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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터

그 시대, 어머니

by 원석


사진작가 한영수(1933-1999) 님의 옛 사진을 보고 그린 그림이다. 원본 사진은 흑백이라 그림처럼 일몰 느낌이 없는데 그리다 보니 그림자 길이가 해 질 녘인 것 같아 색을 더해봤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침엔 동쪽 해가 세상을 비추지만, 오후가 되면 서쪽 해가 세상을 덮는다. 난 그 시간이 참 좋다.

빨래터 풍경을 그리며 그들의 일상이 얼마나 고될까 생각을 했다. 요즘처럼 세탁기는 커녕 상수도도 없는 곳에는 지게로 물을 날라야 했고 매끼 식사를 준비해야 하며 빨래는 기본이요 푼돈이라도 벌어볼 양 장에 나가 물건도 팔고, 밤이면 삯바느질로 생계를 이어나갔던 그 시대 어머니들. 9살만 돼도 동생을 업고 다니고 밥도 해야 했던 어린 여자아이들. 그 시대는 그랬다. 그저 그게 삶이려니 하고 살았다.


@원석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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