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야쿠르트

딱 한 병의 맛

by 원석


어릴 적 나는 야쿠르트를 무척이나 아니 광적으로 좋아했다. 딱히 기억나는 일은 없지만 부모님의 말을 들어보면 거의 차대기에 야쿠르트 병을 모을 정도였다고 한다. 형편이 넉넉해서 그리 먹은 건 아니었다. 작은 병에 든 딱 그만큼의 야쿠르트가 참 맛있었다. 그래서 아직까지 소화 하나만큼은 잘 되는 것 같다. 가끔 욕심을 부려 대접에다 야쿠르트 3개를 부어 한 번에 많이 먹어보지만 이상하게 하나를 먹었을 때의 맛이 안 난다. 작은 야쿠르트 병 입구에 입을 모아서 대고 쭉 들이킬 때의 그 맛. 그 한 모금이 주는 짜릿함이 묘하다. 군 시절 운전병이 보직이었고 군종병을 겸했었다. 주일 오전 예배를 마치고 예배당에서 나오는 사병들에게 나누어줄 야쿠르트를 큰 주전자에 담아 스테인리스 컵에 따라 주었다. 초코파이 하나와 함께. 그 맛도 참 별미였다. 왜 그럴까. 야쿠르트는 잘 차려 먹는 음식이 아니다. 그저 한 모금, 꼭 먹어야 할 때 그때 먹었을 때 그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야쿠르트 배달 모델의 옛 사진을 발견하고 오랫동안 두었다가 이제야 꺼내 보고 그려봤다.



@원석그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한남동 나루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