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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이 돈인가

네, 돈입니다.

by 원석


인터넷 포털에서 부동산 관련 기사를 읽다가 누군가 댓글에 요즘 10억이 돈이냐는 글을 봤다. 요즘 10억이 돈이 아니면 얼마쯤 돼야 돈이라고 할까. 아마 글쓴이는 10억이 돈이 아니라는 얘기가 아니라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높다는 얘기로 썼을 것이다.


난 어느 나라에 살고 있을까. 분명 난 파주에 살고 있는데 기사에 나오는 그 수많은 돈은 어느 나라 얘기일까. 인터넷 기사에서 어느 한 연예인이 소유했던 건물을 60억에 팔았다는 기사를 봤다. 아마 그 건물뿐만 아니라 기존 재산도 많을 터. 나는 참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한 돈도 없고 모을 형편도 아니지만 나도 꿈은 있다. 10억, 20억, 30억, 40억, 50억... 꿈은 크다. 그렇다면 그 꿈이 이루어지면 그 돈 가지고 뭐할따. 필요 이상으로 많은 돈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내게 많은 돈이 있을 때 난 어떻게 살까. 그에 맞는 지출로 살지 않을까? 그에 맞는 필요를 구하며 더 큰돈을 바라지 않을까? 욕심은 끝이 없다. 큰돈을 바라는 게 꿈이어야 하는 사실이 슬프다.


적은 돈으로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살아갈까. 너무 궁핍하지도 않고 남을 도와줄 여유도 있으면서 빚 없는 삶을 살고 싶은데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요새 돈과 경제에 관한 책이 많이 나온다. 유명한 클래스에서도 강의를 하고 있고 유튜브를 보면 정말 돈과 관련된 많은 콘텐츠가 있다. 혹하기도 한다. 돈의 흐름, 마인드, 재정상태, 스마트 스토어, 월 1천만 원 벌기, 부동산, 주식 등 수많은 돈 이야기가 있다. 나도 이걸 배워볼까? 이걸 알면 나도 잘 살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섣불리 그 속에 뛰어들지는 않는다. 왜일까? 난 왜 그 세상으로 뛰어들지 않는 걸까?


늘 하는 생각이 있다. 기업 회장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회사를 운영하는 운영진이 있을 것이고 사원이 있을 것이고 제조업이면 현장 직원이 있을 것이고 기업의 건물을 청소하는 청소부가 있을 것이고 안내 데스크에서 안내하는 직원이 있을 것이고 경비를 서는 경비원이 있을 것이고 건물을 관리하는 관리자가 있을 것이고 그 기업과 관련된 수많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자. 과연 이 사람들이 다 부자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부자는 어떤 부자인가. 부자가 존재하려면 분명 그 부자의 부를 만들어 줄 사람이 필요하다. 부자 혼자서 그 부를 얻은 건 아니다.


그렇다고 부자가 아니면 모두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 건 아니다. 부자가 아니라고 힘들고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해야 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각자 형편에 맞게 살되 국민으로서의 권리는 보장 받아야 한다. 각자의 삶이 모두 다르기에 출발선이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그 간극을 매워주는 복지 혜택은 받아야 한다. 교육받을 권리, 부당하게 일하지 않을 권리, 일한 만큼 대가를 받을 권리. 그래서 국회가 있는데 가만 보면 이게 정치를 하는 건지 똥칠을 하는 건지 서로 험담하기 바쁘다. 더 나은 삶은 온데간데없고 자기들만의 더 좋은 세상을 만드려고 한다. 누려야 할 복지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 주어진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고 태어나고 죽는 것 또한 아무도 모르며 결국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날 시간이 온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할 수 없는 게 있는데 이 할 수 없는 것을 사람들은 종종 잊고 산다. 영원히 살 것처럼, 영원히 소유할 것처럼, 모든 것이 영원할 것처럼 산다. 그러니 모두 이렇게 오늘을 살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사람 사는 세상 모두 공평하고 평등하게 살면 좋겠다. 진짜 복지가 있으면 좋겠다. 인생의 출발선이 다 다르듯 다양한 사람의 다름도 인정되고 존중하는 세상이면 좋겠다. 고 노회찬 의원이 말한 이른 새벽 6411번을 타는 사람들이 더는 투명인간이 되지 않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모두가 부자가 되려고 하는 것보다 가진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나눠주고 없는 사람이 더 없는 사람에게 나눠주는 그런 복지가 있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태초에 땅의 주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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