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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나루터

조금 늦으면 어때

by 원석


60년대 한강. 한남동과 강남 사이를 이어주던 나룻배. 요새는 자동차나 전철을 타고 그냥 쉽게 지나갈 수 있지만 그때는 배를 기다리고 사람이 모여야 강을 건널 수 있었다. 그것도 천천히. 거의 물에 잠길듯한 배와 넘칠 것 같은 사람들. 모두 각자의 용무와 사연을 가지고 올라탔다. 지금이야 빠르게 건널 수 있는 한강이지만 과연 그것이 꼭 좋은 것일까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인터넷으로 세계의 거의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고 편리한 교통수단으로 어디든 빠르게 갈 수 있지만 그만큼 생각할 시간은 줄어드는 것처럼 말이다.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있다. 요새는 그런 시간이 반갑기도 하다.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도착하는 택배를 경험하며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 좋지만 한편으로는 점점 기다리지 못하는 나를 본다. 우리는 얼마나 더 빨라질까. 한남동 나루터를 그리며 생각한다.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기다리면 안 될까.

조금 늦으면 어때.



@원석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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