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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원어민은 아니더라도

좋은 발음을 물려주자 싶었다.

by 라마로그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도, 아이와 어릴 때 영어로 대화하는 것도 좋다. 그런데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발음을 따라갈 것으로 여겨졌다. 아무리 영어를 제2국어로 사용하더라도 태어나고 자란 나라의 발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듯이, 내가 발음이 이상하면 우리 아이도 이상한 발음을 탑재하지 않겠는가 라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물론 나중에 디즈니와 같은 애니메이션 쉐도잉을 통해 교정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겠지만, 이왕이면 어릴 때부터 영어를 위한 입술과 혀의 근육을 만들어두면 좋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미국에서 회사생활하면서 느낀 점 중에 하나가, 말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나 발음이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것. 요새는 세계 공용어로 딱히 차별점을 두지는 않지만, 회사생활을 하는 데 있어 빠르게 승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도 고급지게(발표에 있어 인성 + 유창함 + 발음의 조화) 잘한다. 40대에 임원을 달게 된 동료가 있었는데, 말을 정말 기가 막히게 잘했다. (물론 그것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러한 이유로, 남은 7개월의 시간 동안 발음 교정을 하나의 목표로 잡았다.


그렇다면 발음 평가는 어떻게 할까?


아래는 Boldvoice라는 어플의 홍보용 페이지인데, 회사 지인분께서 한번 테스트해 보라며 보여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혀를 굴리고 억양을 작위적으로 "이상하게" 만들어도 결과는 같았다.

https://start.boldvoice.com/accent-oracle

테스트를 정말 100번은 넘게 해 봐도 Korean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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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5% 의 확률로 Chinese 또는 Japanese 가 나오고, 1% 정도는 Turkish 가 나오긴 했다.

그래서 설마 폰 사용자 정보를 읽어서 그냥 Korean을 찍는 건가 싶어, 회사 미국인 엔지니어(어릴 때부터 텍사스에서 나고 자란)에게 부탁하고 한 번만 테스트를 봐달라고 했다. 결과는 100% English.


참고로 여기 나온 스크립트를 구글 번역기에 타이핑해서 넣고, 아래와 같이 스피커 버튼을 통해 읽혀줘도 92~95% 의 확률로 English 가 나온다. 즉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테스트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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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단어나 발음에서 특정 국가의 특징이나 억양이 보이면 해당 국가의 억양으로 판별하고, 별 특징이 없으면 English로 분류한다던가 하는),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BoldVoice 앱을 깔아 테스트를 진행했다.

Screenshot_20250228_090415_BoldVoice.jpg

결과는 나쁘지 않았으나 모음 쪽 발음이 부족한 것으로 나왔다.

유료결제 전에 7일 동안 무료로 trial 할 수 있는 기간이 있어, 7일 안에 승부를 보는 것으로 하였다.

모음은 항상 헷갈려서 그냥 입술모양으로 대충 때우고 넘어가는 경향이 있었는데, 내 아이에게 가르치려고 하니 제대로 배워둬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마침 지독한 독감에 걸려서, 개인연차를 쓰고 7일 동안 집에 누워 있었다. 마침 할 것이 없기도 했거니와, 나름 자부심 있던 영어가 결국 Konglish였다는 점이 자존심 상해서 하루에 1~2시간씩 발음연습을 했다.


결과는? 여전히 Korean.


정말 1년짜리 유료결제 ($149/Year)를 할까 고민하다가, 어떻게든 무료로 교정을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구독취소를 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30% 할인기회를 준다고 $99/Year를 제안하는 게 아니겠는가??


그래서 결국 1년에 99달러짜리 발음교정어플 구독을 신청하고 말았다.

글을 마무리하고 있는 지금(3/17일)은 꾸준히 발음교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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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엔간해서는 상술에 안 넘어가는 편인데, 나중 아이를 생각해서 발음교정을 빠르게 끝내야겠다는 생각으로 큰맘 먹고 결제했다. 커리어에 도움도 될 것이기에 단호하게 투자를 결심했다. 게다가 50$ 깎아준다는데(상술이지만!)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이제 3주 차로 넘어가는데, 3주 동안 사용해 본 후기는?


생각보다 괜찮다.


나름 잘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모음 관련해서는 모르는 게 많았더라.

스무 살 때 어학원에서 선생님이 모음도 가르쳐주긴 했었지만, 아무래도 단체수업이다 보니 질문을 계속하기도 어렵고, 집에 가면 금방 잊어버리지 않았겠는가.

근데 이 어플은 내가 만족할 때까지 2~3분 남짓한 강의를 원없이 돌려보고, 단어를 따라읽어가며 어떻게 틀렸는지를 교정하다 보니 슬슬 들리지 않던 발음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예전에 학원에서 p 랑 f 발음을 한참 배우기 시작했을 때, 프렌즈에서 p랑 f 발음이 명확히 차이 나게 들렸던 그때의 경험을 다시 하고 있다. 이제는 넷플릭스 미드를 보며 배우들의 입모양과 발음등에 집중하며, 원어민들이 모음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명확히 인식하기 시작했다.


절대 광고 아니고, 다른 발음어플은 사용해보지 못했다.


그리고 확실히 효과를 보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Boldvoice 사이트에서는 여전히 90% 확률로 Korean으로 뜨지만, 가끔씩 다른 나라로도 뜨는 걸 보면 뭔가 발음상에 변화가 있는 듯하다. (근데 English는 진짜 안 나오더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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