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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말잇기를 해봐요. 위기-

위기? 기회!

by 원석

코로나 19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방역 수준이 2.5로 강화되었다. 영세업자인 1인 디자인 회사는 도무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8월은 근로장려금, 자녀장려금으로 도움을 받았고 코로나 19 긴급고용안정지원금까지 받아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넘겼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며칠 전 문자 한 통이 왔는데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이 중복지급이 되어 환수 조치한다고 말이다. 오후엔 상담원에게 전화가 와서 오전에 보낸 문자 잘 확인했냐고 묻는다. 난 어떻게 중복지급인지 물었고 지원 후에 다시 환수하는 게 어딨냐고 따졌지만 알바생인 듯한 상담원은 그러게 왜 중복 지급금을 썼냐고 한다. 어이가 없었다. 지급을 하니까 썼지 이제 와서 중복이라고 하고선 왜 썼냐니.


울화통이 터졌다. 상담원에게 원하는 서류 다 첨부하고 한 달 반 기다렸다 받았는데 이게 왜 내 탓이냐고 따졌다. 상담원은 짜증이 났는지 할 말만 하고 후다닥 전화를 끊었다. 다시 그 번호로 전화를 해도 연결이 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에 아무리 전화를 해도 통화 중이다. 심지어 나중엔 없는 전화번호라고 한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가뜩이나 운영이 힘든 요새 이런 일이 일어나 너무 마음이 안 좋다. 오늘은 종합소득세를 내는 마지막 날이다. 원래 5월 말일까지인데 코로나 19로 8월까지 연장이 되었다. 내야 할 건 많고 들어오는 건 없다. 9월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 아닌 기대가 된다. 매주 로또에 작은 희망을 걸어 보고 있다. 버텨야 하는데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하다.




그래도 이 시간이 아주 안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렇게 몇 개월간 너무 어렵다 보니 운영하고 있는 디자인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조금씩 방향성이 잡혀가고 있다. 그리고 조금씩 실천해가고 있다. 나만의 브랜딩, 콘텐츠를 확립하고 준비하는 것. 미루고 미루던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일이 많을 땐 바빠서 지나쳤던 일들을 지금은 하루하루 마주하고 있다. 관련 서적들을 사서 꼼꼼히 읽어 보며 배움의 시간으로 채우고 있다. 위기가 기회란 말. 참 많이들 한다. 위기는 위기다. 위기가 기회로 저절로 바뀌진 않는다. 다만 위기를 기회로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순전히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위기다. 소리 없는 전쟁터 한 복판에 서 있는 것 같다. 언제 떨어질지 모를 폭탄을 두려워하며 서 있다. 주변에 엄폐할 곳도 없이 24시간이 흘러간다. 이 위기에 난 어디로 뛰어가야 살 수 있을까. 뛰어간다면 살 수 있을까. 어디까지 뛰어가야 할까. 수많은 고민을 안은 채 오늘도 살아간다. 살아 있는 것만도 감사하지만 이제 살아가야 할 때인 듯싶다. 살아보자.


매일 하루 한 장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좀 더 젊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지만 지금은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을 해보려고 한다. 과거의 모습들을 참 좋아한다. 그 시간들을 그림으로 기록하고 있다. 매일 그리는 이 한 장의 그림이 1년 뒤, 2년 뒤에는 책으로 출간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오늘도 여름은 깊어 가고 논의 벼는 무르익어가고 있다. 계절이 지날 때 나도 그렇게 잘 익어가기를. 그리고 다시 가을, 겨울을 의연히 맞이하길. 오늘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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