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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줌마 Jun 08. 2023

캐나다 살기좋은 곳은 백인 동네?

나는 유튜브로 이곳 캐나다의 현지 정보를 전하며 때로는 유학이나 이민 오시는 분들의 정착을 돕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런던에서 한국인이 가장 적은 지역은 어디인가요?”이다.

https://youtu.be/dopPv0tgKuY


런던에서 한국인이 가장 적은 지역은 어디인가요?

아이들의 영어 교육을 위해 캐나다행을 결정하신 부모님들이 한국인이 없는 동네의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고 싶어서 물어보시는 것 같다.


사실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시에서 한국인이 가장 적은 지역을 꼽자면 다운타운과 동쪽 지역일 것이다. 학군이 가장 안 좋고, 마약 하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범죄율이 높은 동네이기 때문이다. 런던에서 이들 지역이 백인 비율이 가장 높다. 이 동네의 학교의 학업 성취도가 낮은 이유도 부모들의 성분(?)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사람들이 살더라도 취학 연령의 자녀가 없는 사람들이 살고 있을 확률이 높다. 선호도가 낮다 보니 집값도 가장 저렴한 지역이다. 한국에도 이런 지역이 있다. 한국에서는 이런 지역의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싶어 하지 않으면서도 이곳은 캐나다이고 백인 비율이 높다는 이유로 한국인이 적은 지역이니 이런 지역에 정착하여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싶을까?

그렇다면 반대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은 어디냐. 학군이 좋고, 새로 지은 깨끗한 집들이 많은 북쪽이나 서쪽 지역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본인들은 이 지역의 팬쇼 칼리지 학생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신의 등하교, 아이들의 동선 등을 고려해 이동 거리가 너무 멀지 않은 북쪽에 정착하시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 지역은 한국인만 선호할까? 당연히 로컬 백인들이든, 중국계 이민자든, 중동계 이민자든 학군을 생각하고, 집들이 깔끔한지 생각하고, 주택가격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자녀 교육을 생각해서 그 동네에 살고 있을 이웃 주민들의, 그리고 그들 자녀들의 수준 등을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만이 이런 것들을 따지고 다른 나라 사람들은 다 눈이 멀어 이런 것과 전혀 상관없이 주거지를 선택할까?이런 장점들로 인해 한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은 당연히 ‘한국인만’ 많이 사는 지역이 아니라는 말이다. 다른 나라 출신 이민자들에게도 이런 지역은 좋은 지역이다. 한국인이 많으냐 적느냐로만 판단하려 한다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또 한 가지. 내가 사는 지역에 한국인이 전혀 없다는 말은 바꾸어 말하면 영어도 서툰 내가 자녀 학교에 관한 정보라든지, 그 지역에 관한 정보, 그 지역의 취업에 관한 정보 등을 공유하고 도움을 받을 한국인이 한 명도 없다는 말과 같다.

호주에서 4년, 캐나다에서 6년 차인 나도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어떤 가게의 간판을 보면 대체 뭐 하는 데었는지 모를 때가 많다. 한국과는 많이 다른 사회적, 문화적, 의료적 시스템을 가진 곳에서 살려고 하면 광고 등 겉으로 드러난 정보만 가지고도 부족할 때가 많다. 런던에서는 런던 주민들이 '알음알음' 모여들어있는 단톡방이 있다. 오픈채팅방도 아니어서 검색으로는 찾을 수 없다. 현재 1600여 명이 들어있는데, 단순히 '여기서는 이런 걸 사려면 어디로 가야 하냐'는 질문부터, '주택의 온수탱크가 작동하지 않는데 이럴 땐 어찌해야 하느냐', '어디가 아픈데 한국서는 이런 약을 사 먹었는데 여기서 같은 약은 이름이 뭐냐', '지붕 속에 너구리가 들어온 것 같은데 이럴 때는 어찌해야 하느냐', 폭설이 내린 날 '아이들 학교가 휴교한 것이 맞냐' 등등..  단순한 질문부터 중고장터 노릇까지 한국교민들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모두들 '처음'이라는 순간을 경험했고, 그 막막함을 알기 때문인지 서로서로 도와주려고 노력하고, 나 또한 질문에 답변을 받지 못한 적은 거의 없다. 하지만 한국인이 없는 곳으로 간다면? 동병상련의 동지들 도움이 있어도 힘든 외국 생활이지만 고군분투를 유난히 좋아하는 당신을 말릴 사람은 없다.


그 지역에서 가장 살기 좋은 지역이 어디인가요?

다른 형태로 “그 지역에서 가장 살기 좋은 지역이 어디인가요?”라고 질문하시는 분들도 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북쪽지역을 추천하면 서쪽에 사는 사람들은 서쪽이 낫다고 주장하며  아이들 학교의 ‘백인 비율’을 문제 삼는다. 서쪽 역시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고 멋지고 훌륭한 주택들이 많다. 특히 바이런 지역은 과거 부유한 계층의 백인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살기 좋은 이유로 '백인 비율'을 거론하는 을 보면 미국, 캐나다 등 이민자의 나라에서도 ‘영어권 사람 = 백인’이라고 생각하는 문화 사대주의의 희생자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캐나다 국영방송 CBC뉴스에 등장하는 앵커, 기자들의 다양한 인종들을 접한 적이 있는지, 캐나다에서 매년 다양한 국가 출신의 다양한 인종을 어마어마하게 이민자로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을 알고 있는지는 차치하고, 이 나라 역사의 시작에서 대륙을 발견해 원주민들을 제치고 땅을 차지한 것이 영국인과 프랑스인이니까 ‘로컬 캐네디언 = 백인’이라고 백번 양보하자. 그런데 그렇더라도 ‘백인이 많이 사는 지역 = 살기 좋은 지역’이라는 공식에는 여전히 문제가 많다. 그 예로, 현재 런던에서 인종만을 기준으로 '백인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꼽으려 하면  동쪽일 확률이 높고, 이곳은 앞서 언급한 ‘학군이 가장 안 좋고, 마약 하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범죄율이 높은 동네’ 이기 때문이다.


사실 캐나다에서 학력이 높고 연봉이 높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는 백인 동네가 아니라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바글대는 대도시이다. 시골로 갈수록 백인 비율이 높아지는데 내가 살았던 우드스탁(Woodstock)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인구 4만의 소도시인데 고졸 학력의 블루컬러가 많은 동네로 백인 비율이 99%이다. 이 지역에는 자동차 부품 관련 공장이 많고 지역 인구의 대부분이 이들 공장의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몇 대째 그 지역에서 살아왔으며 변화와 발전에 크게 관심이 없는 공장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시장을 보러 슈퍼에 갔을 때 순간 주위를 둘러보면 유색인종이라고는 나밖에 없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입사 당시 전 직원 80여명 중 유색인종은 나를 포함 4명이였고, 우드스탁에 거주까지 하는 유색인종은 내가 2번째였다. 아이 학교에서 한국인은 전교에서 딸아이 한 명 뿐이었다. 우드스탁에 사는 런던에 잠시 머물며 런던의 분위기를 경험했기 때문에 처음 우드스탁의 월마트에 들어섰을 때, 사람들의 차림새를 보고 살짝 두려운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차려입은 사람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한국에서 캐나다로 넘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인구 40만의 도시인 런던에서 4만의 시골로 들어오니 뭔가 사람들 차림새가 다 허름했, 살면서 그런 풍경을  본 적이 없는지라 두려운 마음까지 들었던 것이다.(물론 시간이 가며 적응했고 무서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차려입고 다닐만한 직장에 다니지 않는 블루컬러 시골 사람들일 뿐이었다.) 이런 로컬 백인 블루컬러들의 자녀들이 다니는 동네 공립 초등학교 학업 성취도가 10점 만점에 2점대였고, 그나마 폴란드 출신 이민자들이 선호했던 가톨릭 초등학교가 10점 만점에 6점대의 평점을 유지하고 있었다. 어느 국가 출신이든 이민자들은 도전적인 성향 때문인지 자신들도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애를 쓰며 자녀들 교육도 신경 쓰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우드스탁에서도 런던에서도 마약을 하고 삶을 낭비하며  사는 부류들은 로컬 백인들이지 이민자가 아닌 경우가 많다.


한 뉴스에서는 이러한 막연한 짐작을 통계로 보여주었다. 대도시에 거주하는 고학력자, 고연봉자들 중 대다수가 이민자 출신(한국계, 중국계)이라는 것이다.

https://vancouversun.com/opinion/columnists/douglas-todd-astonishing-findings-on-canadian-ethnic-groups-earnings-and-education

토론토, 밴쿠버 등 대도시에 거주한다는 것은 단순히 거주지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대도시에 살려면 소도시의 2~3배에 해당하는 주택 매입가, 렌트비를 감당해야 한다. 이점을 생각하면 이들 이민자들의 경제력부터가 캐나다 백인 서민들보다는 훨씬 우위에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백인 부자 동네'라는 곳이 과거에 있었겠으나 그것이 지금도 유효한지 모르겠다. 그런 곳에 살고 있다며 그런 지역이 마치 한국에서 떠오르는 신도시인 것처럼 이야기 하는 그 사람이 이미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어느 도시에서건 특정 지역을 그런 식으로 포장하여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내가 아는 한 그쪽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이미 꽤 된다. 그리고 한국인이 는 곳 치고 중국인이 없는 곳은 없다. 중국인 커뮤니티의 정보력과 재력이 한국인들보다 훨씬 우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곳이 더 이상 '백인 부자 동네' 일까?


현실이 이러한데도 굳~이 ‘백인비율’을 외치며 시골로 들어가시는 분들도 있다. 이런 분들은 도시보다 더 할 수 있는 인종차별도 대비하셔야 한다. 사실 인종차별은 어디에서나 당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유색인종 동료가 없는 곳에서 당할 확률, 그리고 ‘학력이 낮은 백인’들에게 당할 확률은 훨씬 높다.

유색인종이라고 따로 분류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여러 인종이 섞여 살며, A를 차별했다가는 A와 같은 인종인 B와 C, D, F… 등이 함께 몰려와 항의할 가능성이 높은, 심지어 내 직장 상사가 A와 같은 인종일 수 있는 대도시에서 인종차별이 일어나기 쉬울까. 아니면 유색인종이라고는 이 동네에 A 한 명뿐인 곳에서 인종차별이 일어나기 쉬울까. ('정의의 사도'인 백인들은 헐리웃 영화에서만 존재한다. 다시금 강조한다. 문화사대주의..)‘학력이 낮은 백인’들이란 한마디로 ‘무식한 백인들’이다. 그렇다면 인종차별이라는 것에 대해 적어도 '교양이 없는 행동' 또는 '불법'이라는 인식을 가진 ‘유식한 백인들’이 인종차별을 하기 쉬울까, 아니면 교양 따윈 신경 써 본 적도 없는 ‘무식한 백인들’이 인종차별을 하기 쉬울까.

나는 이미 이런 "백인비율이 높은"  외딴 지역에 거주하는 나의 지인들로부터 아이가 학교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사례를 꽤 여럿 접해왔다.


자, 이민자의 나라에서 ‘한국인이 적은 지역’+ ‘백인 비율이 높은 지역’이 지역이 나에게 과연 얼마나 좋은 환경일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미드는 미드일 뿐, 현실과 혼동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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