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꾸준히 자기를 표현하는 사람들
최근 홍대 이작가라는 사람이 구혜선, 솔비, 하정우의 그림활동을 두고 소위 품평질을 해서 논란이 되었다.
내가 오늘 기분이 좋아 흥얼댔는데 거기대고 중학생수준이라는 소릴 들었다면 그사람의 태도를 점검해볼 문제이지 흥얼댄 내가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표현의 방식
직장인이던 내가 그림에 빠져든 이유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표현의 행동이기 때문이었다.
글을 쓸 땐 감성충 진지충 얘기를 들었지만 그림을 그리니 신기하게 별 소릴 하지 않는다.
그림을 뒤늦게 시작한 건, 그림은 미대 쯤 나와야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막상 시작해보니 그림도 글처럼 그냥 내 생각과 마음을 드러내는 또하나의 표현 방식일 뿐이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유튜브에서 음악을 즐기고 인스타그램으로 글로 생각을 표현한다.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즐길 수 있다.
그런 표현의 방법을 두고 이작가라는 사람은 입시미술, 중학생 미술이라고 표현했다.
내가 슬퍼서 슬프다고 표현하고, 기뻐서 기쁘다는데 왠 입시며 중학생수준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걸까..?
박사학위를 땃다는 이 사람은 자신이 상아탑에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마티스가 내 그림을 따라그린다면 뭐라고 할 건데?
내가 마티스 그림을 따라그린다면 뭐라고 할 건데?
미술을 알지 못할 땐 피카소, 마티스, 앤디워홀의 작품들이 그냥 단순한 장난질 같아보였다.
대체 왜 거장이라는거야?? 그냥 일러스트로 좀 따라그리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 작가들의 위대함을 느낀 이유는 그들의 상상력과 감수성 때문이다.
사람들이 '나무'를 그리라고할 때 동그라미에 막대기하나 그리는 것이 아닌 자신의 시선 속의 나무를 그려내고 일관되게 그 시선을 탐구하는 그 감수성.
피카소의 그림을 보면, 저사람은 저런 뇌구조로 세상을 대체 어떻게 살아갔을까? 저사람한테 세상은 뭐였을까? 하는 호기심이 든다. 그 호기심의 눈으로 작품을 보고, 내 눈앞에 사물도 한 번 봐 본다. 내눈엔 어떻게 보이지??
내가 생각하는 그림이란, 보는 사람에게 그 그림이 지닌 감수성을 각인시켜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입시미술도 중학생미술도 없다.
내가 마티스 귤을 똑같이 그려놓고 이작가에게 이것은 중학생 미술인가요? 라고 묻는다면 이작가는 뭐라고 할 것인가?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마티스가 내 그림을 똑같이 그려놓고 이작가에게 이것은 중학생 미술인가요? 라고 묻는다면 그는 뭐라고 할 것인가?
마티스의 작품이니 대가의 작품이다? 내가그렸으니 입시 미술이다?
그분은 솔비와 구혜선의 그림을 어떤 잣대를 가지고 본 것일까?
솔비와 구혜선이 학위를 땃더라면 비판의 대상에서 벗어났을까?
학위를 따고 발그림을 그렸더라면 박수쳤을 것인가?
미술이 계속 상아탑에 있는 이유
우리에게 이제까지 미술이 너무나 먼 존재처럼 느껴진 이유, 홍대 이작가라는 사람이 입시미술, 중학생 미술운운하며 누군가의 표현을 폄훼한 이유는 미술이 아직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은 소리바다, 벅스를 거쳐 유튜브라는 것이 생기고 tv에서 허구헌날 음악이 흘러나오고
문학은 서점이라는 아주 퍼블릭한 공간이 있으며 인스타그램이든 이메일이든 편지든 우리는 날마다 글을 읽고 쓴다.
그치만 미술은 그런 것이 없다. 우리는 지하철에서 핸드폰을 하며 그림을 찾아보지 않고 매일매일 낙서를 하는 것도 아니다. 미술의 영역은 음악이나 문학보다 멀게 느껴진다.
무명의 음악가가 사운드클라우드에 노래를 올린다고 해서 입시음악이라고 비판하지 않는다.
인스타로 게시한 글을 독립출판물로 만든다고 해서 중학생문학이라고 비판하지도 않는다.
(독립출판의 경우 초반에 문학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이내 독립출판은 하나의 장르가 되었고 유명 출판사에서 모셔가는 작가도 생겨났다.)
만약 그림도 음악이나 문학처럼 유튜브로 매일매일 즐길 수 있고 책이나 인스타처럼 매일매일 맞부닥치는 행위였다면 과연 이작가라는 사람이 지금과 같은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솔비와 구혜선 같은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내가 보기에 솔비와 구혜선은 그냥 꾸준히 자기를 표현하는 사람들이다.
유명세에 힘입어 돈을 벌려고 했는지 예술병에 걸림 사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는 전혀 다른 논점이다.
나는 솔비와 구혜선처럼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으로 자기 표현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오늘 기분이 좋아 흥얼댔는데 거기대고 중학생수준이라는 소릴 들었다면 그사람의 태도를 점검해볼 문제이지 흥얼댄 내가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
한 사람이 음악도 즐기고 미술도 즐기는 게 뭐 어떤가?
그들이 입시미술이든 뭐든 거기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자체로 자기표현의 전달자인 것이다.
비평한 그 역시 자기표현을 했다. 그 비평으로 누군가를 해친것도 아니지만 그의 말을 두고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쓰고 있는 이유는, 자신의 학위를 방패 삼아 폄훼에 가까운 이야기를 비평으로 포장해 떠든 것에 고약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솔비와 구혜선 같은 사람들이 더 많아졌음 좋겠다.
자신의 상태를 폭력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들, 내 분노와 기쁨과 화와 모멸감이 단순히 두세글자의 단어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 그 속에는 나 스스로 탐구해야하는 것들로 가득하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