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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석 Jun 27. 2023

장마 속으로

장마를 맞이하며


이제 곧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 습한 공기가 많아지면서 나타나는 기후 현상인 장마는 동아시아권에 살고 있는 우리가 꼭 겪고 지나가는 여름 이벤트다. 장마가 시작되면 먹구름 가득한 하늘 탓에 온종일 회색빛 속에 살아간다. 덕분에 기분은 가라앉고 신경은 날카로워진다. 하루 이틀이면 그래도 괜찮을 텐데 일주일 이상 지속되는 장마는 내내 몸과 마음 모두 무겁다.


장마가 불편하다고 해서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메마른 산과 들에 물이 공급되고 물이 부족한 강과 댐에 물이 채워지고 먼지로 덮인 세상을 씻겨주기도 한다. 이 많은 물이 하늘에서 떨어져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것이 참 감사한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장마철이 되면 꼭 안 좋은 소식이 들리곤 한다. 지대가 낮은 지역이나 반지하에 사시는 분들, 하수 정비가 잘 안 된 낙후된 곳 등 경제적으로 취약한 곳에 생기는 피해는 어떻게 그렇게 매번 생기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하기에도 늘 반복되는 문제는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일어난다.



어릴 때 가난하게 살았다. 반지하에도 살아봤고 무허가 비닐하우스에서도 살아봤다. 그래서 그분들의 마음을 잘 안다. 안전한 곳에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좋은 집, 안전한 동네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야 다 같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취약한 곳에 사는 분들은 장마가 반갑지 않을 것이다. 매일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데 어쩌면 더 힘들어질 수 있는 장마철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우리의 걱정과 바람과는 달리 자연은 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한다. 꿈쩍도 안 한다. 사람의 생사는 신경을 안 쓴다. 강한 햇살이 여름을 달구고 차가운 빗줄기가 며칠간 내려도 속수무책인 우리 인간은 그저 순응하며 살 수밖에 없다. 그래도, 그래도 바람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우리가 준비해야 하고 대비해야 할 것들을 돌아보고 챙긴다면 피해를 조금 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장마는 가난한 사람들이 안전하고 잘 지나가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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