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쿠팡 IPO에 대한 조금 다른 이야기

3) 그래서 얼마야?

by CapitalEDGE

2021년 2월 21일 미국증권거래위원회에 S-1 제출을 시작으로 쿠팡 상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지난 10년 간 쿠팡처럼 언론과 대중이 바라보는 시각이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기업에서 한국 스타트업의 쾌거라고 불릴 정도로 극과극의 평가를 오간 기업도 없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이 한국 스타트업 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 중요한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란 점이다.


벌써부터 쿠팡을 둘러싼 다양한 논란들이 들린다. 차등의결권부터 시작하여 국적논란, 적자 이슈까지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굴직한 이슈들이다. 필자는 앞으로 여러 차례의 포스팅을 통해 각 이슈에 대해 조금 다른 시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쿠팡의 상장을 계기로, 또한 다양한 논의를 계기로 보다 많은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사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본 글은 매수 및 매도의 권유 목적으로 작성되지 않았으며,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대한 결과는 자신의 몫임을 명확히 밝힙니다.


쿠팡은 3월 1일 S-1의 수정 보고서를 통해 공모가 밴드를 주당 $27에서 $30으로 발표하였다. 밴드 상단인 $30을 기준으로 할 때, 시가총액은 $50 billion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만약 쿠팡이 미국의 에어비앤비와 도어대시가 상장하던 작년 11 - 12월에 로드쇼를 진행했다면 분명 공모가의 2배 까지도 상장 당일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3월 초부터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따라 시작된 기술주 조정 장세를 고려할 때, 상장 직후의 주가는 당연히 예측하기 어려워 보인다.


본 포스트에서는 쿠팡의 단기적인 주가 흐름보다는 쿠팡이 뉴욕 증시에서 장기적으로 어떤 포지셔닝을 가져갈 수 있을지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쿠팡이 한국의 아마존인데 아마존보다 주가매출매수 (Price-to-Sales, PSR)이 높아 비싸다는 평가도 나온다. 설득력있는 비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존보다 규모가 훨씬 작고 AWS라는 캐시카우 비즈니스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현재까지는 쿠팡의 성장률이 아마존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Growth Is Where the Value Is

논의를 전개하기 전에 필자가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짧게 공유하고자 한다. 필자는 성장 기업에 투자한다. 상장 비상장에 관계없이, 그리고 초기 벤처나 성장 단계 후기 벤처에 관계없이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전 세계 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월가를 십수년 간 지배해온 성장주와 가치주의 구분이 희미해지기 시작한 건 비단 팬데믹 이후의 트렌드는 아니다. 미국 나스닥과 NYSE에서 고성장 테크 기업, 그 중에서도 소위 SaaS 기업으로 불리는 주식들이 매출의 10배 이상의 밴드에서 거래된 것은 세일즈포스의 등장 이후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은지 오래이다.


행동주의 투자로 유명한 Third Point의 Dan Loeb은 2018년 2분기 투자자 서안을 통해 페이팔 투자 사실을 공개하며 'Growth Is Where the Value Is'란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는 팬데믹 이후 더욱 증가한 전세계 기술성장주 투자자들의 시각을 잘 대변하고 있다.


ThirdPoint_growth.jpg Third Point LLC, Investor Letter 2Q 2018


지속가능하면서 예측 가능한 높은 성장성을 보여주는 기업의 경우 향후 2 - 3년 이후의 실적을 고려한다면 지금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는 논리이다. 이는 'high-quality franchise business', 'recurring revenue', 'dominant intangible asset', 'high pricing power', 'low capital intensity'라는 특징을 보유하는 소위 컴파운더에 투자해야 한다는 논리와도 일맥 상통한다.


전 세계 가장 유명한 테크 기반 헤지펀드 중 하나인 Coatue Management의 창업자 Philippe Laffont는 성장 기업에 대한 투자의 수익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성장은 미래의 트렌드와 그에 따른 불확실성 대한 이야기인 반면 가치는 과거의 성과를 인정받는 과정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Philippe Laffont의 트위터 문구


또한 미국 시장은 이러한 '성장가치주'를 가장 잘 이해하고 높은 밸류를 부여하는 시장이다. 옳고 그름과는 전혀 상관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미국 시장은 분명 한국과는 다른 시장이다. 세콰이어캐피탈의 Doug Leone은 이를 한 마디로 아래와 같이 정리하였다.


Doug Leone의 동영상 가기


US investors want to see growth. The Asian market doesn't want to see growth. They want to see profitability

필자에게 투자란 희소성에 베팅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만약 매 월 10%씩 성장하지만 적자인 기업과 매월 10% 영업이익을 내는 성장하지 않는 기업 중 투자 대상을 고르라면 필자는 100%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이다. 매 분기 두 자릿수의 성장성을 보이는 기업은 꾸준한 이익을 내는 기업보다 훨씬 희소하다. 이런 관점에서 쿠팡은 조 단위 규모에도 불구, 여전히 연간 90% 성장률을 기록한, 미국시장 투자자들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인 기업임은 틀림없다.


Mature Platform vs. Rising Platform


쿠팡이 흥미로운 이유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조 단위 커머스 및 플랫폼 기업을 바라보는 이분법에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 특징들을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 테크 투자자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선진국: Dominance vs. 신흥국: Large TAM & Fast Growth'라는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딱히 사실에 부합하지는 않지만 개념적으로 편리한 분류방법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너무나도 매력적인 기업이지만 아마존 투자자들이 1년에 4배의 수익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규모에서 오는 속도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신흥국 플랫폼 기업 3총사인 중국의 Pinduoduo, 동남아의 SEA, 남미의 Mercado Libre는 2020년 1월 초부터 최근까지 시가총액이 각각 4배, 6.3배, 2.4배 성장한, 소위 주가 상승 측면에서 테슬라에 버금가는 주식들이다.


Untitled.png 신흥국 플랫폼 3총사 - 대표적인 팬데믹 수혜주들이다.


쿠팡은 성장성 측면에서는 신흥국 플랫폼 3총사에 더욱 가깝다. 하지만 한국의 전자상거래 침투율이 세계 최고란 점은 반대로 이야기하면 기업의 총 유효시장(Total Addressable Market)이 타 이머징 시장 대비 작을 수 밖에 없다는 뜻이기 때문에 미래 성장성 측면에서는 미국 아마존이나 영국 오카도와 같은 기업과 더욱 유사하지 않냐는 의견도 존재한다.


Coupang road.png 쿠팡은 어느 그룹에 속할 것인가?

물론 선진국 기업이라고 성장 속도가 느리고 신흥국이라고 빠른 것은 아니다. 최근 상장한 미국의 1위 음식배달앱 도어대시의 경우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 간 연 평균 215%라는 경이적인 매출성장률을 기록하였다. 반면 중국의 징둥닷컴은 여전히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에서 2위 전자상거래 업체이지만 연 평균 성장률은 20% 내외이다. 쿠팡과 가장 유사하다고 평가받는 Mercado Libre는 2007년 미국에 상장한 기업이다. 업력이 짧고 상장한 지 얼마 안된 기업만이 핫한 평가를 받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만큼 중요한 것이 시장참여자의 인식이다. 쿠팡은 상장 이후 성장성 관점에서 Mature vs. Rising 중 어느쪽에 더 가까운지 끊임없이 질문을 받을 것이다. 특히 코로나 수혜가 분명 존재하는 2020년 실적을 감안했을 때 향후 1 - 2년 간의 성장은 쿠팡의 장기 기업가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신흥국 4총사 vs. 제2의 징둥닷컴

아래 블룸버그 기사처럼 쿠팡의 가치를 비교해보면 분명 비싸보인다. 하지만, PSR 단순 비교는 쿠팡의 가장 큰 강점인 성장률을 반영하지 못한다.


File Mar 07, 12 15 35 AM.png


테크 성장주 평가 시 활용하는 Value - Growth Map을 보자. 분명 쿠팡은 아마존, JD.com과 같은 성숙 단계에 접어든 플랫폼 대비 PSR 지표가 높아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지난 2년 간 유사한 성장률을 보인 Mercado Libre나 Pinduoduo와 비교해 볼 때, 현재의 공모가는 PSR 기준 굉장히 저평가 된 수준이라고 볼 수도 있다.


Value-Growth.jpg 쿠팡의 피어그룹은 과연 누구일까?


결국 쿠팡 밸류에이션의 관건은 누가 쿠팡의 피어그룹으로 분류될 지에 달렸다. 분명,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신흥국 플랫폼 3총사에 묶이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과거 성장률로 볼 때도 자격은 충분하다. 주간사도 이 세 기업을 피어그룹을 설정하여 공모가 산정 시 피어 대비 할인률을 적용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쿠팡이 아마존이나 징둥닷컴과 피어로 묶인다면 향후 주가에도 긍정적이라고만은 하기 어렵다. 특히나, 미국 시장에서 테슬라만큼 숨은 팬을 많이 보유한 주식인 바로 동남아 1위 전자상거래 Shopee를 운영하는 SEA이다. 벌써부터 투자자 토론방에서는 쿠팡이 제2의 SEA가 될 수 있을지가 상장 후 투자의 기준으로 여겨지고 있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쿠팡은 신흥국 3총사와 비교할 때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쿠팡을 언급할 때 매출을 많이 거론한다. 매출 13조 원은 분명 미국에서도 찾기 힘든 거대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물론 쿠팡은 직매입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단순히 거래를 주선하고 수수료를 매출로 인식하는 마켓플레이스와는 근본적으로 매출 구조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 전자상거래 업체 간 규모 비교 시 총거래액을 의미하는 GMV (Gross Merchandise Value)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플랫폼마다 비즈니스 모델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GMV 단순 비교도 플랫폼 거래 처리액 비교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예를 들어 Pinduoduo는 연간 거래액이 250조 원에 육박하는 거대 플랫폼이지만 3% 수준의 마진을 수취하기 때문에 매출은 7조 원에 불과하다. 반면 Mercado Libre는 거래액의 25% 수준을 매출로 가져올 정도로 시장지배력이 높은 기업이다.



Coupang peer 1.jpg 쿠팡은 직매입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마켓플레이스 모델을 택하는 타 플랫폼과 직접 매출 비교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쿠팡의 매출을 타 업체와 비교하면 가장 높은 것으로 보이지만 쿠팡의 직거래와 마켓플레이스 거래를 모두 고려한 GMV를 22조 원 규모로 추산할 경우, 플랫폼 거래액은 Pinduoduo나 Shopee보다는 작고, Mercado Libre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업 특성을 모두 감안한 매출총이익 또는 공헌이익을 비교할 경우, 쿠팡의 매출총이익은 시가총액 200조 원에 육박하는 Pinduoduo의 40% 수준, 그리고 약 70조 원에 거래되고 있는 Mercado Libre와 유사하다. 따라서, 쿠팡의 상장 기업가치를 플랫폼 이익 규모로 비교할 경우, 각 기업 별 규모에 맞게 시가총액이 적절히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Coupang peer 2.jpg 한국에서는 쿠팡의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논하지만, 투자자들에게 쿠팡의 시장점유율은 아킬레스건이다.


테크기업 투자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성장성 - Growth'와 '시장지배력 - Dominance'은 어떨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쿠팡의 지난 2년 간 성장률은 Shopee 보다는 낮지만 Pinduoduo와 유사한 수준이다. 적어도 과거 성장성에서는 신흥국 3총사에 버금가는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신흥국 3총사 대비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부분은 시장 규모가 아닌 시장지배력이다. Pinduoduo도 GMV 기준 시장점유율이 쿠팡과 유사한 16% 수준으로 추정되지만, 이는 한국보다 10배 이상 큰 중국 시장에서 업력이 5년을 갖 넘긴 기업이 이뤄낸 성과이다. 또한 현재 동남와와 남미 전체의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한국대비 다소 낮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해당 시장에서 Shopee와 Mercado Libre는 절대적인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해나가고 있는 반면, 쿠팡은 여전히 국내에서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플레이어다.



여전히 엄청난 성과, 하지만 진검승부는 지금부터


분명 전자상거래 및 마켓플레이스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거나 이머징 시장의 플랫폼에 관심이 있는 미국 투자자들은 쿠팡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상장했거나 곧 상장 예정인 오스카, 로블록스, 코인베이스 등에 비하면 쿠팡에 대한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의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사실이다.


쿠팡에게 한국 시장의 규모와 성장성에 대한 질문은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또한 쿠팡이 컨트롤할 수 있는 변수도 아니다. 앞에서 Doug Leone이 언급한 것처럼 상장은 기업의 성장 단계에서 하나의 이정표일 뿐 목표가 될 수 없다. 팬데믹의 가장 큰 수혜를 입고 시장이 가장 뜨거울 때 상장한 도어대시는 논외로 하더라도, 앞에서 언급된 Pinduoduo, SEA, 그리고 홍콩 시장에 상장된 중국의 음식배달 기업 메이투안 등은 모두 상장 후 기업가치를 입증해내기까지 1 - 2년의 기간이 소요되었다. 쿠팡 또한 지금까지 해 온것처럼 'Product First & Customer Obsessed' 정신으로 지속성장해나간다면 시장에서 그 진가를 알아보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쿠팡의 건투를 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쿠팡 IPO에 대한 조금 다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