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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꾼

박수받아 마땅하다

by 원석


지금은 찾아볼 수 없지만 예전에 동대문에 가면 가끔 지게꾼이 보였다. 오토바이로 퀵을 하는 시절에 지게꾼이라니.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게꾼이 아주 이상한 것 같지는 않다. 오토바이가 갈 수 없는 곳에 갈 수도 있고 좁은 길도 웬만하면 다 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림은 60년대쯤 지게꾼 사진을 보고 그렸다. 양은 냄비, 솥을 한가득 싣고서 열심히 사는 지게꾼.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남루한 인생이라고 해도 지게꾼이 없었다면 이 일을 누가 할까. 늘 키보다 훨씬 높은 짐을 싣고서도 힘차게 걷던 지게꾼을 보니 괜스레 나약한 내 모습이 보인다. 부자가 되고 싶고 돈이 많아야 성공한 것 같고 잘 산다고 인정받는 이 세상에서 지게꾼은 어느 지점 정도에 있을까. 크든 작든 간에 땀 흘리며 매 분 매 초 열심히 사는 그 누군가는 모두 박수받아 마땅하다. 요새 먹고살기 힘든데 투잡으로 배달일이나 해볼까 고민하고 있다. 물론 만만히 보는 건 아니다. 20대 때 꽤 오랜 시간 오토바이 퀵을 해봤으니 말이다.



@원석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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