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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PRICORN Dec 15. 2021

지구의 주인은 누구인가 -1

주인이 있긴 한가.

예로부터 "질병"은 인간의 잘못에 대한 신의 정벌이라는 초자연적 현상으로 이해되었다. 과거 초자연적 현상이 만연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신을 부르짖었다. 그랬기 때문에, 흑사병이 유럽에 만연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신의 형벌에서 벗어나기 위해 작은 예배당에 빽빽하게 모여 본인의 신실함을 신께 고했고, 이들을 돌보던 성직자들과 함께 오히려 신의 형벌을 받게 됐다. 하지만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주었다. 의학적 지식이 없던 인간들은 그럼에도 살아남았고 그 이후 몇 유명한 감염병들이 인간세상을 뒤덮었지만 인간들은 그 수가 많이 줄었지만 아직까지도 지구에서 매우 우세하게 그 위력을 떨치고 있다.  


그렇게 2021년이 되었다. 2019년 세계를 덮은 전염병이 있다. 중국의 우한에서 시작한 전염병은 꽤 오랜 기간 인간들을 괴롭혔다. 많은 사람들은 피해를 입었지만, 발달한 의료기술과 상식 덕분에 그래도 사람들은 꿋꿋하게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렸고 전염병이 조금 소강상태에 이르는 듯했다. 그 과정에서, 중국의 한 연구소에서 mRNA백신을 연구했고, 최소한으로 간소화한 임상시험을 통과해서 백신을 대량생산을 하던 중,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되었다. 연구소에서는 다량의 백신을 폐기해야 했다. 까다로운 폐기의 과정을 거쳐야 했으나 이 연구소에서는 백신 연구 및 부작용에 관련한 모든 사실을 은폐해야 했고, 이 대량으로 생산됐던 불량 백신들은 어느 바다에 모두 던져졌다.





문어들은 매우 지능이 똑똑한 생물이다. 동물학자에 따르면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이 싸움을 한다면 척추동물의 지휘자는 인간이, 그리고 무척추동물의 지휘자는 문어라고 할 정도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수명은 5년 안팎으로 매우 짧다. 그들의 짧은 수명으로는 인간을 대적하기엔 매우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불량 백신들이 바다로 모두 불법 폐기됐을 때 하필 그곳은 문어의 서식지였다. 불행히도 문어의 호기심은 무척이나 높았다. 다량의 백신들은 꼭 그들이 즐겨하던 갑각류와 비슷한 듯 보였다. 이를 착각한 많은 문어들은 그들의 강한 빨판으로 백신의 몸통을 휘감았고 그들의 단단한 이빨로 그 백신을 탐했다.


백신은 문어의 단백질 변형을 가져왔다. 그것들은 문어의 수명을 비약적으로 늘렸다. 그리고 수명이 늘어난 만큼 그들의 지능 역시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은 지구의 우세 종인 인간에게는 불행의 씨앗이었다.


"문어"는 애초에 감정과 성격을 지닌 동물이다. 기존에 3년, 5년으로 그들의 삶이 마감했을 때는 그들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들이 자라고, 먹고, 종족을 번식시키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연장됐다. 시간이 많아진 그들은 "잉여"시간이 생겼다. 모성애를 지닌 그들은 아이를 기르고 그들이 성장하고 가족을 구성했고 그 가족끼리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남다른 결속력이 생겼다. 문어 사회에서 최초 군락지가 형성된 곳은 바로 동해의 어느 한 심해였다.


변형된 DNA를 지닌 문어들은 자신들의 군락을 공격이 당하면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렇게 군락이 생기던 시점을 즈음으로 동해의 어선들이 전복되는 뉴스가 많이 나오곤 했는데, 그 어선들의 공통점은 문어 어업을 주로 하는 어선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문어들은 배의 전복사고를 매우 은밀하게 해냈고, 동시에 인간의 자만은 하늘을 찔렀기 때문에 문어를 의심할 일은 전혀 없었다. 그렇게 인간들의 뉴스에는 "인재사고"가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지구의 온난화 문제는 심각했다. 문어는 서식지의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그들은 변화에 빠른 동물이었다. 하지만 그들 살았지만 그들의 먹잇감이 점점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고 그들의 주변 생물들도 역시 빠르게 멸종되고 있었다. 그들은 심해에서 점점 연안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소규모 군락이었던 그들은 작은 왕국 정도는 될 정도로 그 규모가 커졌으며 그들의 결속력은 남달랐다. 강력한 외부의 적, "인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들은 이 위기의 제공자가 인간임을 알았고 그들을 대적할 힘을 내부에서 조금씩 키우고 있었다. 그들은 그들의 몸을 지킬 독을 지니고 있었고 내륙에서 호흡할 수 있도록 훈련했다. 그들은 심해에서 연안, 그리고 내륙으로 조금씩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간들이 방심한 바로 그 순간을 노리고 있었다.



2042년, 어느 유튜버가 업로드한 "두발로 걷는 문어"는 세간에 화제였다. 동해에서 영상 촬영 중 실수로 흘린 고프로에 훈련 중이던 문어의 모습이 찍힌 것이다. 하지만 그 유튜버는 주작질이라는 비난을 피해 갈 수 없었다. 문어가 어떻게 두발로 걸을 수가 있겠어. 사람들은 흥미는 불처럼 달아올랐다가 확 식었다. 세상은 점점 개인화됐고, 자극적인 뉴스가 너무 많아서 두발로 걷는 문어 영상의 인기는 잠깐이었다.


그러나 몇 학자들은 이들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그리고 최근 문어 포획량이 줄어든 점, 문어 어선들의 잦은 전복과 같은 연결고리를 삼아 문어의 지능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리고 이들이 걷는 모습은 한차례의 진화의 과정과 그 궤가 비슷함을 꼬집으며 "문어 진화설"을 제기했다.  그러나 모든 것은 금방 묻혔다. 문어의 포획량이 서서히 줄면서 가격이 폭등했지만, 아쉽게도 사람들이 점차 문어 음식을 찾지 않는 쪽으로 변해가면서 문어는 비인기종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으며 은닉하는 삶을 추구했던 문어들의 전략이 통했던 것이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 두발로 걷는 문어조차 희미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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