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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학교의 일상

다른 듯 비슷한 듯 국제학교의 일상

by 하늘나루

외국인 학교. 흔한 존재는 아니다. 외고, 과학고 등 여러 종류의 학교들이 많지만 어째 국제학교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혹자는 그저 영어로 수업하는 학교를 떠올리곤 하는데, 외국인 학교는 과연 정말 어떤 곳일까? 해외에서 수업하려는 학교인 만큼, 외국인 학교는 국제학교와 달리 해당 국가 국적자들은 다닐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그 학교생활이 배일에 싸여 있는데 이를 풀어 보고자 한다.

pexels-pixabay-159844.jpg Source: Pexels. 이러면 안 된다.

*필자는 중국에 있는 미국계 외국인 학교에 4년 정도 재학하고 귀국했다.


-아침.


모든 학교가 다 그런 건 아니나 대체로 스쿨버스가 데리러 온다. 스쿨버스에는 담당 선생님 2명, 기사 아저씨 한 명이 함께 오신다. 필자가 다닌 학교는 초, 중, 고가 모두 같은 버스를 이용해서 통학했다. 집이 가깝다면 걸어 다니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 중국에 흔한 스쿠터를 타고 오는 친구들도 많았다. 멀리 산다면 스쿨버스를 타는 것이 빠를 것이다.


필자는 아침에 해가 안 뜨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왜냐하면 태풍이 잦은 중국 남부 지역에서는 날씨가 흐리면 종종 휴교령이 내리는데, 그럼 버스가 오지 않고 그날 학교도 가지 않았다 (이건 모든 학교가 동일하다). 학창 시절이 그리운 지금은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지만 그때는 정말 비가 오기를 바랐다.



-학교 도착.


카페테리아에 앉아서 대기하는데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거기서 수업이 시작될 때까지 앉아 있는다. 외국인 학교는 미국식 커리큘럼을 채택하여 반이 따로 없고 대학처럼 시간표를 짜서 (정해줄 때도 있다) 강의실을 찾아가는 형식이다. 대기가 끝나면 교실로 가면 된다. 꼭 제시간에 들어가도록 하자.


고등부에는 이러한 절차가 없다. 마음에 드는 곳에 앉아 대기하다가 종이 울리면 강의실로 가면 된다. 학교 안에는 작은 카페가 있었다. 거기에서 과일 스무디나 아이스티, 샌드위치 같은 간단한 간식을 판다. 만약 아침을 못 먹었다면 거기서 먹어도 되는데 급식보다 훨씬 먹을 만하다. 같은 업체가 하는데도 그렇다.


한국계 국제학교에도 매점이 있는데, 한국에서 수입한 한국 군것질거리를 팔았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리니 주의하도록 하자. 필자는 주중에는 미국계 학교, 주말에는 한국계 학교를 다녔는데 주말에도 그 정도였으니 평소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을 것이다. 주말에만 다니는 친구들은 그야말로 대량 구매를 하기도 한다. (일주일치 분량을 사 가기 때문이다).



-어드바이스 클래스(advice class)


이건 아침마다 하는 조회와 비슷한 것인데, 하는 날도 있고 안 하는 날도 있다. 반이 없다고 했지만 이 그룹만큼은 반과 비슷한 것이 배정된다. 한 그룹에는 많아야 여섯 명 정도. 선생님이 학생들의 근황을 묻고 학교생활에 대한 여러 질문을 한다. 생각보다 오래 한다. 그렇지만 어려운 질문은 아니다. 주말에 뭐 했냐, 밥 먹었냐 같은 질문(?).


처음에는 별로였지만 그만큼 수업에 늦게 가기 때문에 나중에는 오히려 기다려지는 경향이 있었다.


-문학 수업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교과서를 가지고 수업을 하지만 굉장히 두껍고 양이 많은 교재이기 때문에 한 학년에 절대 다 볼 수 없다. 따라서 교재의 수업을 나갈 때도 있고 안 나갈 때도 있다. 따로 소설 같은 걸 구해서 읽기도 하는데, 필자는 대학 강의와 굉장히 유사하다고 느꼈다.


수업 역시 대학식이다. 시험과 자잘한 과제들이 섞여 있다. 소설을 읽고 연극을 하기도 하고 직접 소설을 쓰기도 한다. 필자가 마음에 들었던 건 카페 수업이다. 두어 시간 정도를 내어 카페에서 소설을 쓰다 간다. 학생들이 노트북을 가지고 다녀 그것으로 작성하는 것이다. 모든 강의에 노트북이나 태블릿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쓰는 수업도 있으니 필요할 것이다. 밤 10시 ~ 11시까지 학교에서 소설을 쓰다 가는 날도 있다.



- 수학 수업

이건 모든 수학 수업에 해당되는 설명이다. 한국과 달리 계산기를 사용하는데 모니터가 달린 공학용 계산기이다. 간단한 사칙연산은 그것으로 해결하고, 그래프를 그릴 수도 있다. 항상 쓰는 건 아니고 쓰는 과목이 정해져 있는데 필자도 그렇게 많이 사용해 보지는 못했다.


필자는 대신 계산기에 게임 프로그램을 깔아서 (따로 프로그래밍 가능한 케이블이 동봉되어 있었다) 놀았다. 흑백 화면에 스마트폰에서나 볼 게임이 출력되는 장면이 기가 막혔다. 그 까만 계산기 화면에 후르츠 닌자(과일을 깨고 노는 스마트폰 게임)가 작동되는 광경이라니.


-지리 수업

역시 모든 지리 수업에 해당한다. 한국도 그렇지만 대부분 발표와 과제 위주이다. 이것도 대학과 비슷하게 강의식으로 구성되는데, 시험을 보기도 하고 과제로 대체하기도 한다. 필자는 직접 그래픽으로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여 제출했다. 팀플도 상당하다. 한 구석에 애들이 만든 모형 화산이 있었던 게 기억이 난다.


중국의 성(省)과 미국의 주(州)를 다 외우게 하였다. 대륙의 기상과 미국의 방대함이 합쳐져 양이 상당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체육 수업

이것은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 가장 큰 이유는 학교가 사실상 동남아권역에 있었기 때문에 날씨가 매우 더워서 그럴 것이다. 한국과 달리 수업 시간이 길어서 체육 시간도 길다. 겨울에는 좀 낫지만, 우리는 실내가 아니라 야외에 대부분의 시설이 있었기 때문에 굉장히 더웠다. 운이 좋으면 에어컨을 틀고 실내에서 수업하기도 했다.


배우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피트니스에 초점을 두어서 자잘한 운동기구를 사용하고 체중량을 측정하는 게 주가 되기도 했다. 그냥 운동만 하는 단순 반복이었기에 굉장히 편했다. 그렇지만 더운 건 매한가지. 어딘가에 음료수 자판기가 있었는데 이름난 카페에서 비싼 음료를 시켜도 그 맛의 1/3도 미치지 못한다.


-점심시간

대학의 그것과 비슷하다. 고등부 한정으로 정해진 곳이 없어 아무 데서나 먹어도 된다. 카페테리아, 계단이나 강의실, 심지어 복도에서 먹는 사람도 보았다. 의자도 많기에 그 시간에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어도 된다.


그러나 필자는 이 시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급식이 너무 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중에야 개선되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충격이다. 아, 비싼 학비를 생각하면 더 말이 나오지 않는다. 당연히 한국 고등학교의 급식이 훨씬 맛있다. 급식 하나만으로 한국 고등학교에 다니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동아리

필자는 따로 들지 않았으나 동아리가 매우 풍부하고 다양하다. 물론 이 점은 한국도 동일하지만, 일부 동아리는 대입에도 활용이 가능할 실적을 낸다는 것이 차이이다. 증명서를 발급해 주거나 학회처럼 여러 행사에 참여하는 동아리도 있다. 그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학생회

수평적인 문화여서일까, 학생회의 영향력이 미미하다. 물론 엄연히 존재하고 연설도 하며 포스터도 붙는다. 다만 반이 없고 반 회장, 부회장이 없는 외국인 학교 특성상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학생과 선생님 비율이 3:1 정도이니 대부분의 업무가 선생님의 직할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방송

매일 학교 방송을 틀어 준다. 학생들이 직접 앵커로 출연하는데 매일 출연자가 바뀐다. 내용은 한국과 큰 차이가 없으나 특이한 소품을 가지고 나와 장난치기도 한다. (특히 초등 저학년부에서 담당하는 경우에 더 그렇다)


-족발, 보쌈 (Zokbal, Bossam)

아, 맛있는 족발보쌈. 중국이라 족발, 보쌈이 없을 것 같지만 그럴 리가.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학교 끝나고 배고프면 족발, 보쌈집에 들어가자. 뚜식이 말대로 이 세상 쫄깃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와, 깊은 한방 향이 코끝을 때리고 보쌈이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총회 (Assembly)

가끔 저녁에 모든 학생들과 교원들을 불러놓고 행사를 연다. 공지사항을 전달하기도 하고 장기자랑을 하거나 그냥 앉아있기도 한다. 보는 재미는 있지만 글쎄, 집에 더 빨리 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구경하는 재미는 분명 있을 것이다.




이상이다. 전반적인 문화는 굉장히 자유롭지만 또 그렇지도 않다. 분명 대학식이지만 강의실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일 년 내내, 7교시 동안 본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와, 족발 보쌈이나 먹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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