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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석 Jul 10. 2023

한 달 같던 일주일, 셀프 인테리어

'물은 SELP'도 힘든데 인테리어 셀프라니


손가락 마디마디가 쑤시고 손목은 뻑뻑해져서 잘 돌아가지 않고 눈은 부었다가 빠져서 주름이 생기고 허리는 조금 수그려 있다가 펴면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겠고 이렇게나 몸은 지쳐 가고 이제나 저제나 이 일이 언제 끝날까 생각해 보니 겨우 일주일 지났다. 그러니까 지난 월요일부터 시작한 작업실 셀프 인테리어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직 완성이 안 됐다. 물론 내일 조명 작업과 싱크대 볼, 상하수도만 해결하면 기본 세팅(이건 전문가가)이 끝나는 거지만 저 멀리 지인의 창고에 있는 1톤 분량의 예전 짐과 집에 갖다 놓은 작업실 짐, 2년 새 늘어난 짐들을 정리하려면 아마 이번 주가 다 되어야 마무리가 될 것 같다.


머리만 쓰는 직업이라 몸 쓰는 일을 좀 하고 싶었다. 물론 인테리어도 머리를 쓰긴 써야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그래픽으로 끝나는 일들이 아닌 공간을 변화시키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도 20대 때 인테리어 일도 좀 해봤고 다양한 일들을 경험해 봤기에 공간 디자인 쪽으로 일을 좀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입주하게 된 작업실을 셀프로 꾸미면서 이 생각은 저만치 멀어져 가고 있다. 천장 철거, 엉망이 된 벽을 긁고 다시 칠한 페인트, 바닥 데코타일 작업, 블라인드 설치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 아닌 이상 되도록 셀프로 진행했는데 역시 생각 이상이다. 물론 혼자 한 건 아니고 큰아들과 아내와 함께 했다. 둘이 없었다면 아직 끝나지 않을 작업들이다.



천장 철거와 벽 페인트, 도배 제거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쉬운 일이어서 하고 어려운 일이어서 안 하는 건 물론 아니다. 해야 할 일을 할 뿐이지. 인테리어라고 할 것도 없는 이번 일을 하면서 다음엔 꼭 돈을 벌어서 기술자를 써야 한다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진행한 작업이 하나씩 끝날 때면 그만큼 보람도 컸다. 아마 다음 주면 또 아무렇지 않게 새 작업실에서 일을 하고 있겠지. 그나저나 셀프 인테리어로 좋아진 건 살 2kg이 빠졌다는 것과 밤에 잠을 잘 자고 일찍 깬다는 것이다. 몸이 피곤하니 평소보다 일찍 자게 되고 일찍 자니 일찍 일어나게 된다. 뭐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새벽형 인간인 나도 환경이 바뀌면 또 적응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래도 아주 나쁘지는 않았는지 작업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보신 건물 주인 할아버지께서 본인이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면서 인테리어를 좀 해야 하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셨다. 당연 손사래를 쳤지만 내심 작업한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그래, 뭐든 해야 좋든 나쁘든 '결과'라는 것이 나오니 시도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 다만 몸이 아주 많이 힘들었을 뿐이지...


내일 아침 다시 시작해야 하는 작업들도 잘 마무리되면 좋겠다. 나뿐만 아니라 주어진 삶을 매일매일 성실히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비록 크고 작은 사건 사고 속에서 고군분투할지라도 그 안에서 작은 평화, 깊은 평안을 찾으면 좋겠다.



가벽이 설치 됐고 이제 거의 다 완성이 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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