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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석 Jun 13. 2023

6월의 생경함


여름이라고 하기엔 아직 뜨겁지 않고 봄이라고 하기엔 이미 여름 같은 달 6월. 1년을 놓고 볼 때 1월은 첫 달이라 설레고 2월은 구정이 있어 새해 기분이 나고 3월은 봄이 시작되는 소리가 들리고 4월은 벚꽃 보기 바쁘고 5월은 온통 푸르름이 가득하고 7월은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고 8월은 여름의 한 중심에 있고 9월은 시원한 여름이 시작되고 10월은 가을을 준비하며 벌써 일 년이 다 되어감을 느끼고 11월은 연말을 향해가며 들뜨기 시작하고 12월은 1년간 수고한 모든 것에 위로를 받고 싶어 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다시 1월을 맞이한다.


6월은 그 사이 어딘가에 끼지도 못 한 채 달과 달 사이에서 방황하는 시간 같다. 황금 같은 시간은 어떤 날, 어떤 때에도 모두 같을 것인데 6월이라고 그리 말할 필요가 있겠냐마는 이상하게도 6월의 날들은 유독 빨리 지나가고 전 달인 5월의 푸르름과 7월의 찬란함 어딘가에 끼지도 못한 채 시간이 빠르게도, 아주 천천히 흐르기도 한다. 이런 6월로 접어든 지 벌써 13일째다.



6월이 지금 내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40대 후반의 끝을 향해 가는 이 나이, 이 모습이 꼭 6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시간이 벌써 이리되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가끔 놀래기도 한다. 그리고 어떻게 살았나 싶기도 하다. 40살이 되기 전, 30살이 되기 전과는 좀 다른 마음이다. 50이 시작되면 이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으로 접어들지는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젊음과는 좀 더 멀어진 중년의 삶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게 좀처럼 쉽게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문득 6월을 살아가고 있는 게 오묘하기도 하고 현실감이 없기도 하다. 그런 내 심정이 6월에 맞닿아 있다. 아마 7월이 되어 뜨거운 햇살이 어깨 위를 무자비하게 덮으면 다시 현실 같은 삶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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