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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날

문득 옥상에 올라가

by 원석

늦은 낮과 이른 저녁의 중간 시간

옥상에 올라갔다.

저녁 공기가 동네를 감싸고

멀리 보이는 아파트는 협탁 위 조명처럼

불을 밝힌다.

집 앞 교회 첨탑 십자가는

무던하고 무던하게

꿈쩍도 않는다.

누가 보아야 할까.

파란 공기를 뚫고 솟은 십자가는

오늘도 시리다.

마음에 가득 고인 찐득한 것들이

언제쯤 씻겨질까

십자가만 멍하니 바라봤다.

적당히 있다가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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