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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은 즐거워

나와 토리의 즐거운 취미생활

by 원석

토리는 우리 가족과 함께 사는 강아지이자 막내다. 토리도 개인지라 여느 개와 다름없이 냄새 맡는 것을 좋아하는데 토리와 함께 산책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개에게 있어 냄새 맡는 행위는 어쩌면 내가 사진 찍는 행위와 같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좋은 것을 보고 기억하고 싶은 것을 보면 사진 찍고 싶은 것처럼 개는 지난 시간의 흔적을 맡으며 마음 속에 저장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봤다.


내가 카메라를 들고 산책하듯이 토리는 냄새를 맡으며 산책한다. 토리나 나나 마음에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은 역설적으로 냄새 맡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 장면 그 풍경의 냄새를 눈으로 맡고 담는 것이다. 토리와 나는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사진을 찍고 냄새를 맡고, 냄새를 찍고 사진을 맡는 것. 산책은 그런 시간을 향유하는 아주 즐거운 시간이다.


하루 중 가장 기다리는 시간, 내가 사는데 힘을 얻는 시간, 누구의 방해 없이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 산책은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를 맡고, 눈으로 냄새를 맡고 코로 세상을 보는 시간이다. 사람과의 만남에서 잠시 한 발짝 물러나 주변의 많은 것들과 조용히 만나는 시간이다.


여름 풀벌레, 논, 한적한 골목길, 빈 놀이터, 인적이 드문 길가, 오래된 낡은 가게, 해질녘 하늘. 산책은 어쩌면 세상 속에서 무던히 살아가는 모든 것들과의 만남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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