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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석 Sep 02. 2021

보이지 않아도

장님 할아버지와 아이

옛날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렸다. 할아버지의 눈이 되어 함께 걸어가는 아이. 가끔 생각해본다. 만약 앞이  보인다면 어떨까. 눈을 감아본다. 앞으로 이렇게  뜨게 되면 어떨까 생각이  아찔해진다.    눈을 감았는데도 두려워 금세 눈을 뜬다.  앞에 뭐가 있는지 분명 알고 있는데도 의심이 든다. 앞이  보인다는   어떤 일보다 무서운 일이다. 그래픽 디자이너인 내겐 더욱 그렇다.


사람은 평생 눈을 뜨고 살 수 없다. 몇 초에 한번씩은 꼭 깜빡거려야 하고 잠을 자기 위해서는 꼭 눈을 감아야 한다. 앞을 못 보는 건 두려운 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앞을 보기 위해선 눈을 감아야 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앞을 보기 위해서 때론 앞을 보지 않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럼 무엇을 봐야 할까. 편견을 걷어내고 진실을 보는 것. 그게 필요하다. 눈이 건조해지지 않기 위해 깜빡거리지만 신은 어쩌면 세상을 다시 한 번 잘 보라는 의미로 그 찰나를 만들지 않았을까.


요즘 같은 세상에서 진짜 봐야 할 게 뭐고 보지 말아야 할 게 뭔지 모를 때가 너무 많지만 그래도 눈을 깜빡이고 잠이 들 때 가끔 생각하면 좋겠다. 뭘 봐야 할지. 무엇을 보지 말아야 할지.


<오늘 그림>

@원석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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