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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찾아온 행운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다.

by 원석

오래전 카카오에서 브런치를 론칭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웠다. 오직 글에 집중한 모습이 좋았다. 이런 플랫폼을 기다렸었는데 어쩜 그렇게 내 맘을 알았는지 브런치의 탄생은 날 설레게 했다. 그동안 꽤 글을 쓰고 싶었고 블로그,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지만 온전히 글에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 늘 마음에 걸렸다. 그러던 중 브런치 론칭 소식을 들었고 무턱대고 작가 신청을 했다. 퇴짜를 맞았다. 열정이 객관적 사실을 앞서지는 못 했다.


그리고 몇 년 후 작년 즈음 다시 한번 도전을 했다. 특별히 더 상황이 좋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도전을 했고 다시 낙방을 했다. 두 번 떨어지니 자신감도 없어지고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글을 남기고 싶은 마음은 여전해서 차선책을 찾아봤다. 오랫동안 묵혀 두었던 티스토리가 생각이 났다. 티스토리에 다시 글을 쓰고 사진도, 그림도 올리고 나름 이렇게 저렇게 올려봤다. 티스토리가 꽤 오랫동안 변화하지 않다가 그즈음에 새롭게 판올림을 한 상태라 이전보다 더 좋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왜 그럴까.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생각해 보니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길들여진 글쓰기가 문제였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길 바랐던 마음이 많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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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이유를 차치하고서라도 티스토리는 나와는 잘 맞지 않았다. 소셜미디어에 내 생각을 남기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좋아요에 반응을 하는 나 자신도 싫었기에 편하게 쓰되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브런치를 더욱 기대하게 됐다. 브런치에 뜨는 글들을 보며 공감하기도 하고 또 나누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 그러다 며칠 전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라는 글을 보았고 혹시 하는 마음에 다시 작가 신청을 했다. 예전에 신청할 때는 내 발자취, 쓰고자 하는 글 방향에 대한 부문만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엔 작문까지 해서 글을 보내는 방식이다. 그동안 조금 바뀌었나 보다.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다. 브런치에 글을 쓴다면 이렇게 쓰고 싶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1인 그래픽 디자인 회사를 파주에서 하게 된 이야기를 썼다. 그리고 신청했다.


그리고 며칠 후 저녁 시간, 휴대폰 메일 알림이 떴다. 브런치 작가 합격 메일이다.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답이 왔다. 뛸 듯이 기뻤다. 이제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글쓰기 좋은 날이 계속된다. 비 오는 날 찾아온 행운. 브런치 작가로 이제 첫 발을 내딛는다. 서툴고 볼품없는 글이겠지만 디자이너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덤덤하게 남기고 싶다. 오늘을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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