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성연 님을 기리며
어느 날 자동차 광고를 보는데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노래가 정말 좋았다. 듀엣이었는데 남자 가수는 박효신이었고 여자 가수는 나이 지긋하신 여성분이었다. 30초 정도밖에 안 되는 그 짧은 시간에 들었던 노래의 한 소절은 편안하고도 깊이 있었고 무거웠다.
그 여성 가수가 궁금해 검색을 해보니 박성연이라는 재즈 가수였다. 좀 더 자세히 검색을 해보니 우리나라 1세대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다. 70년대에 신촌에 '야누스'라는 재즈 클럽을 열어 재즈인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었던 정말 시대를 앞섰던 분이었다. 미 8군 오디션에 합격한 후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그 후 평생 재즈의 길을 걸으셨다.
그런데 며칠 전 인터넷 기사를 보다 박성연 님께서 타개하셨다는 소식을 보았다. 77세. 아직 더 사셨어도 될 나이인데 벌써 가셨다. 기사를 보고 한동안 마음이 참 무거웠다. 그 어려운 시절 우리나라에서 재즈라는 장르를, 그것도 여성이 한다고 했을 때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후에 생전 인터뷰 기사를 찾아보니 클럽을 운영하는 것이 남들은 힘들지 않냐고 했지만 정작 본인은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행복이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 힘들어도 낙심되어도 그것에 만족하며 사는 삶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요새 한 달을 어떻게 버티며 살 수 있을까 매일 고민하며 살고 있다. 행복이란 단어는 멀리 팽개치고 그저 오늘을 버텨야 하는 이 시대의 삶이 참 힘겹다.
'바람이 부네요'는 임인건 님이 작사, 작곡을 했다. '하도리 가는 길'도 작곡하셨는데 요새 이 두곡이 참 좋아서 계속 듣고 있다. 삶은 마음을 열고 서로를 보는 것, 지난 추억은 기억할 수 있는 것이 행복임을. 노래를 들으며 배우고 있다.
코로나 19로 어려운 이 시기 예술 분야에 있는 분들이 참 힘들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도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요새 무척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 모두 힘을 내어 버티면 좋겠다.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고 연주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어 지치고 힘든 삶을 사는 오늘 우리에게 잘 살고 있다고 위로해주면 좋겠다.
고 박성연 님을 기리며 임인건 님의 음반 재킷을 부족한 솜씨로나마 그림으로 그려 헌정하고자 한다.
바람이 부네요 춥진 않은가요.
밤 깊어 문득 그대 얼굴이 떠올라
가슴 뛴 그대 미소 떨리던 그 목소리
많은 상처에 얼어붙은 내 마음 감쌌던
산다는 건 신비한 축복
분명한 이유가 있어.
세상엔 필요 없는 사람은 없어 모두
마음을 열어요. 그리고 마주 봐요.
처음 태어난 이 별에서 사는 우리
손 잡아요.
처음 태어난 이 별에서 사는 우리
손 잡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