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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줌마 Jul 26. 2023

캐나다 유학맘으로 공부하며 아이들까지 돌볼 수 있을까

캐나다 여러 도시에서 유학생의 자녀에게 학비를 면제해 주는 자녀무상교육 혜택을 준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조기유학을 위해 여러 명의 아이들 학비를 내느니 엄마 한 사람의 학비로 엄마가 유학생이 되고 아이들은 무료로 학교를 보내려는 경제적인 이유로 엄마가 뒤늦게 학업을 하시는 선택을 하게 된다. 아이들 학비라고 해서 절대로 저렴하지 않고 거의 대학 등록금과 맞먹는 비용이기 때문에 엄마 한 명의 학비로 아이들 여럿이 이러한 혜택을 보는 것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캐나다 런던 또한 그러한 자녀무상교육의 혜택으로 많은 분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오신다.


공무원이신 분들은 부부가 함께 육아휴직+유학휴직 등을 하고 함께 오시기도 하지만 대부분 사기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많은 가족들이 아이들 유학을 위해 아빠가 한국에 남아 가족들을 부양하는 ‘기러기아빠’가 되고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캐나다에서 학업과 아이들 양육을 병행하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 시점에서 엄마들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영어도 못하는 내가 캐나다에서 대학 공부를 하며
아이들까지 잘 케어할 수 있을까?
 


캐나다에서는 학교 급식도 없어서 아이들 수대로 도시락도 매일 싸 보내야 하는데 나부터 학교도 다녀야 하고, 학교 과제도 해야 한다. 나의 학생 신분에 따라 아이들의 체류자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내가 힘들다고 해서공부를 쉽게 포기할 수도 없다. (내가 학생이기를 포기하는 순간 아이들의 무상교육 자격은 박탈된다) 애 낳고 키우며 공부와 담쌓고 지낸 지 오래이고, 고교시절처럼 머리가 쌩쌩 돌아가지도 않을게 분명하다. 엄마가 공부하느라 아이들은 돌보는 것은 뒷전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영어도 못하는데 학교 선생님과 상담 같은 것들은 어찌할 것이며, 나부터 영어를 못하니 아이들 학교 숙제 같은 것을 봐줄 수도 없다..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꽤 많은 엄마들이 이미 캐나다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라고 못하겠어’라고 생각하다가도 영주권까지 받았다는 엄마들을 보며 ‘그래도 그 사람들은 나보다는 학교 때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이었겠지’, ‘그래도 그 사람들은 나보다는 무엇인가 더 나은 사람들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며 나의 부족한 점들이 한없이 커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나에게 이메일을 보내거나 유튜브 댓글로 이런저런 걱정을 하소연하며 과연 자신이 잘할 수 있을지, 그런 계획을 가지고 캐나다행을 결정하는 것이 맞는지 묻기도 한다. 누군가 다 할 수 있다고, 당신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하다.


맞다.

당신도 할 수 있다.

나의 가까운 지인은 본인이 영어 한마디 못해서 입국심사에서 심사관에게 ‘너 영어가 그 모양인데 정말 여기서 공부를 할 수 있겠냐’는 말을 들으며 아이 셋을 데리고 캐나다에 입국했다. 하지만 지금 학교를 마치고 취업하여 영주권 승인을 앞두고 있다. 큰아이는 의대 진학을 앞두고 있다. 지금도 본인은 영어는 잘하지 못한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다 이루었다고 말한다.


반면 또 다른 지인은 캐나다 생활 1년 만에 포기하고 한국행을 택했다. 앞의 지인과 비교하면 조건이 더 좋았다. 남편까지 온 가족이 함께 왔고 아이들도 더 높은 학년이어서 엄마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고 수고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고 경제적으로도 더 여유로웠다. 기본적으로 학력도 더 사람이고 과거에 영어권 생활을 하며 영어도 어느 정도 했던 사람이다.


이런 걸 보면 역시 객관적인 조건들이 성패를 가름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어느 수준 이하의 조건으로는 비자 심사부터 통과할 수 없다(은행계좌 보유액을 제출해야 하므로). 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부족한 것 없는 환경이 캐나다에서의 삶을 버텨낼 동기를 빼앗기도 한다. 한국에 살든 캐나다에 살든 힘든 일은 겪기 마련이지만 높은 확률로 캐나다의 삶이 더 어렵다고 느낄 것이 분명하다. 낯선 환경 + 언어문제가 추가적으로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에 살다 보면 ‘다 접고 돌아갈까’를 생각하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쉽게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고 털어버리기도 한다.


그보다는 새로운 것에 개방적인 성향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역량이 더욱 중요한 듯하다.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사람들을 보면 새로운 것을 배우기를 마다하지 않고 남에게 의지하기보다는 스스로 움직하는 행동파이다. 어떤 일을 대할 때 투지도 있고 적극적이다. 영어 배우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 가장 일차적인 적신호이지만, 영어를 거부하고도 행동파+투지+적극성으로 모든 것들을 뛰어넘는 경우도 간혹 본다. (물론 이분들이 가게에서 물건을 주문하는 생존영어도 안 되는 수준은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시라 추천하는 것도 절대 아니다. 영어를 못하면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영역에서 훨씬 월등한 역량으로 커버해야 하고 그것도 쉬운 것은 아니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은 도시락이니 영어니 학교 상담이니 하는 각각의 상황들에서 내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대한 개별적인 해답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삶의 태도와 스타일이 어떠한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캐나다 생활에서 문제나 어려움이 언제나 우리의 예상 범위 안에서만 벌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환경에서든 헤쳐나가면 된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을 쏟아부을 의지와 체력이 있는가?’

'나는 불평하기보다는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는 편인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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