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둥이 성장기
둘째 유민이는 이른둥이로 태어났다. 세상이 궁금했는지 엄마 뱃속에서 서둘러 8개월 만에 나왔다. 아니 꺼냈다고 하는 게 맞겠다. 몸무게는 894g. 설탕 1kg도 안 된 작은 몸으로 태어난 유민이는 엄마 품에 한 번도 안기지 못 한 체 인큐베이터에 들어갔다. 그래도 8개월 동안 엄마랑 같이 있었는데 갑자기 생이별이라니. 그것도 태어나자마자. 유민이는 작은 천으로 꽁꽁 싸매어 있었다. 안아주지 못하니 그렇게 할 수밖에…. 작디작은 몸과 가느다란 팔다리로 버티고 버틴 유민이는 6개월 동안 인큐베이터에서 생존했다. 얼마나 엄마품이 고팠을까. 얼마나 아빠품이 그리웠을까. 얼마나 형아 손길을 기다렸을까. 갓난아기에게 첫 6개월은 세상을 온몸으로 느끼는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유민이는 혼자 버티고 싸웠다. 심장에서 폐로 가는 혈관을 묶는 동맥개존술 수술을 했고 오랜 시간 산소호흡기 도움을 받아야 했던 유민이는 지금도 폐와 시력이 좋지 않다. 하지만 항상 그랬듯이 유민이는 잘 이겨내고 있다. 또래보다 1년 늦게 학교에 들어간 유민이는 비록 친구들보다 한 살 많지만 늘 유쾌하다. 이제 중학교 1학년이 됐다.
유민이가 태어날 때부터 엄마 아빠만큼 마음 졸이고 옆에서 지켜보며 함께 했던 우리 큰 아들 지민이. 동생의 아픔 때문에 늘 엄마 아빠와 함께 병원에 다녀야 했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지민이. 이제 둘 다 제법 커서 신나게 놀다가 또 다투다가 한다. 다툴 때면 혼내기도 하지만 그래도 얼마나 감사한가. 다툴 수 있는 형제가 있다는 것이.
지난주에 오랜만에 신촌 세브란스로 외래를 갔다. 마지막 병원 외래가 유민이가 9살 때인 2015년이었는데 6년 만이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 소아과 김경원 교수님은 유민이가 병원생활을 하는 동안은 물론이거니와 퇴원 후에도 늘 외래를 봐주셨던 선생님이다. 오랜만에 유민이를 본 선생님은 유민이가 정말 많이 컸다 하셨고 우리도 오랜만에 뵌 선생님이 참 반가웠다. 몇 가지 검사 결과 일반인의 폐기능 평균이 100%라면 유민이는 70%란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쭉 70%다. 잘 크고 있다고 담당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더 떨어지지 않고 70%를 계속 유지하며 성장했다는 것이다. 요새 아내의 갑작스런 큰 아픔이 있어 가족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그때처럼 다시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 지금 그리고 내일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