. 괘씸하구나. 그렇다면 필자가 직접 사 먹는 수밖에 없다. 편의점에 갔더니 이제는 연인이 된 동식과 다현이 걸어 나왔다.


'너희 여기서 뭐 해? 그 손에 든 봉지는 다 뭐고?'


'이거? 우리 집에서 푸시팝 파티를 연다고 산 거야. 이게 요즘 그렇게 유행이라나 뭐라나.'


다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필자는 더욱 푸시팝이 먹고 싶어졌다. 당장 하나를 사서 입에 넣었다.


'앗! 이 맛은!'


필자의 외침에 편의점 직원도 놀랐다. 얼른 사과하고 놀이터로 가서 빨아먹었다.


'음... 딸기맛, 소다맛, 콜라맛이 입 안에서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수채와 같아. 거기다 이 수정처럼 영롱한 빛깔은 또 어떻고? 먹으면 먹을수록 예뻐지는 사탕이 세상에 어디 있어? 여기 있지요. 하하.'


필자가 중얼거렸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꼬마가 와서 물었다.


'아저씨도 먹을 줄 아네요? 하지만 진짜 장점은 뭐다? 언제든 숨길 수 있다는 것.'


그 아이는 자랑이라도 하듯 푸시팝을 다시 넣고 뚜껑을 닫았다. 이것이야말로 푸시팝의 매력. 언제든 숨겼다 넣었다 뺐다가 자유롭게 먹을 수 있다. 우리는 하이 파이브를 하고 집으로 걸어갔다.


'푸시-'


'팝!'


우리는 죽이 척척 맞았다. 간식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뚜식, 또씩, 그리고 춘식이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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