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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예진 Sep 12. 2021

홍예진 장편소설 소나무극장

새 책이 나왔어요!

“극장의 유령이 배우 한 사람을 골라 몸을 빌려 연기를 한다는 거지.

그렇게 선택된 배우가 공연의 스타가 된다는 거고.

두 사람 다 유령 얘기 몰라?”



출판사 서평  


홍예진의 첫 장편소설 《소나무극장》에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아니, 소설이니까 이야기가 가득한 게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그런 말이 아니다. 단단한 서사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는 말이다. 어느 한 페이지도 대충 넘길 수 없다. 1943년, 한 시인을 사랑한 여인은 그를 만나러 시모노세키항을 떠나는 곤론마루호에 올랐다가 폭격으로 사망한다. 시인의 시집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으나 냉전의 시대는 그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는 협동농장으로 끌려가기 전 대들보에 목을 맸다. 


배우 지망생이었으나 인민군 형을 찾으러 사리원으로 떠났던 정훈부대원 인석은 끝내 총을 맞고, 부잣집 외동딸로 곱게만 자랐던 극작가 지망생 영임은 전쟁통에 모든 걸 잃는다. 어찌어찌 살아남은 연출가 지망생 수찬은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그들의 바람이었던 소나무극장을 짓지만 그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사이사이 한국 현대사는 계속 소설 속으로 파고든다. 일제 강점기 시절, 언론사를 꾸리기 위해 애썼던 수찬의 아버지 이야기나 남로당원 큰아들을 둔 탓에 피난을 가지도, 안 가지도 못 하고 이리저리 눈치 보며 허둥대는 인석의 어머니 이야기나, 5공 시절 친구의 아들을 지키기 위해 부역을 할 수밖에 없었던 수찬의 이야기가 숨 막히게 이어진다. 그뿐 아니다. 


파인아트센터로 이름을 바꾼 소나무극장을 둘러싼 사람들의 암투가 있다. 소설을 맨 앞에서 이끌어가는 주인공 아트디렉터 지은은 과연 어떻게 극장을 지켜낼까. 홍예진의 서사는 부드럽지만 날카로워 읽는 내내 가슴이 저릿하다. 그런 데다 유령이라니. 그들이 꿈꾸었던 소나무극장을 70여 년째 떠나지 못하고 맴도는 그 가여운 영혼이라니.


작가 홍예진은 1940년대부터 우리가 사는 현재까지 거침없이 시간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꼼꼼하게 직조한다. 일제 강점기부터 한국전쟁을 지나 냉혹했던 5공 시절까지 한국 현대사가 소설 속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식민 치하에서 숨죽이고, 전쟁을 겪고, 이별하고, 5공을 견뎌내고. 그러는 동안 누군가는 끝내 죽었고 누군가는 살아남았고 누군가는 유령이 되었다. 원고지 3천 매에 달했던 소설은 압축에 압축을 거듭해 700매가 되었다. 


그래서 소설은 숨 가쁘다. 눈 돌릴 틈이 없다. 사랑의 기억에만 기댄 소설이 아니다. 아트센터의 권력자가 되고자 하는 이들의 암투까지, 소설은 바쁘게 내달린다. 소설을 쓰기 전 실제 아트디렉터였던 홍예진은 우아한 문장으로 극장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한땀 한땀 바느질하듯 만든 소설은 그래서 무척이나 단단하다. 홍예진의 장편소설 《소나무극장》은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다섯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영혼의 여행을 위해
티켓을 사고 극장으로 향하는 발걸음

돌아보면 나는 순간을 가로지르는 공연보다 땅에 발붙인 극장 그 자체에 더 끌렸던 것 같다. 어떤 종류의 극장이든 다르지 않았다. 소극장의 아늑함에도, 대극장의 웅장한 세트에도, 흔한 극장의 스크린에도 늘 가슴이 뛰었다. 웅성거리던 객석에 불이 꺼지고, 어둠을 품은 무대가 조명을 받아 깨어나면서 시작되는 여행이 나를 휘두르는 게 즐거웠다. 어딘가로 떠나기 위해 항공권이나 기차표를 사는 것처럼 우리는 영혼의 여행을 위해 티켓을 사고 극장으로 향하는 것 아닐까.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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