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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텍스트부터

디자인 의뢰할 때 이렇게 하세요.

by 원석

제가 일하는 사무실은 한가로운 주택가 1층에 있는데 지역 주민이나 오프라인을 통해 들어오는 일은 거의 없고 주로 웹사이트나 소개를 통해 일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커피를 좋아해서 핸드드립으로 직접 내려서 마시는데 책상이 창 밖을 향하고 있어서 꼭 카페에서 일하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기분 좋은 사무실이죠. 그런데 가끔 카페에서 일하던 생각나요. 적절한 소음과 긴장감이 오히려 작업을 집중하게 되는데 그런 기억 때문인지 가끔 카페에서 일하고 싶기도 합니다. 예전에 사무실이 없을 때 카페에서 일을 많이 했는데 늘 15인치 맥북프로를 들고 다니던 힘든 기억이 있어 막상 카페로 한 번 가볼까 하다가도 짐 챙기고 풀고 하는 것이 귀찮아서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자 그럼 하고자 하는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디자인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소통입니다. 상대방의 생각을 잘 이해하고 내가 구현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제안하고 프로젝트를 완성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참 녹록지 않습니다. 우선 고객이 올바른 방향으로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단순히 일을 받아서 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객이 디자인을 통해 좋은 효과를 보려면 디자인의 퀄리티를 떠나 먼저 방향 설정이 잘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방향 설정을 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텍스트가 필요합니다.


디자인은 텍스트부터 출발합니다. 텍스트가 완전히 잘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방향은 산으로 가게 되고 디자인은 바다로 가게 됩니다. 디자인을 하다가 텍스트를 살짝 바꾸는 경우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텍스트는 기획 단계에서 거의 확정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올바른 디자인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고객이 기획을 잘하지 못합니다. 생각은 있는데 내용을 정리하지 못하는 거죠. 그리고 그게 어떤 이미지로 이어질지도 예상을 못하기 때문에 원하는 생각을 올바른 내용으로 정리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광고 의뢰인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잘 정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텍스트로 완성해야 하고요. 완성해야 합니다. 대충 밑그림으로 맡기면 안 됩니다. 그렇게 텍스트가 완성이 됐을 때 디자인이 그 텍스트를 돕는 것입니다. 텍스트가 디자인을 돕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텍스트는 중요합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 디자인을 의뢰해야 할 일이 있을 경우 꼭 명심하십시오. 디자인은 텍스트부터 출발합니다. 영화를 찍기 위해 먼저 시나리오가 나와야 하고 후에 정확한 대본이 나와야 영화를 시작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디자인도 시나리오와 대본이 완성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단순히 디자인을 맡기는 것인지, 기획부터 디자인까지 함께 맡길 것인지도 정해야 합니다. 의뢰인이 기획에 자신이 없다면 디자인 스튜디오와 상의를 해야 합니다. 대충 밑그림 그려놓고 이 정도로 해주세요. 가 아니라는 얘기죠. 불확실하다면 처음부터 의논하고 방향을 설정해야 합니다. 디자인을 어떻게 의뢰하는가에 따라 디자인의 퀄리티가 달라집니다.



기획자가 알아야 할 디자인 진행 순서

1. 전하고자 하는 내용의 텍스트를 완성한다.(단순히 정리가 아닙니다)

2. 텍스트를 완성하지 못한 경우 디자인 스튜디오(또는 담당 디자이너)와 상의한다.

3. 텍스트를 완성 후 디자인 방향을 설정하고

4. 구체적인 디자인 시안을 주고받는다.

5. 수정하고 완료한다.



위 진행 순서는 사실 그다지 복잡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뭐 별 거 없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단순한 사실을 많은 사람이 올바로 실행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디자인은 텍스트부터 출발합니다. 그래야 디자인이 됩니다. 텍스트를 완성해서 일을 진행하는 것과 텍스트가 미완성인 상태에서 기획부터 함께 일을 진행하는 데는 비용적인 부분도 차이가 있습니다. 당연히 후자가 비용이 더 들겠지요. 많은 의뢰인이 이 부분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충 텍스트를 만들고 디자인하면서 수정한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텍스트 수정으로 디자인 방향이 바뀔 수 있고 작업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디자인 비용이 더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누구도 원하지 않는 이상한 디자인이 나오겠지요. 그렇다고 의뢰인이 무조건 텍스트를 완성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없을 경우 디자인 회사와 상의해서 기획 단계부터 함께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물론 비용은 더 들 수 있지만 처음부터 방향 설정을 잘 못하면 나중에 시간이 더 들 수가 있고 그에 따른 비용도 추가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잊지 마세요. 디자인은 텍스트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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