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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석 Jul 17. 2023

비 갠 어게인

오늘도 오늘도


어느덧 6월이 지나 7월 중순이 넘었다. 계속되는 장맛비에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기록적 폭우는 중부지방에 집중되어 충북 쪽의 피해가 심각하다. 비 오는 걸 막을 수는 없겠지만 폭우는 피할 수 있을 텐데 지구 온난화, 문명의 발전, 사람의 욕심이 자꾸 인재를 만든다. 모쪼록 피해 입으신 분들이 회복되길 바라고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께 마음 깊이 위로를 전한다.


파주의 7월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벼를 볼 수 있다. 반가운 백로들이 벼 사이로 가끔 고개를 들고 경계를 하다 이내 머리를 숙이고 벌레 사냥을 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풍경이지만 이 풍경이 늘 좋다. 비가 잠시 멈췄지만 하늘은 온통 회색과 흰색이 섞인 잿빛이다. 다행히 간간히 스며 나오는 빛이 없었으면 아침인지 늦은 오후인지 몰랐을 것 같다. 


2주간 진행됐던 작업실 준비가 거의 끝났다. 이제 남은 쓰레기와 차에 다시 실을 짐만 정리하면 다 끝난다. 그런데 작업실 바로 위층이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했다. 이른 아침부터 스카이차가 와서 창문틀을 제거하고 있다. 한동안 소음 생활은 불가피할 것 같다. 8월이 되어야 주변 환경이 좀 조용해질 것 같다. 그래도 2년여 만에 다시 마련한 작업실이라 몸은 피곤하고 힘들지만 매일매일이 감동이고 감사다. 비록 반 셀프 공사를 하면서 가뜩이나 좋지 않았던 손가락이 더욱더 쑤시고 아프지만 좋은 걸 하나 얻었으니 내 것도 하나 내놔야 하는 게 세상 이치니 그런대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나.



글을 쓰고 있는 중에 먹구름이 조금씩 개이고 있다. 빛이 주는 힘이 얼마나 큰지 모른다. 조금씩 밝아지는 아침 시간이 감사하다. 이상하게도 일이 없는 7월이지만 살아 있으니 다시 힘을 내야겠다. 일할 곳이 없어서 힘들다는 핑계는 이제 통하지 않으니까. 비 갠 후 천천히 스며드는 빛이 어느새 찬란한 빛이 되는 것처럼 내 일도 꿈도 다시 찬란해지길, 아니 찬란해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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