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가 있는 날은 운 좋은 말
사람이 너무 많아 버스를 그냥 보내야 했던 시절. 매연 냄새 풀풀 나는 버스 정류장엔 담배 피우는 아저씨, 짐보따리 머리에 이고 있는 아주머니,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있는 학생 등이 모여 이번엔 버스를 탈 수 있을까 생각하며 버스가 서는 곳에 따라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파도처럼 철썩였다. 승용차는 꿈도 못 꾸던 우리 집은 시장에 가든 친척집에 가든 언제나 버스를 이용했다. 심지어 난 버스 기사가 운전하는 걸 어깨너머로 보고 운전을 익혔을 정도다. 만원 버스에 운 좋아 자리라도 나서 앉으면 어찌나 몸이 노곤노곤 기분 좋은지 그날은 운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