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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석 Jun 29. 2023

오래 쓰면 고장 나는 건 당연한 건데

아파야 꼭 깨닫는다


마우스를 잡고 왼쪽, 오른쪽, 앞, 뒤로 움직인다. 때론 급하게, 때론 아주 천천히. 하루 중 마우스를 잡고 조작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일이 많을 때는 8시간에서 12시간 정도 잡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일이 없으면 1시간 내외 정도 잡는 것 같고. 살다가 마우스를 오래 써서 망가진 경우가 한 번 있었다. 정말 오랜 시간 써서 수명을 다 한 것이다. 처음엔 컴퓨터에 문제가 있는 줄 알았다. 재부팅도 해보고 마우스 패드도 바꿔봤는데 아무 소용이 없었다. 컴퓨터를 맥을 쓰고 있어서 애플 매직마우스를 썼는데 그게 고장 날 줄은 몰랐다. 맥만 거의 25년을 썼는데 망가진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설마 마우스가 고장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새 마우스를 연결해 보니 마우스 포인트가 날아다녔다. 컴퓨터도, 마우스패드도 문제가 없었다. 그동안 열일 다한 마우스가 생을 다한 것이었다. 그렇게 고장 난 첫 마우스를 보내주었다.


마우스는 키보드와 함께 나와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됐다. 그래도 마우스와 키보드는 수명을 다하면 다시 구매하면 되는데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 마우스를 잡고 쉼 없이 움직이던 오른 손목에 안 좋은 신호가 온 것이다. 손바닥에서 엄지 손가락이 시작되는 도톰한 부분에 통증이 느껴졌다. 시간차를 두고 욱신거림이 지속됐다. 계속되는 불편함과 점점 찌릿찌릿한 통증이 여간 기분 나쁜 게 아니었다. 몇 주간 참다가 계속 아파서 결국 병원에 갔다. 엑스레이를 찍어 보니 인대가 조금 늘어나있고 염증이 의심되니 치료를 받자고 의사가 말한다. 하긴 기계인 마우스도 고장 나는데 오래 쓴 손목이라고 버틸 재간이 있었을까. 이제야 나도 좀 봐주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겠지.

일주일에 한 번, 총 3회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먹었다. 충격파라는 것도 받아 보고 이런저런 물리치료도 받았다. 물론 더 받아봐야겠지만 이전과 비교해 아주 좋아진 건 아닌 것 같다. 물리치료 몇 회에 좋아질 통증이었으면 이렇게 나타나지도 않았겠지. 


이 세 가지는 기본 마사지고 가장 아픈 치료는 충격파 치료였다.


오래 쓰면 고장이 난다. 마우스도 손목도. 내 몸도 어딘가 하나씩 알게 모르게 고장 날 테고 때가 되면 인간의 한정된 수명을 다 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다. 살아가며 내 몸을 사용하는 동안은 잘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받은 건강검진 결과도 예상은 했지만 과체중에 고혈압이 의심된단다. 작업실에 곧 입주하게 되면 가까운 곳이라도 매일 뛰고 근력 운동도 좀 해야겠다. 몸이 버텨야 일상도 살고 일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장맛비가 오락가락한다. 지구의 기후는 점점 예상하기 힘들어지고 경험하지 못 한 이상고온과 추위로 병들어가고 있다. 사람이라면 병원을 가면 될 텐데 우리가 사는 곳이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저런 환경운동과 별개로 어딘가에서는 온난화에 앞장서고 있고 일본은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할 예정인데 이런 상황에서 어떤 노력과 방법이 있어야 우리 사는 곳이 더 좋아질 수 있을까. 아픈 내 손목도, 지구도 오래 쓰다 보니 결국 고장이 난다. 고장이 난다는 건 그동안 무리했다는 것이니 이 기회에 내 일도, 삶도 좀 돌아보며 다시 재정비할 시간을 가져야겠다. 작업실이 정리되면 짧게라도 여행을 좀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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