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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았다.

이렇게 말할 수 밖에

by 원석


초등학교 때인지 중학교 때인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예전에 삼풍백화점을 갔었던 기억이 있다. 1층 로비가 굉장히 화려했던 기억이 있다. 백화점이니까 물론 층고도 굉장히 높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금호동에 살았었는데 고모네 집이 삼성동에 있어서 가끔 자전거를 타고 성수대교를 넘었었는데 그날도 고모네 집에 가려고 오후 늦게 성수대교를 건넜다. 고모네 도착해서 동생과 놀다 잠을 잤고 일어나서 뉴스를 보니 성수대교가 무너졌다고 나왔다. 불과 12시간 전쯤에 그 다리를 건넜었는데 얼마나 허망하고 놀랐는지 모른다. 삼풍백화점은 바로는 다음 해 95년에 붕괴했다.


오늘 여러 일들로 무거운 마음이었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나름 운이 좋았다고.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일이란 한치 앞도 알 수 없어서 좋은 일이 있다가도 나쁜 일이 생기고 나쁜 일이 있다가도 좋은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너무 먼 이야기를 억지로 끼워 맞춰 생각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나 자신에게 조금은 힘이 되는 말을 해주고 싶다. 운이 좋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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