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 할아버지와 아이
옛날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렸다. 할아버지의 눈이 되어 함께 걸어가는 아이. 가끔 생각해본다. 만약 앞이 안 보인다면 어떨까. 눈을 감아본다. 앞으로 이렇게 못 뜨게 되면 어떨까 생각이 들어 아찔해진다. 단 몇 초 눈을 감았는데도 두려워 금세 눈을 뜬다. 내 앞에 뭐가 있는지 분명 알고 있는데도 의심이 든다. 앞이 안 보인다는 건 그 어떤 일보다 무서운 일이다. 그래픽 디자이너인 내겐 더욱 그렇다.
사람은 평생 눈을 뜨고 살 수 없다. 몇 초에 한번씩은 꼭 깜빡거려야 하고 잠을 자기 위해서는 꼭 눈을 감아야 한다. 앞을 못 보는 건 두려운 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앞을 보기 위해선 눈을 감아야 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앞을 보기 위해서 때론 앞을 보지 않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럼 무엇을 봐야 할까. 편견을 걷어내고 진실을 보는 것. 그게 필요하다. 눈이 건조해지지 않기 위해 깜빡거리지만 신은 어쩌면 세상을 다시 한 번 잘 보라는 의미로 그 찰나를 만들지 않았을까.
요즘 같은 세상에서 진짜 봐야 할 게 뭐고 보지 말아야 할 게 뭔지 모를 때가 너무 많지만 그래도 눈을 깜빡이고 잠이 들 때 가끔 생각하면 좋겠다. 뭘 봐야 할지. 무엇을 보지 말아야 할지.
<오늘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