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겠지만
어머님이 어제저녁 살구를 주셨다. 그것도 아주 많이. 생각해주셔서 고맙지만 이렇게 많이 주시면 참 곤란하다. 이걸 언제 다 먹을까. 사과나 방울토마토처럼 익숙한 맛이면 덜할 텐데 살구라니. 어머님도 지인이 두 상자를 주셔서 너무 많아 우리한테 한 상자를 나눠 주셨다. 어쨌든 이걸 언제 다 먹을까 한참을 바라본다. 잘라서 얼음을 넣어 화채처럼 먹을까. 쓱 씻어서 통째로 먹을까. 아님 담가서 청을 만들어야 할까. 하지 않아도 될 고민이다. 가끔 지인이나 부모님이 먹을 걸 갖다 주셔서 고맙지만 가끔 너무 많아 버거울 때가 있다. 이번 살구가 그렇다. 상태를 보니 상급은 아니다. 무른 것도 보이고 상한 것도 보인다. 이왕이면 좋은 품질이면 좋겠지만 어디 그냥 받는 데 할 말이 있나. 아무튼 뭐든 적당한 게 좋은 것 같다. 아무리 좋은 것도 적당한 게 좋은데 하물며 좋지 않은 것은 더욱 그렇다. 마지막엔 상하거나 남아서 버리는 경우가 많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내게 적당히 오면 좋겠다. 아무튼 오늘 점심을 먹고 살구를 먹어봐야겠다. 당분간 손이 미끌거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