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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석 Jan 03. 2023

바람에게도 고맙다

김재진 작가 에세이 서평


꽃 필 때 지운 문자를 꽃 질 때 생각한다.

그 누구에게 마음을 전하는 건 이렇듯 날이 바뀌고 달이 바뀌고 계절이 바뀌어도 쉽지 않은 일이다. 말 한마디 건네기 위해 꽃 필 때 지운 문자를 꽃 질 때 생각한다. 




김재진 작가의 에세이 <바람에게도 고맙다>를 읽었다. 인스타그램을 하다가 우연히 김영사에서 올린 김재진 님의 시를 보고 서평단 댓글 이벤트에 참여했는데 덜컥 당첨이 되어버렸다. 글재주 없는 내가 괜스레 지원한 건 아닌지 후회가 들었다. 그래도 살며 이런 날이 몇 번 있을까. 김영사에 감사하고 보내주신 책을 받았다. <바람에게도 고맙다> 에세이의 제목은 고맙다로 끝난다. 바람에게도 고맙다고 했으니 아마 모든 것에서 고마움을 찾는 작가의 마음이리라.


처음엔 따뜻하게 다가왔다가 읽다 보니 예술가의 고뇌와 삶의 지혜가 보이고 끝날 즈음엔 현자의 희망 어린 가르침이 보였다. 담백한 문체에서 느껴지는 비움의 글은 어렵지 않았고 함께 수록된 일러스트는 시 같은 그림, 그림 같은 시였다. <바람에게도 고맙다>는 여전히 삶의 무거운 짐을 지고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내려놓아야 할 것, 버려야 할 것, 가지고 가야 할 것을 속 깊게 알려준다.



자기 몫의 생을 향해 고개 숙이는 작별 인사는

허리를 굽히고 봐도 감사하고 아쉽다.


아름다움에 관한 이 글이 마음에 와닿았다. '허리를 굽히고 봐도 감사하고 아쉽다'라는 글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는지 모른다. '감사하고 아쉽다'의 한 마디가 왜 이리 서글프기도 하고 위로도 되는지. 살다 보니 인생은 아름답지만은 않고 아름다운 것 또한 결국 사라지는 것이니 이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또 아쉬운가. 


혼자 누운 넓이만큼 당신은 깊어가는 것이다.


혼자 누운 넓이만큼 깊어진다. 내가 살아온 삶, 흔적들이 나를 만들고 딱 그만큼 깊어가는 것. 깊어가는 가을에 나를 투영해 본다. 깊어가는 건 계절뿐만 아니라 나뭇잎의 색깔뿐만 아니라 나 역시 그렇게 깊어가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계절은, 특히 가을은 돌아보게 하는 계절이다.

작가는 사랑, 관계, 자연, 일상을 통해 고마워해야 하는 많은 것들을 생각나게 한다. 그리고 그 고마움은 이해와 용서임을 말한다. 이해와 용서는 타인을 향해서만이 아니다. 내가 가장 잘 아는 나, 남이 너라고 하는 나, 몸뚱이 하나 가지고 세상의 중심인양 살고 있는 나를 향해서다. 결국 나에게도 고마워해야 하는 것을 책을 다 읽고 깨달았다.


부족한 서평을 마치며 작가의 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글귀를 남겨 본다.


참된 무소유는

얼마나 가졌느냐 그렇지 않으냐보다

가진 것을 얼마나 나눌 수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





#바람에게도고맙다 #김재진에세이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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