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나'는 누구일까.

by CAPRICORN



'나'를 찾아서

어렸을 때부터 나는 질문이 많았다. 온갖 잡다한 질문들을 많이 했고 부모님은 나에게 철학과를 가는 것을 추천하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나의 질문에 대해 '그냥 하면 돼.', '글쎄.', '그냥 외워.'와 같은 심드렁한 반응일 뿐이었다. 그런 과정들 속에서 나는 질문을 입 밖으로 하기보다는 '내 속'에서 끝내는 것이 낫다는 것을 깨달았다. 질문을 내 속으로만 했을 때 사람들은 나를 조금 평범한 아이로 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대학교 4학년이 되었다. 나는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많은 취업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보니 많은 컨설턴트와 취업한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할 기회가 주어졌다. 나는 그들에게 물었다.

"저와 잘 맞고 제가 좋아할 만한 곳에 지원하고 싶은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내가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찾을지 방법을 알려줄 줄 알았던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그들은 코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게 뭐가 중요해요."
"내가 좋아하는 거는 다 필요 없어요. 회사가 나를 받아줄까 가 중요하죠."

처음 대답을 접했을 때는 너무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많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과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 역시 어느 정도 세상과 타협하며 산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수능점수 맞춰 대학교에 입학했듯이 나의 스펙에 맞춰 회사에 입사했다. 입사 후 보수적인 회사라는 집단에서 나는 '나 다움'을 꽤 버리고, '회사원 다움'을 장착했다. 사는 옷들도 대부분 무채색 계통의 옷들이었으며 특히 '왜'라는 질문보다 '그냥 시키는 일이나 하는' 순응성과 고분고분함을 원하는 회사 분위기에 나를 맞춰가고 있었다. 입사와 동시에 나는 '회사에서의 나와 현실의 나 사이의 괴리감' 속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놀면 뭐하니'에 나오는 유재석의 '유두래곤'처럼. 입사 후 나는 끊임없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회사의 '나'와는 다른 '부캐'를 찾고 있다. 글쓰기, 꽃꽂이, 비누 만들기, 떡 만들기, 그림 그리기, 독서하기, 플루트 배우기, 기타 치기 등등.. 여러 '사'교육(?)들을 전전하며 많은 것들을 시도해왔고 현재도 시도 중이다. 그중에 하나가 '독립 서적 출판'이었고, 얼마 전에 그 작은 소망 하나도 이루어서 12개의 독립서점에 책을 입고하기도 했다. 물론, 책의 판매는 깜깜무소식이지만. 그러나 여전히 나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과 무엇이 나다운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러던 중 나는 '체 게바라'라는 인물을 접했다. 나는 사회주의 혁명가로만, 티셔츠의 얼굴로만 알던 그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역사적 인물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나라는 중심'을 찾고 싶은 나에게 그의 일생은 작은 울림을 가져다주었다. 아르헨티나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의대를 졸업한 그가 쿠바로 가서 혁명을 이끌었던 그 과정,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현실과 타협했을 때 그는 끝까지 본인의 '이상'을 실현시키고자 노력하는 그 모습은 정말 '위인'이라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은 그는 구부러지기보다는 부서지기를 택했고 결국 그는 마흔 살에 사살되었다. 타인의 시선에 굴하지 않았고 많은 실패와 역경, 고난이 있었지만 그는 꿋꿋하게 그의 중심을 쫓았다. 나는 그의 그런 고고한 소나무 같은 모습이 존경스러웠고 부러웠다.

언젠간 나도, 저런 고고한 '나다움'을 찾을 수 있을까. 세상과 타협하지 않은 '나다움'은 어딨을까. 계속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끊임없이 나에 대해 질문하고 고민하는 모습이야말로 내가 나다워질 수 있는 과정이며 또 이 자체가 나 다움이 아닐까. 나는 계속 흔들려왔다.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이 맞을까.', '내가 과연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누구일까.' 이 모든 질문은 모두 나를 향해있다. 내가 나를 의심하고 있는 과정 속에 그리고 그 의심이 의심을 낳는 이 과정이 곧 이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나다움'이 아닐까. 아마 나는 계속 고민할 것이다. 나에 대해서. 그리고 '나'를 나답게 해 주었던 것은 바로 '나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일 것이다. 내가 회사에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내 생각과는 조금 다른 행동을 취한다고 해도 내가 나에 대해서 끊임없는 질문을 한다면, 내가 여전히 나다울 것이고 나 다움을 잊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 '질문'과 '고민'들이 먼 미래의 ''에도 계속되기를 기도하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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