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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줌마 Apr 18. 2024

캐나다 중소도시의 장단점

대도시에 살까, 중소도시에 살까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캐나다에서도 온타리오주 런던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국의 수도 런던은 알아도 캐나다의 런던은 잘 모른다. 왜 하필 도시 이름이 런던이냐. 그렇다. 영국의 수도 런던을 본떠서 런던이라고 명명된 도시이다. 심지어 도시를 관통하는 강 이름도 템즈강이다.


런던은 캐나다에서는 10대 도시에 들어가지만 한국사람들이 체감하는 수준은 '시골'과 '도시'의 중간 지점 그 어디쯤인 듯하다. 토론토가 캐나다 최대의 대도시이지만 인구가 2,928,879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최근 300만 인구를 돌파한 인천시와 비슷한 규모의 인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체감 정서가 다를 수밖에 없다. 호주에서 영어학교를 다닐 때 교재의 지문으로 알게 된 사실이 서울은 '대도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서울은 'Megacity'로 분류되었다. 생활 속에서 이러한 Megacity를 경험하며 살아온 한국 사람들에게 캐나다의 중소도시는 사실 '도시'라는 기준에는 터무니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2024년 현재 런던의 인구는 413,887명으로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내가 처음 캐나다에 왔던 2018년 기준으로는 38만 정도의 인구였는데 6년 차인 지금 3만 명 정도가 증가하였다. 전문가들은 런던의 인구가 2050년 경에는 65만 명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1만이라는 인구는 인구가 빠르게 감소 중인 한국의 경북 구미시나 최근 인구가 늘어난 경기도 광주시와 비슷한 수준이므로 우리의 기준으로 '중소도시'라고 칭하도록 하겠다. 온타리오주의 중소도시라고 하면 일단 GTA(The Greater Toronto Area)를 제외하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일 듯하다. 토론토의 위성도시들은 사실상 토론토 생활권이기 때문이다. 이 GTA를 제외한 중소도시들을 예로 들자면 해밀턴, 키치너-워털루, 런던, 궬프, 브랜포드, 베리, 킹스턴 등이다. 이들 중소도시들의 장단점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주거비가 저렴하다.

이들 중소도시들은 대도시에 비해 주거비가 훨씬 저렴하다. 이 주거비의 개념에는 집의 매매가와 임대료는 물론 주유 시 유류비, 자동차 보험료 등도 포함된다. 집의 매매가와 임대료는 런던의 경우 대도시 토론토와 비교했을 때 절반 혹은 절반 이하이다. 현재 런던의 방 3개의 2층 타운하우스 임대료가 $2500~2800 정도인데 이 정도로 토론토에서 임대할 수 있는 집은 1 베드 아파트 정도이다. 같은 규모의 집을 임대할 때 밴쿠버에서도 $5000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매매가는 이보다 더욱 격차가 큰 것 같다. 자동차 보험료도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사고 확률을 높게 보아 비용이 높아진다. 주유소의 기름값도 인구가 많은 도시일수록 비싸게 받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살았던 인구 4만의 작은 시골 도시인 우드스탁이 런던보다 토론토 방향으로 1시간가량 더 가깝지만 주유소 기름값은 항상 런던의 주유소들보다 저렴했다. 런던에서 주유를 하며 그날의 유가를 확인하고 토론토로 출발하여 다니다 보면 토론토 시내에서의 기름값이 런던의 주유소들보다 훨씬 비싼 것을 볼 수 있다.


2. 구직시 경쟁이 적지만 일자리도 적다.

중소도시는 사람이 귀한 곳이 많다. 그것이 어찌 보면 내가 첫 면접에서 바로 취업된 이유이기도 하다. 캐나다, 밴쿠버보다 사람 귀한 다른 사스카추완이나 매니토바 등의 도시들이 영주권 받기도 훨씬 유리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일자리를 구할 때 경쟁이 훨씬 적다. 사람이 귀하다 보니 보수나 근무 여건 등도 대도시의 같은 포지션에 비해 우수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특히 신규인력들에게는 대도시보다 중소도시가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구직자만 적은 것이 아니라 일자리도 적다. 그래서 어떤 특정 포지션의 일자리를 원한다면 시간을 가지고 기다린다는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 좋다. 또, 만약 자신의 분야가 굉장히 특별한 분야라면 아예 그 직업을 그 지역에서는 구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영화산업이나 나의 경우와 같은 애니메이션 분야 등이다. 이런 직종들은 토론토, 밴쿠버에 몰려있고 일부 몬트리올에 포진해 있지만 중소도시의 경우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3. 교통체증이 없지만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중소 도시에서는 교통 체증이 거의 없는 것은 물론 주차도 너무나 편하다. 옆도시로 출퇴근한다고 해도 교통체증이 없기 때문에 거리에 비해 이동시간도 빠르다. 나는 한국에서 경기도 서쪽의 한 도시에서 판교로 출퇴근을 했었다. 거리는 39km이지만 서울외곽순환도로의 체증으로 소요시간은 1시간 정도였다. 하지만 런던에서 옆의 도시 우드스탁으로 출퇴근하는 데에는 58km의 거리를 45분 정도에 갈 수 있었다. 또한 다운타운이 아닌 이상 어느 곳을 가도 주차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유료주차장을 보면 '이런 동네에서 주차장에 돈을 받는다고?' 하는 생각이 드는 정도이다. 하지만 토론토에서는 주차 때문에 어딜 가기가 겁이 나는 때가 많다. 토론토의 고층아파트에서는 개인 주차공간을 렌트하는 비용만 한 달에 1000불인 곳도 있다.

중소도시에서는 교통체증이 없고 주차가 편하니 반드시 차를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런던이 캐나다 10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시내버스는 30분에 1대 다닌다. 버스 노선도 드문드문 있다. 넓은 땅덩이에 걸맞게 인구밀도가 낮다 보니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시내버스를 민간기업에서 운영할 수 없는 듯하다. 그래서 런던시에서 운영한다. 이 30분에 1대 오는 버스도 취소되거나 연착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4. 한국인 업소가 적다. 그래서 영어를 너무 못하면 상당히 불편하다.

토론토 같은 큰 도시에서는 한국인이 진출해있지 않은 분야를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 식품을 파는 슈퍼마켓 브랜드도 여러 개 있고 각 브랜드마다 곳곳에 지점이 있다. 하지만 중소도시에서는 한국인이 진출한 업종보다 그렇지 않은 업종이 훨씬 많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를 너무 못하면 생활에 상당한 불편하고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 교민 사회에서만 머무를 수 없다. 


5. 학생들의 이민자 비중이 대도시보다 적다.

아이들의 영어교육 때문에 캐나다행을 선택하는 경우 학교에 재학 중인 로컬 캐네디언과 이민자 학생의 비중을 고려하게 되는데, 대도시에 비해 중소도시의 이민자 비중이 현저히 적다. 즉 로컬 캐네디언 인구 비중이 대도시에 비해 높다. 특히 밴쿠버 같은 도시는 중국인 도시로 알려져 있을 만큼 아시안이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중소도시들에는 그 동네 토박이인 캐네디언들 비중이 높아서 학교에도 그 자녀들의 비중이 대도시보다 현저히 높은 편이다. 이러한 점은 '백인비율'을 따지는 학부모들에게는 장점일 수 있다. 하지만 백인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곳일수록 인종차별의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중소도시라고 해도 이민자의 유입정도는 사정이 다 다르다. 런던의 경우 적당한 밸런스를 가지고 있다고 보인다. 토론토와의 거리가 훨씬 더 먼 윈저의 경우는 아마도 로컬 캐네디언의 비율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2. 외식, 쇼핑에 있어 옵션이 적지만 더 저렴하다.

외식, 쇼핑이 일상 생활인 사람들에게 중소도시의 최신 유행에 뒤처지는 쇼핑옵션이 불편하고 답답할 수 있다. 중소도시 거주자들의 구매력이 대도시 주민들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같은 브랜드 매장이라도 토론토의 매장과 런던의 매장에 진열된 상품이 다르다는 것이 그 예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쇼핑을 위해서는 토론토행을 자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수 있다.

한국식품 등의 쇼핑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 런던의 상점에서는 품목별 제품이 1개 브랜드 상품만 진열된 것에 비해 토론토의 한국슈퍼에 가면 서너 개 브랜드 옵션이 있는 식이다. 예를 들어 '비빔밥 고추장' 상품이 런던의 한국식품을 파는 상점에는 '청정원'제품만 들어와 있는 반면 토론토의 한국슈퍼 브랜드인 갤러리아 슈퍼마켓에 가면 '청정원', '해찬들', '순창' 이렇게 여러 회사 제품이 있는 식이다. 하지만 특정 브랜드를 고집하지 않는 무던한 소비자에게 이것은 꼭 장점은 아닐 수도 있다. 같은 제품이라도 대도시 토론토에서 사면 더 비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제조사와 용량이 똑같은 정확히 동일한 제품의 경우 토론토 매장에 앉아 있다는 이유로 더 비싼 가격표룰 달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같은 기름인데 토론토 주유소의 기름값이 더 비싼 것과 마찬가지이다.



높은 주거비를 감당할 만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대도시의 치열한 경쟁에서도 통할 만한 경력이 있거나 제력으로 취업여부가 크게 관계없다면. 그리고 한국에서와 같은 City Life 스타일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면 토론토, 밴쿠버와 같은 대도시를 추천한다. 몬트리올이나 캘거리만 해도 그렇게 큰 도시는 아니다.

경제적으로 절약을 원하고 취업에 있어서 비교적 경쟁이 덜한 곳을 원하며 영어로 생활이 가능하며 아이에게 영어권에서 로컬 주민들과 교류하는 환경고 싶다면(단, 환경제공이 경험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환경을 제공해 준다고 모두가 다 얻는 같은 경험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중소도시에서 거주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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