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이 끝나고
2021년 5월 13일 아내가 수술대 위에 올랐다. 아침에 아이들 챙기고 병원에 서둘러 간다고 갔는데 수술은 예정보다 빨리 진행됐다. 결국 수술 전 아내의 얼굴을 못 본 채 병원에 도착했다. 오전 10시에 수술 시작한다고 문자 메시지가 왔다. 그리고 오후 4시가 되어야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로 이동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6시간의 수술. 자궁, 나팔관, 난소, 임파선, 복막을 제거했다. 30여분 뒤 아내가 회복실에서 나왔다. 깊은 잠이었을 거다. 생사를 의사의 손에 맡긴 채 몸을 열고 긴 시간을 버텼을 아내를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안쓰러움, 미안함, 대견함, 감사함.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수술 후 상주 보호자는 한 명만 가능한데 난 아이들을 돌봐야 해서 장모님께서 코로나 검사를 받으신 후 이틀간 아내와 함께 계셨다. 회복하는 몇 주간 비뇨기에 이상이 생겼다. 의사는 자궁 수술을 할 경우 흔히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한다. 결국 왼쪽 신장에서 방광으로 가는 요관이 문제가 있어 시술을 해야 했다. 그래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다. 예상치 못 한 문제는 퇴원 후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다. 이 고통이 참 크다.
수술 후 병원 생활은 생각보다 길었다. 검사 입원 후 잠깐 집에 왔다 갔지만 수술 후 회복, 각종 검사까지 하느라 한 달이 걸렸다. 퇴원 후 6월 11일 1차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첫날이라 약이 많다고 한다. 6시간 동안 주사를 맞았다. 독하디 독한 항암 치료제를 맞는 동안 아내는 잘 버텨줬다. 그런데 다음 날부터 다리 저림 현상과 더불어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 지독한 변비로 고생을 하고 피부발진으로 가려움이 극심해졌고 2주 차가 되니 아니나 다를까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빠진다. 예상은 했지만 머리카락만큼은 빠지지 않았으면 했는데 여지없다. 봐주지 않는다. 독한 항암치료제는 암세포와 더불어 빨리 자라는 세포들 또한 함께 죽인다. 그래서 부작용이 많다. 그 부작용을 견디기 위해 영양섭취를 잘해야 한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것이 이토록 힘든 일이 됐다. 가족이 함께 있지만 고통은 오롯이 아내의 몫이다.
두 달여 동안 너무 큰일이 아내에게 왔고 함께 견뎌내고 있다. 암 수술 후 아내를 돌봐야 했기에 사무실을 결국 정리했다. 우여곡절 끝에 얻은 첫 사무실이었기에 좋은 추억이 참 많았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려놔야 했다. 몇 가지 가전제품은 새로 들어 올 세입자에게 팔고 나머지 짐은 교회 집사님이 도움을 주셔서 창고에 임시 보관 중이다. 늦지 않게 찾아와야 할 텐데 걱정이다.
이제 이번 주 금요일이면 항암 2차 주사를 맞는다. 3주 간격으로 총 6회를 맞아야 하고 끝나면 임상실험 주사를 6주 간격으로 6번을 맞아야 한다. 계산해 보니 1년이다. 그렇게 끝나면 좋으련만 이어서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암세포가 전이되지 않게 항암치료를, 암세포가 재발하지 않게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 큰 고비를 넘기면 작은 고비가 있어야 하는데 계속해서 큰 고비가 턱턱 막혀있다.
아내가 탈모가 심해져 결국 오늘 삭발을 했다. 집에 전기 이발기가 있어서 내가 밀어줬는데 처음엔 12mm 그리고 9mm, 6mm, 3mm로 밀다가 안 되겠어서 1mm로 밀었다. 짧은 머리를 보고 있자니 너무나 많은 생각이 났다. 아내의 마음이 어떨까. 누군가는 항암 치료 끝나면 다시 나는 거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어디 본인 마음이 그걸 안다고 해서 안 좋은 마음이 좋아질까. 여성으로서 참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그래도 마음 다잡으며 삭발한 아내가 안쓰럽고 고맙다. 시간이 빨리 지나 힘 있는 머리카락이 새로 나면 좋겠다.
몇 줄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두 달여. 오늘도 기도한다. 아내가 아프지 않게 완전히 치유되기를. 재발하지 않고 완치되기를. 그동안 잘 견디기를. 경제적으로 힘든 시간들을 지혜롭게 잘 이겨내기를.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