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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줌마 Aug 30. 2023

3. 한 달 반 배우고 캐나다 기공소에 지원서를 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나는 미술분야 전공자였기 때문에 더욱 수월하게 치기공 실기 수업을 따라갈 수 있었지만 전혀 다른 분야에서 온 사람들은 완전히 사정이 다른 것 같았다. 겨우 겨우 따라가는 사람들도 있었던 것이다.


수업이 한창일 때 나는 선생님이 더 깊은 내용을 다루었으면 좋을 것 같다 싶은 때 멈춰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과정이 모두 마무리된 후 쫑파티(?)를 하며 이 점이 아쉬웠다고 이야기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은 내 옆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던 다른 학생을 보고 더 나아가기를 멈춘 것이었다. 나는 주변을 잘 의식하지 않고 내 일에만 몰두하는 성향이 있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상태인지 전혀 몰랐다. 그 식은땀을 흘리던 동료학생은 은행에 근무하던 직장인이었다. 만들기나 그리기 등에 전혀 취미나 재능이 없고 PC 게임 한번 해 보지 않는 사람이라면 손으로 만드는 왁스업은 둘째치고 치아 모형이 360도 회전하는 3D CAD 화면에 익숙해지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 달 반의 기초과정을 끝내고, 연이어 계속될 나머지 한 달 반의 심화과정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이번 기수에서는 심화과정이 개설되지 않는다는 안내를 듣게 되었다. 지금은 학원에서 3개월 전 과정에 대한 등록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때만 해도 3개월을 절반으로 나누어 기본/심화 과정을 각각 수강하도록 되어있었다. 기초과정을 끝낸 학생들 중 상당수가 자기는 못할 것 같다며 심화과정 신청을 하지 않는 바람에 수강인원이 너무 적어 과정이 개설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원장선생님도 영주권 갱신 문제로 캐나다에 급히 들어가 봐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심화과정을 수강하고 싶은데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심화과정에서 다룰 지르코니아 크라운 스테인(색을 칠하여 굽는 과정)과 세라믹 빌드업(도자기 재질의 크라운을 만드는 것)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워크숍을 하루 진행하겠다고 했다. (현재 학원에서 세라믹 빌드업은  가르치지 않는다) 색상에 대한 작업까지 들어가니 더욱 재미있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한 번의 체험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렇게 모든 과정이 끝났다. 대부분이 3개월 과정을 모두 수강하고 취업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의 경우는  반쪽짜리 1달 반의 과정이었다.


이제는 취업에 도전해야 할 차례였다. 자신감은 있었으나 캐나다의 어디로 가야 할지는 여전히 몰랐다. 나는 캐나다 연방에서 국제적 성과가 있는 예술가에게 주는 '자영이민(Self Employed)'카테고리를 통해 영주권을 받았기 때문에 거주할 지역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처음에 애니메이션 분야 취업을 생각하고 막연하게 토론토 아니면 밴쿠버를 생각했다가 어마어마한 주거비를 알게 되고 나서 대도시 중 그나마 가장 저렴한 주거비의 퀘벡 몬트리올을 생각했다. 그런데 원장선생님은 굳이 프랑스어의 부담까지 떠안을 필요가 있느냐며 온타리오주에서 GTA( Greater Toronto Area: 토론토와 그 주변 토론토 생활권역) 바깥의 중소도시를 공략해 보자고 제안하셨다. 나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 등을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도시들의 기공소로 보냈다. 학원에서 지원하는 캐나다 취업 컨설팅의 과정을 따라 해 본다는 데 의미가 있었지 캐나다 국내에서 지원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 있는 사람이 지원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큰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캐나다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기대를 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지원서들을 이메일을 보낸 지 2주 정도 지났는데도 아무 데서도 답이 없으니 역시 대여섯 군데 이메일만 달랑 보낸 것으로는 안되는구나 싶었다. 홈페이지조차 없어서 지원서를 보낼 이메일 주소조차 알 수 없는 기공소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학원에서도 아마 지원자인 내가 캐나다에 들어와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 있기 때문에 연락이 오지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래. 직접 가서 부딪쳐도 될까 말까인데 한국에 앉아서 이메일 보냈다고 되겠어~.'라고 생각하고 몇 주 후에 캘거리로 떠나는 비행기 티켓을 샀다. 원장 선생님이 캘거리에 큰 기공소가 많으니 캘거리에 가서 직접 이력서를 드롭오프(Drop Off: 직접 회사를 돌아다니며 이력서를 돌리는 것) 해 보라고 조언해 주셨다. 이력서 드롭오프의 경우 운이 좋으면 그 자리에서 면접을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출국날짜를 기다리며 여름방학에 신이 난 딸아이의 학교 친구 엄마들과 아이들을 물놀이에 데리고 놀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스마트폰 알림 창에 영어로 된 제목의 이메일이 한 통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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