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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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 Combinator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한가?
지난 8월 31일과 9월 1일 양일간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 행사 중 하나인 와이콤비네이터 (YC) 데모데이가 진행되었다. 팬데믹 이후 네 번째 100%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행사였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이틀간 무려 377개 팀이 1분씩 줌(Zoom)을 통해 진행하는 발표를 지켜보는 나름 강행군인 행사였다.
한국에서도 지난 10년 간 10개 이상의 팀이 와이콤비네이터를 거쳐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미박스를 필두로 센드버드, 숨고, 슈퍼브에이아이 등이 와이콤비네이터 출신이며, 지난 배치에는 쿼타북과 Blushh가, 이번 배치에는 스티팝과 마크비전이 한국 창업자 출신으로 참여하였다. 이미 와이콤비네이터를 거쳐간 많은 창업 선배 기업들이 국내 창업자들을 위한 정보 공유와 멘토링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숨고, 쿼타북 등 기업들의 생생한 참가 경험을 쉽게 검색할 수 있기 때문에 관심 있는 스타트업들은 지원 방식에 대한 팁과 프로그램의 장단점 등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쿼타북은 어떻게 세계 최대 액셀러레이터 Y Combinator에 합격할 수 있었을까?
로빈이 전하는 숨고 Y Combinator 생생 입성기
필자는 창업자로서 와이콤비네이터에 지원하거나 프로그램을 경험한 적은 없지만, 3년 전부터 데모데이에 투자자로 참가하며 다양한 스타트업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본 시리즈에서는 데모데이의 다른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투자자 관점에서 와이콤비네이터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데모데이는 단순히 3개월간 프로그램을 거치며 얻은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가 아닌, 사실 투자자와 스타트업이 가장 활발하게 만나는 계기가 되는 행사이다. 데모데이가 비대면으로 치러지면서 시드라운드 펀딩의 시작을 알리는 데모데이의 의미 자체는 많이 희석되었지만, 데모데이 전후 1 - 2주는 스타트업의 생애주기에서 가장 많은 투자자를 가장 짧은 기간 동안 만날 수 있는 시기이다. 반면, 투자자 입장에서 와이콤비네이터 데모데이는 지금 실리콘밸리 시드 투자 환경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매우 흥미로운 행사이기도 하다.
(1) 와이콤비네이터란?
와이콤비네이터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가장 규모가 큰, 그리고 가장 성공적인 성과를 자랑하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다. 1년에 2회 배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3개월 간 다양한 세션과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한다. 특히, YC를 거쳐간 3천 개 이상의 스타트업 네트워크가 어떻게 보면 프로그램 참여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할 수 있으며, 특히 프로그램을 거쳐간 기업들은 그 어떤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보다도 상호 유대감을 바탕으로 Pay it forward 하기로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배치 프로그램을 졸업한 이후에도 Series A 프로그램, Growth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성장 단계가 비슷한 피어 스타트업 간 프로그램도 제공하며, Y Combinator Continuity Fund를 통해 성장 단계 팔로온 투자까지도 직접 진행한다.
와이콤비네이터는 1년에 2번, 여름과 겨울에 각 배치의 참가팀을 모집한다.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각 배치에 참가하는 스타트업의 규모는 지난 10년 간 꾸준히 증가하여 이번 YC S21 배치에는 무려 전 세계 377개 팀이 참가할 정도로 규모가 큰 행사가 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프로그램의 성격 동안 과거에는 3개월 동안 동거동락하던 소규모 부트캠프였다면 현재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마스터클래스 수준으로 바뀌었다는 평가도 동시에 존재한다.
불과 2년 전 만 해도 회 당 150개 기업 규모였던 와이콤비네이터 배치는 3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하였다.오랜 기간 데모데이에 참가해 온 투자자들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택받은 소수의 팀만으로 구성된 과거의 와이콤비네이터 행사를 그리워하는 이야기를 자주 하곤 한다. 반대로 와이콤비네이터는 과거 10년 간 스타트업의 성장 사이클이 빨라지고 실리콘밸리의 아이디어를 전 세계 어디에서도 접할 수 있게 되면서 그에 맞춰 배치의 규모를 늘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팬데믹으로 인해 모든 과정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면서 미국 외 지역의 스타트업, 특히 인도와 남미 스타트업의 참가가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도 배치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이다.
YC 배치의 증가는 전 세계 스타트업들에게는 'Democratizing access to opportunity"로 여겨진다.개인적으로 비교적 최근부터, 특히 팬데믹 이후 본격적으로 와이콤비네이터 기업에 투자를 시작한 입장에서는 최근의 급격한 배치의 증가가 '영혼을 잃었다'란 비관적 전망보다는 YC 자체적으로 변화를 선도해나가고자 하는 선제적인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팬데믹 이후 미국에서도 오스틴, 마이애미와 같은 대안 도시들이 새로운 실리콘밸리로 각광받는 상황에서 '실리콘밸리'란 더 이상 지리적인 위치가 아닌,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하나의 '방법론'이자 '철학'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팬데믹 이후 디지털과 관련한 모든 것이 가속화되는 환경에서 와이콤비네이터도 예외일 수는 없는 것이다.
(2) 와이콤비네이터의 가치는?
그럼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질문 하나. 와이콤비네이터가 과연 스타트업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가?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와이콤비네이터 참여가 스타트업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와이콤비네이터에 참여한 기업 중 절반 이상은 실패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와이콤비네이터에 여러 번 떨어졌음에도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낸 기업가도 있다.
우선 통계를 살펴보자. 와이콤비네이터 출신 창업자들이 YC 참여 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만든 Rebel Fund의 Jared Heyman은 와이콤비네이터를 거쳐간 스타트업의 통계를 분석하여 와이콤비네이터 프리미엄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였다.
와이콤비네이터 기업은 유니콘에 도달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기업 대비 3배 이상 높다
와이콤비네이터 기업은 기업 가치 $100M에 도달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기업 대비 4.5배 이상 높다
통계 분석이 소수의 배치 중심으로 운영되던 2008 - 2010년 사이 와이콤비네이터 참여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배치 규모가 비약적으로 늘어난 현재에도 적용될지는 5년 이후에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와이콤비네이터가 도움이 되냐는 질문은 '상위권 대학에 가면 취업을 잘 할 수 있는지', '미국 Top 3 MBA에 가면 연봉을 더 높게 받을 수 있는지'와 궤를 같이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앞의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결과론적으로 성공 사례가 많고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은 맞다. 하지만 분명 Correlation vs. Causality의 문제는 존재한다. 실력 있는 창업 팀이 YC에 지원할 확률이 높은 것인지, 또는 YC를 거쳐갔다는 것이 궁극적으로 유니콘 기업에 도달하는데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는 사실 개별 기업마다 천차만별일 것이다.
(3) "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와이콤비네이터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결국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이 창업자인 나에게 어떤 도움을 제공하는가이다. 필자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장단점 및 Cost-Benefit 분석에 기반하여 와이콤비네이터 참여를 결정하라고 조언하는 편이다. 모든 스타트업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은 아니며,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적시에 잘 활용한다면 초기 스타트업에게 최고의 부스터를 달아줄 수 있는 프로그램임에는 틀림없다.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와이콤비네이터가 제공하는 가장 큰 혜택은 아래 세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1. 실리콘밸리 인사이더 네트워크(로 가는 길)
2. 전 세계에서 인정하는 브랜드 + YC를 거쳐간 스타트업 네트워크
3. 빠른 시드 펀딩
필자는 와이콤비네이터가 실리콘밸리의 축적된 경험과 네트워크를 가장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링크드인의 창업자 리드 호프만이 늘 이야기하듯, 실리콘밸리의 가장 큰 "Unfair Advantage"는 평화로운 날씨도, 뛰어난 엔지니어도, 풍부한 자본 공급도 아닌, 실리콘밸리가 가진 축적된 경험인 것이다. 1년 만에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낸 경험, 벤처로 시작한 기업이 20년 만에 2천 조 원의 시가총액에 도달한 경험, 이러한 경험들은 여전히 실리콘밸리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벤처캐피탈리스트, 창업자, 스타트업 임원, 엔지니어, 엔젤투자자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분산 내재화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모여 또 다시 단기간에 성공한 스타트업을 만들어내고 그 선순환이 반복된다. 실리콘밸리의 아웃사이더로서 이러한 인사이더 네트워크에 접근하고자 하는 창업자라면 분명 와이콤비네이터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발판을 마련해 줄 것이다.
스타트업 창업자의 길은 전 세계 어디나 비슷하다. 먼저 그 길을 가본 사람의 조언은 그만큼 값진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의 비용 또한 명확하다. 와이콤비네이터는 프로그램의 참여 대가로 $125,000 (약 1.5억 원)을 투자하고 7%의 지분을 확보한다. 한 마디로 창업자 입장에서는 20억 원의 기업가치로 7%의 지분을 제공하는 것이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웬만한 시드라운드에서 50억 원 이상 기업가치에 3 - 5억 원을 펀딩 한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얼마나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 비교해볼 수 있다. 사실 창업 6 개월 이내, 와이콤비네이터가 첫 투자자가 아니라면 모든 창업자들 뿐 아니라 기존 투자자들까지도 지분 희석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효용을 면밀히 따져볼 수 밖에 없다. 타이밍이 중요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프로그램의 높은 비용 때문인 것이다.
본 고에서는 투자자 관점에서 바라보는 와이콤비네이터 프로그램의 개괄적인 내용과 효용에 대해 살펴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좀 더 상세하게 데모데이 전후 어떤 일들이 일어나며 어떤 성공 사례들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