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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눈이 맞는다는 것은 뭘까

그 찰나의 순간

by 디오게네스

'눈이 맞는다'.


어린 시절 동아시아 각국을 유랑하고 지금은 중국어를 전공하는 필자 입장에서는 이것만큼 특이한 표현이 없다. 외국어에는 '사랑에 빠지다'라는 표현이나 '좋아한다'라는 표현은 있어도, '눈이 맞는다'라는 표현은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말만큼 사랑을 현실적으로 표현하는 문장도 드물 것이다.


Source: Pexels


필자는 국내에 귀국하여 생활하기 전까지 이 말의 의미를 잘 몰랐다. '눈이 맞는다고? 그건 당연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앞섰다. 필자가 다녔던 미국계 국제학교에서는 늘 아이 컨택을 강조했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도 항상 눈을 보고 말하라고 했고, 발표 과제를 할 때에는 눈을 마주치는 것이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작용했으니까. 그래서 눈을 마주치는 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 외에 특별한 의미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눈을 바라보지 않는 상대는 경청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었으니까.


그런데 한국어에서 말하는 '눈'은 필자가 생각했던 그런 것이 아니었다. 눈이 맞는다라는 문장의 눈은 사랑에 빠지는 그 찰나의 순간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가 결정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음을 감안하면, 대부분 상대와 눈인사를 주고받는 그 짧은 시간에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분위기와 말투, 외모와 태도가 어우러져 상대방에 대한 인식이 당신에게 각인된다. 그 첫 순간이 바로 눈이 맞는 순간이다.


물론 눈이 맞는 일은 순식간에 일어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건 시간 차이를 두고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사랑에 빠졌음을 알게 될 때까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분명 아무것도 아닌 관계이지만 계속 신경이 쓰이고 유달리 언행을 조심하게 된다면 당신은 사랑의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이런 생각들은 서서히 당신을 집어삼키게 된다. 밥을 먹을 때에도, 출근할 때에도, 화장실이나 심지어 잠을 자는 순간에도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물론 이성(理性)은 이러한 사랑을 통제하려 할 것이다. 괜히 평범했던 관계를 망치지 않을까,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필자가 알기로 드물다. 어떤 형태로든 당신은 사랑에 괴로워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우연을 가장한 만남'이 사랑의 제1 공식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 만남은 당신이 의도한 것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학교나 직장, 출퇴근길, 심지어 거리나 전철역에서도 만남은 발생할 수 있다. 그 순간, 눈이 맞을지도 모르는 순간을 위해 평소에 열심히 가꾸어 두는 것이 좋겠다. 용기 있는 자가 열매를 얻기 때문이다.


눈이 맞는 순간이 사랑으로 발전하냐, 아니냐는 순전히 여러분의 몫에 달린 것이다. 안 해도 후회하고, 해도 후회할 일이라면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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