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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석 Apr 27. 2023

잠은 안 오는데 졸려

나이가 들어가니 어쩔 수 없는 것들


야행성이다. 그러고 싶지 않은 마음이 솔직히 있지만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난 건지 습관이 든 건지 난 밤이 되면 말똥말똥해지는 야행성이다. 예술이라고 하는 것들을 하고 있어서일까. 난 도무지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젊었을 땐 더 심했다. 새벽 4, 5시에 자는 건 부지기수고 밤을 새는 날들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밤에 뭘 하느냐. 예전에는 기타를 많이 쳤던 것 같고 때론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영화를 보기도 했다. 밤이 되면 더 이상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잠시 잊고 한 없이 하고 싶은 걸 했다.


직장생활을 할 때엔 집에서 잠을 안 잔 게 아니라 회사에서 잠을 안 잤다. 말이 안 되는 얘기 같지만 정말 그랬다. 늘 야근을 했고 밤을 새서 일을 했고 책상에 엎드려 자거나 회의실 책상 위에서 잤다. 그나마 간이침대가 있는 회사는 다행이다. 대부분 열악했다. 이상하게도 밤에 돈 되는 일을 하면 그렇게 피곤하고 눈이 감긴다. 그런데 돈 안 되는 일, 취미생활을 할 때면 그렇게 말똥말똥해질 수가 없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렀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지나간다.


그런데 이제는 밤에 취미생활을 하는 것도 힘들고 물론 일을 하는 건 더 힘들어졌다. 나이가 들어가니 어쩔 수 없는 걸까. 문제는 밤뿐만 아니라 초저녁부터 잠이 쏟아지는 거다. 저녁 먹기 전에도 졸리지만 저녁 먹고 7-8시 정도가 되면 그렇게 피곤할 수가 없다. 이제 밤을 새는 일은 웬만해서는 하기 힘들고 정 일이 많아 어쩔 수 없을 때만 꾸역꾸역 밤을 샌다. 실은 오늘도 밤샐 정도로 일이 많은데 이미 머리는 멍하고 눈은 따갑다. 이거 영 버티기가 힘들 것 같다.


사진: Unsplash의Matthew Henry


먹고사는 문제라 어쩔 수 없이 밤을 새 가며 일을 할 때가 있지만 이제 되도록 낮에 일하는 게 좋다. 그런데 낮에 일하다 보면 수시로 울리는 카톡, 문자 메시지, 광고 전화, 일 전화 등으로 집중하는 게 쉽지 않다. 마음 같아선 전화기를 꺼 놓고 싶은데 자영업자니 그럴 수도 없고 참 불편하다. 그러다 보니 자꾸 일하는 시간이 저녁으로 밀려난다. 그런데 예전처럼 밤에 작업이 잘 되면 좋은데 요새는 그렇지도 않아서 집중해서 일할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아무래도 집 거실이 사무실이다 보니 그런 점도 있겠지만 아무튼 낮도 저녁도 작업이 힘들게 되어 버렸다.


어떻게 집중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다. 환경이 바뀌면 조금 나아질 것 같긴 하지만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 하루하루가 너무 금방 가는 것 같다. 잠을 잘 자야 다음 날도 컨디션 좋게 일할 수 있을 텐데 이도저도 아닌 요즘 상황이 쉽지 않다. 그래도 어떤 때엔 밖에서 일하지 않는 것만도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아마 밖에서 활동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면 몸이 버티기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새벽까지 일을 해야 하는데 오전에 서울에서 미팅이 있어 잠을 좀 일찍 자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일을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더 집중이 안 된다.


잠을 잘 자는 것도,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갖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오늘도 이런저런 생각에 브런치에 생각들을 정리해 본다. 어쨌든 잠을 자든 못 자든 일을 하든 못 하든 해야 할 일이 있고 그 일을 어떻게든 해내고 있어서 다행이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더 일을 해야 할지 잠을 자야 할지 한 10분 정도 고민을 하고 결정을 해야겠다.


메인 이미지 사진: UnsplashPatrick Robert Do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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