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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삶 Jul 07. 2021

'우리 같은 애들'의 성공기

- 소설 <달까지 가자>, 장류진, 창비 - 리뷰입니다.

'우리 같은 애들'의 성공기'


 - 소설 <달까지 가자>, 장류진, 창비 - 리뷰입니다. 


  “1ETH(이더리움)이 150만원을 돌파했다. 깔끔하게 200에 전부 매도 걸어놓자. 심장이 쿵쿵 뛴다.” 가상화폐의 한 종류인 이더리움이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가상화폐가 폭락하여 비극적 결말이 되고 투기하면 인생 망한다는 교훈을 주는 줄거리가 예상되었지만, 나는 소설을 읽는 내내 그러지 않았으면 했다. 돈은 결국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따라온다고 하더니, 다해를 비롯한 셋은 주식투자의 오래된 격언과 같이 딱 자기 그릇만큼 현금을 챙겼다. 은상은 건물주가 될 정도로 모았고 지송은 창업을 꿈꾸었으며 다해는 남들 모르는 곳에 금두꺼비 한 마리 둔 것과 같은 든든한 마음을 챙겼다. 이재에 밝았던 맏언니의 투지와 분석이 놀라웠고, 추운 바람이 부는 곳에 사는 남자가 좋다는 어느 점쟁이의 말이 너무도 절묘한 시기에 등장해서 독자들에게는 재미를, 소설 속 다해들에게는 버틸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이 책의 다해 삼인방의 성공이 사촌이 땅 산 것처럼 배 아프면서도 한편으로는 뿌듯했다. 이 땅의 흙수저 누군가는 어릴 적 보던 만화 속 돈데크만의 주전자가 여는 차원 구멍이 더 작아지기 전에 새로운 세상으로 뛰어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세상 사람들은 지송이 말했던 것처럼, 차라리 실체라도 있는 주식을 하라고, 가상화폐는 투기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주도 병원에서 극적인 화해를 한 우리의 주인공들은 그 투기에 뛰어들어서 결국 결과물을 챙겼다.

  한편으로는 이 글을 읽으면서 '우리 같은 애들'이라는 말이 계속 생각났다. 글쓴이의 표현처럼 ‘이상하게 마음이 쓰라리면서도 좋았던 말이고, 내 몸에 멍든 곳을 괜히 한번 꾹 눌러볼 때랑 비슷한 마음’이 들게 하는 말이다. 오늘날 '우리 같은 애들'은 그저 환기가 잘 되고 나무 두어 그루 정도 있는 풍경 속의 집에서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힘들게 취업해서 능력 발휘하며 성실하게 직장을 다녀도 서울에서 집 한 채 사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모처럼 고급스러운 호텔에서 가서 마음껏 놀려다가도 마음 한구석에 이래도 될까 하는 걱정이 드는 사람들이다. 다해의 엄마는 마을버스 운전을 하며 생계를 꾸렸고 다치면 먼저 병원비 걱정을 해야 했으며, 다시 생활을 위해서 마트 계산원으로 일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저금리 시대, 열심히 일해도 직장에서 쫓겨나면 은행 이자로 연금 혜택을 누리기도 어려운 사람들은 앞날이 어렵고 두렵기만 하다. 그렇지만 누구든 좋은 것을 누릴 자격이 있고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이제 다해는 가상화폐에서 얻은 자산을 든든하게 품어두고 직장인이라는 제자리를 지키며 주말에 회사를 나간다. 주말에 아무도 없는 회사는 원룸보다 쾌적하다. 회사라는 공간이 싫은 건 사무실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사람들 탓이라는 말은 오늘날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을 하며, 아랫사람이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자신의 권위를 세워주지 않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팀장 같은 사람들. 회사를 그만두면 동해 바닷가 어느 커피가게에서 만난 것처럼 어떻게 마주칠지 모르는 것을 그렇게 살았을까. 무기계약직인 지송을 정규직인 직장 동료들이 따돌리는 것은 또 무슨 속내일까. 그렇지만 혼밥을 하면서도 SNS에 올려서 공유하는 우리 현대 직장인들처럼, 우리는 혼자이면서도 사람들 속에서 홀로 살 수가 없다. 결국 다해는 아무도 없는 쾌적한 회사에서 ‘일단은 계속 다니자.”라고 적어둔다.

  글쓴이의 글은 톡톡 튀며 때로는 섬세하고 보통은 자연스럽다. 90년생 30대 바라보는 직장인의 시선은 학자금 대출 알림에 겁먹고, 권위를 내세우는 직장 상사에게 시달리는 흙수저 직장인의 마음을 잘 대변해준다. 좁은 원룸에 살면서 학자금 대출을 걱정하며 월급을 많이 주지 않는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의 현실 모습과 그들의 고민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특히나 2017년부터 이어온 코인 열풍에 잘 스며든 '우리 같은 애들'의 이야기가 때로는 서글프면서도 가끔은 익살스럽게 이어지면서 섬세한 묘사로 소설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소설 속 다해들처럼 우리 시대 흙수저 직장인들이 설령 돈 많은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포털에 뛰어들지 못했어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직장에서 힘내서 버텨내어 새로운 기회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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