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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석 Feb 23. 2023

다시 생각나는 건 결국 바다

제주로 다시 가야겠다.


제주에 다녀왔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가족과 함께하는 건 첫 번째. 생각보다 넓은 제주를 잘 다녀오기 위해서는 계획을 알차게 짜야했다. 2~3일을 열심히 짠 덕분에 허투루 쓰는 시간 없이 가야 할 곳들을 잘 구경하고 잘 먹고 잘 자고 왔다. 이제 겨우 이틀 지났는데 아니나 다를까 벌써 그리운 마음이다. 제주에 사는 사람이야 내가 파주에 사는 것처럼 늘 똑같은 날들이겠지만 나 같은 관광객은 그 며칠, 그 하루, 그 시간들이 평생 기억에 남을 소중한 이야깃거리가 된다.


그런데 이상하다. 좋아야 할 마음이 왠지 좀 이상하다. 나이가 들며 좋은 것들. 감동적인 경험들을 하고 나면 그 기억들이 대충 넘어가지 않고 마음에 걸려 꼭 체한 듯 아프다. 제주의 바람, 길, 풍경 등이 마음에 걸려 잘 내려가지 않는다. 당분간 이 마음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


제주 동쪽 바다


계획된 일정에 따라 카페, 아르떼 뮤지엄, 천지연 폭포, 스누피 가든, 섭지코지 등을 다녀왔다. 가족 모두 가장 좋았던 곳은 스누피 가든. 이렇게까지 준비했나 싶을 정도로 정말 잘 만든 곳이었다. 단순히 장사하려고 만든 곳이 아니라 스누피 작가의 철학, 연대기에 따른 모습 등 말로 다하지 못할 정도로 좋은 곳이었다. 아르떼 뮤지엄도 새로운 경험이었고. 그렇게 제주는 모든 곳이 다 좋았다. 그런데 집에 와서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생각나는 건 바다다. 너무나 커서 눈에 다 담지 못 하는 바다. 쉴 새 없이 밀려오는 하얀 파도. 청록빛깔 푸른 바다. 이 바다가 계속 생각난다. 그런데 이상하게 슬픈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스누피 가든 때문에 제주를 또 한 번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무래도 바다 보러 다시 가야겠다. 방송에서 누군가 말하길 40대 중년 남성이 가장 불쌍하다고 한다. 이제 2년 후면 50이 될 이 세월이 믿어지지 않지만 어쨌든 대한민국에서 아직까지 잘 버티고 있는 40대 가장이다. 기댈 곳도, 울고 싶은 마음을 토로할 곳도, 긴 한숨을 쉴 곳도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내게 이번 제주 바다는 그깟 것 뭐 별거 아니라고 말해주진 않았을까. 그래서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을까.


다시 제주로 가야겠다. 너무 늦지 않게. 눈이 시리도록 바다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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