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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줌마 Jun 27. 2023

캐나다 정착에 실패하는 이유

내가 미술을 가르치는 아이들 대부분 ‘자녀무상교육(부모가 유학생인 경우 자녀의 학비는 면제)’의 혜택을 누리려고 부모님(특히 어머니)이 유학생으로써 아이들을 데리고 오신 경우가 많다. 내가 유튜브로 이곳 캐나다 현지 사정에 대한 정보를 드리다 보니 나를 신뢰하시고 따로 정착을 도와달라 요청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은데, 그러다 보니 여러분들의 정착을 도와드리며 적응해 가시는 과정을 지켜보게 되었다. 캐나다 생활에 잘 적응하시고 생활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도 있었다. 캐나다행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이렇게 정착에 실패하시는 이유에 대해 한 번쯤 짚어드리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나름 정리해 본다.    


자동차는 사지 않겠다!  

캐나다의 중소도시의 대중교통은 참으로 보잘것이 없다. 시내버스는 30분에 한 대 오고, 전철이나 지하철은 당연히 없다. 버스 노선도 많지 않고 이런저런 이유로 제 때 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구글맵에서 도보 30분 거리라고 나온다면 자동차를 제외하고는 그 도보 30분이 가장 빠른 수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같은 거리를 대중교통으로 가려고 할 때, 버스를 기다리고, 갈아타고 하다 보면 대부분 4-50분 이상 걸리는 것은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처음 캐나다 땅을 밟은 다음 날, 렌터카를 빌리기 전 일부러 버스를 타고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슈퍼마켓에 다녀왔었다. 혹시나 차가 없이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일부러 나가 본 참이었다. 하지만 차로 8분 거리를 1시간 만에 다녀오고 나서는 바로 이곳의 현실을 알게 되었다.

대중교통이 안 좋아 차가 필수라고 여러 사람들이 이야기하는데도 굳이 차 없는 생활 고집하시는 분들도 있다. 운전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라면 정말 어쩔 수 없지만 그게 아니라 경제적인 이유라고 한다면 생각해 볼 문제이다. 차가 없으면 단순하게 식료품을 사기 위해 시장을 보는 문제에서부터 아이들의 방과 후 스포츠 활동,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리는 문제, 가족이 지인을 방문하거나 하는 등 가족들의 생활 반경 전반에 걸쳐 문제를 야기한다. 창살만 없지 집에 갇혀 사는 감옥살이 같다고 말하시는 분도 보았다. 아이들조차 교통편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외부활동에 소극적이게 되고, 아이들을 실어 나를 수 없으니 예체능 등 사교육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가족들이 함께 외출을 한 번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된다. 더구나 캐나다의 겨울은 한국보다 더 춥고 훨씬 더 길다. 추운 날씨와 싸우며 30분에 한대인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본인들의 방식을 고집하셨던 분들이 결국 1년 만에 돌아가시며 ‘차를 사라는 충고를 들을 걸 그랬다’고 하셨다. 아이들이 활동에 제약이 있다 보니 집에서 게임만 더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캐나다라고 해서 낯선 주택은 싫어.
나에게 익숙한 아파트에 살겠다!

아이들을 데리고 오셨으면서 주거지역이 아닌 상업지역 즉 다운타운 같은 곳의 아파트를 고집하시는 분들이 있다.  아파트가 주택보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렌트비나 유틸리티 비용이 조금 저렴하긴 하다. 그런데 정착해서 ‘잘’ 사는 것이 단순히 경제적인 관점으로만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캐나다에서 가족단위가 거주하는 가장 일반적인 주거 형태는 단독주택이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미혼의 직장인이나 유학생, 혹은 주택 생활을 정리하고 노후를 보내고 있는 노인 등이다. 이들 대부분은 ‘임시거주자’들이다. 유학가정 또한 거주 기간으로 보면 임시거주자일 수 있으나 아이들이 있는 한 마치 이곳에 영원히 살 주민(local people)인 것 같은 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아이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타운하우스(공동주택)에 정착하신 어떤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캐나다에 도착해 미리 렌트해 두었던 집으로 입주를 했는데 바로 다음날부터 아이들이 단지의 캐네디언 아이들과 어울려 놀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에게 캐나다 생활이 즐거운 것으로 생각되고,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씀하셨다. 남편 없이 아이들과 사는데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주택에 사는 것은 무섭다며 끝까지 아파트를 고집하셨던 어떤 분도 캐나다 생활 3개월 만에 주택을 렌트할 걸 그랬다고 후회한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있다. 사실 한국인들이 살만한 수준의 아파트 렌트비는 월 2000달러 이상(200만 원 이상)으로 침실이 3개인 2층집 타운하우스의 렌트비와 크게 차이가 나지도 않는다.



아이들 공부시키러 온 거야.
내가 영어를 할 필요는 없어!

영어권 국가에 살면서도 영어공부는 절대로 하지 않겠노라 고집하시는 분들이 있다.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서 잘 정착해 보겠다며 달려들어도 해가 갈수록 ‘역시 영어는 쉽지 않네요..’라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이런 분들은 아예 처음부터 시도할 마음이 없다. ‘어느 나라든 코리아타운에만 있으면 영어를 못해도 살 수 있다더라.’는 말이 사실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렇게 새로운 언어를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하는 증상이 과연 언어에만 국한될까? 사실상 언어 습득을 거부한다는 것은 '환경의 변화'와 그 '변화에 적응하는 노력'을 거부하는 한 가지의 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동네 커피숍 팀홀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영어조차 버벅대며 한없이 작아지는 나를 느끼게 되기에 외출도 꺼리게 되고, 혹시라도 경찰에게 딱지를 끊게 되면, 또는 작은 접촉사고라도 나면 영어를 못하는 상황에서 어찌할 수 있을지 두려워 운전하는 것도 움츠러든다. 이웃이 나에게 말을 건넬까 봐 재활용 쓰레기를 내놓는 날이면 옆집의 수다스러운 캐네디언 아저씨가 들어가기를 기다렸다가 몰래 나가기도 한다.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내가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이 머나먼 타국에 와서 이렇게 사나 싶다.

이들의 공통적인 증상이 향수병이다. 내 삶의 즐거움, 사람들과의 교제, 일에서의 성취 또 미래에 대한 희망.. 이 모든 것들이 과거에 있을 수밖에 없다. 이쪽 세계로의 문을 여는 열쇠가 영어이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은 향수병과 함께 우울증을 겪다가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하고 한국행을 택한다.

또 다른 경우, 변화와 그에 따른 적응을 거부하지만 향수병과 함께 우울증을 겪지 않는 애국적? 인 마인드의 사람들은 또 다른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은 무엇이든 한국과 비교하며 캐나다의 모든 것들을 한국보다 열등하다고 폄하한다. 불평을 입에 달고 살며 캐나다에서의 것은 물건 하나에서부터 사람들의 관습, 제도에 이르기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가치가 없는 것으로 열심히 매도한다.  여하튼, 이런 분들 역시 자신들 논리의 귀결대로 열등한? 캐나다를 가능한 한 빨리 탈출한다. 이솝우화 <여우와 신포도>가 생각나게 하는 사람들이다.



언제 어디서든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맹목적인 추종은 경계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맹목적 추종인지 유연한 적응인지 분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처한 환경에 맞추어 자신을 변화시키지 못한 동물들이 결국 멸종의 위기를 맞았던 자연의 법칙처럼, 현지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사정에 맞추어 나를 변화시키고 적응하는 지혜와 노력이 없다면 어느 곳에서든 살아가기 어렵다. 환경은 캐나다로 변했지만 한국에서처럼 똑같이 살겠다며 변화를 거부하거나 적응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그 결과는 자명하다. 어떤 곳의 생활 방식이 내가 살던 곳과 다르다면 왜 그렇게 된 것인지 이유를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하다. 이해가 동반된 변화는 무조건적인 추종이 아니라 지혜로운 적응이 된다. 세계 어느 곳에 살든  그렇게 정착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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