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뿜어져 나오는 장르물 : 회귀, 빙의, 환생물
1. 장르물과 이용자 충족이론
웹 소설, 웹툰들이 엄청난 상승세이며 그 상승세의 원인으로는 팬데믹이 있었다. 언택트의 기조 아래 이용자들은 사이버 세계로 집결했다. 그런 가운데 웹 소설, 웹툰 시장의 성장률이 가파르게 우상향을 할 수 있었다. 성장세에 힘입어 관련 플랫폼들이 성장하면서 콘텐츠의 소비는 더욱 빠르게 이루어졌다. 그 실례로 2022년 한국 콘텐츠 진흥원의 조사에서 웹 소설 시장은 지난해 6000억대 규모로 성장했는데 이는 2013년 100억대 규모에 비하면 60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그 시장의 규모와 양이 커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웹 소설, 웹툰 관련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콘텐츠 IP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더불어 웹툰, 웹소설을 이용하여 다양한 장르 확장과 부가적인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미디어믹스 전략이 성행하고 있다. 미디어 믹스는 과거에는 OSMU라고 불리었으며 미디어 프랜차이즈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이는 특정 지적재산권을 소설, 만화, 영화, 게임 등으로 재 출시하는 것을 일컫는 고부가 가치를 창출해 내는 비즈니스 구조이다. 특히 웹 소설과 같은 웹 콘텐츠를 활용한 디지털 콘텐츠들은 그 활용도가 높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킬러 콘텐츠로서 톱 10을 차지하는 작품의 대부분의 장르가 회귀, 빙의, 혹은 환생물이다. 웹 소설, 웹툰 플랫폼에는 엄청나게 많은 콘텐츠들이 올라오고 있으나 압도적인 수치로 인기를 얻고 있는 장르물 경향이 한 갈래로 좁혀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이용자 클릭의 힘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근거로 이용자 충족 이론을 들 수 있다. 이 이론은 수동적인 사용자가 아닌 능동적 수용자의 역할에 중점을 두고 전개된 이론이다. 과거 ‘매스미디어’가 사람들에게 무엇을 하느냐라는 기존의 입장에서 탈피해 이용자들이 매스미디어를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는 수용자의 입장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즉 미디어 이용은 수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이용자 개개인의 동기를 기반으로 한 적극적인 선택의 일환으로 이루어진다는 주장이 이 이론의 핵심이다. 이용자 충족이론에 따르면 미디어 소비행위는 목표 지향적이고 의도적이다. 두 번째로 미디어가 제공하는 내용의 선택은 수용자가 주도한다. 세 번째로 수용자의 다양한 사회적 변인이 미디어 이용과정에 개입하게 된다. 이러한 내용은 웹툰, 웹 소설 속 댓글들과 클릭에 따라 순위가 바뀌고 그것이 수익과 직결되는 웹툰 및 웹 소설 플랫폼의 생태계를 이해하는데 이용자 충족이론이 매우 유용해 보인다. 그러므로 이용자 충족이론의 이론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회빙환’ 장르가 왜 유행인지를 살펴볼 것이다. 사회의 숨겨진 어떤 모습이 이런 장르물을 유행하게 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2. [회빙환] 장르 속 내러티브
내러티브는 스토리를 넘어선 인간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내러티브를 바탕으로 인간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 많은 이용자들이 주인공이 역경을 극복해 성공하는 스토리를 선호하며 이는 독자들의 안전의 욕구를 채워주며 동시에 그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안겨준다. 현재 유행하는 장르 대부분이 그렇다. 한번 ‘실패’를 겪은 주인공들이 다시 회귀하여 과거의 지식, 혹은 읽었던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눈앞의 적이나 방해물을 매우 빠르고 신속하게 해결해 나간다. 그리고 많은 독자들은 이러한 매우 비슷한 내러티브들을 통해 그들의 불안감을 감소시키고 있다.
이런 장르들이 유행하는 이유는 바로 제작자와 이용자 간의 커뮤니케이션 속 결과라고 볼 수 있으며 [회빙환] 장르물은 상호 커뮤니케이션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상호작용 결과로 나타난 웹툰의 회빙환 장르의 내러티브는 과거에 실패했던 갈등을 처음에 드러내고 그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조금 과격한 ‘죽음’을 제시한다. 카카오페이지 창작물 랭킹 중 50%가 회귀물이다. 이 장르에서는 사회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을 잠식시키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죽음’이나 ‘환생’이라는 장치를 작동시킴으로써 독자들에게 성공의 지름길을 제공한다. 그리고 죽음을 통해 주인공은 조금 다른 환경에서 그리고 높아진 계급을 통해 남들보다 더 많은 지식을 바탕으로 문제를 빠르게 종식시킨다.
이런 현상은 현재 유행하고 있는 다른 웹소설에서도 그 양상을 볼 수 있는데 작년에 드라마로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던 <재벌집 막내아들> 역시 주인공이 순양 기업에 이용되어 버려졌던 인물이 그 기업의 막내아들로 회귀하면서(혹은 빙의) 벌어지는 일을 보여준다. 소위 흙수저였던 주인공이 금수저로 탈피하며 과거의 장애물을 모두 없애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환호를 얻었다. 또한 현재 2부 연재 하루 만에 매출 4억 원을 찍은 화산귀환이라는 웹툰 역시 웹소설의 인기에서 파생된 미디어믹스의 결과물 중 하나이다. 과거 절대 고수였던 화산파 주인공 청명은 마교로부터 무림을 지키다가 사망하고 100년 뒤 거지의 몸으로 ‘빙의’한다. 빙의 후 자신의 문파인 화산이 망한 현실에 개탄하며 문파를 되살리기 위해 과거 자신의 지식을 십분 활용하여 화산을 끌어올리는데 힘을 쏟는 전형적인 회빙환 장르물 중 하나이다.
요즘 사람들은 ‘스포’를 즐기고 쏟아지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요약’ 본을 즐겨 본다. 그리고 ‘회빙환’ 장르 역시 현재 삶의 역경을 해결해 나가는 아주 빠른 방법으로 ‘리셋’을 부르짖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의 시작은 대부분 1-2화에서 주인공이 죽으면서 시작한다. 그 예로 재벌집 막내아들의 송중기 역시 1화에서 죽임을 당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또한 회귀 혹은 빙의 한 송중기가 과거로 돌아가서 분당 땅을 사고 큰 부를 단시간에 축적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독자들은 회빙환 콘텐츠 속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고 복수를 하는 일명 ‘사이다’ 장면에 공감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런 비슷한 종류와 주제를 가진 웹 소설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인가.
3. 독자와 작가 간 커뮤니케이션의 산물
모바일 플랫폼 속에서 이용자와 제작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댓글’이나 ‘좋아요’를 통해서 매우 원활해졌다. 이런 플랫폼 안에서 이용자의 반응이 매우 즉각적이기 때문에 작가들은 독자의 의견을 적극 수용할 수 있으며 플랫폼 역시 비슷한 장르물을 적극 유치하여 매출 증대를 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용자들의 트래픽 데이터는 인기 있는 장르물을 유치시키고 맞춤 타겟팅이나 큐레이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플랫폼에 록인 할 수 있게 만드는 소스를 제공한다. 이런 결과로 이용자 맞춤형 콘텐츠 제작과 수급이 쏟아지게 되었고 이는 제작자 간 이용자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의 결과가 회빙환 장르의 흥행을 가져오게 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플랫폼 안에서 연재되는 콘텐츠 역시 독자들의 요구에 따라 형식이 점차 플랫폼화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웹툰도 그런데, 플랫폼 안에서 이용자의 편의를 용이하게 반영하기 위해 과거 가로형식을 세로형식인 스크롤 포맷으로 변화된 것이 그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일 것이다. 플랫폼에 맞게 변화된 형식의 웹툰, 웹소설들의 마지막은 작가의 말과 댓글로 구성된다. 독자들은 댓글을 통해 자유롭게 소통하며 작가에게 불만이나 후기를 적기도 하고 별점을 통해 그들의 감상을 전달한다. 이러한 평점과 조회수에 따라 플랫폼 안에서 웹툰, 웹소설의 지위는 변화되고 이는 작가의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독자들의 의견 수용 및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중요해졌다. 무조건적인 수용도 안될 말이지만 불통 역시 이용자들을 뒤돌게 만든다. 그리고 이것은 창작자의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다.
또한 플랫폼 안에서의 높은 지위는 팬덤 문화로 연결된다. [악녀의 문구점에 오지 마세요!]라는 로맨스 판타지 빙의물 웹툰의 팝업스토어가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지난 12월 7일 열렸다. 또한 앞선 5월, 더현대서울에서는 ‘데뷔 못하면 죽는 병 걸림’이라는 회빙환 장르물의 팝업스토어가 열렸고 1만 5천 명이 방문하는 등 매우 성행이다. 이를 통해 장르물 콘텐츠의 팬덤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작가와 독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의 결과가 현재 회빙환 장르물이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업적인 이유 때문이라도 작가는 독자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자신의 ‘최애’를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독자도 작가에게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등 웹 소설, 웹툰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4. 웹 소설이 갖는 사회적 의미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런 장르를 좋아할까.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헬조선’과 같이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들, 이는 특히 젊은 사람들이 사회를 보는 태도라고 볼 수 있다. 웹툰과 웹소설들의 주 소비층이 젊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이런 콘텐츠들이 그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비관적인 현실로부터 파생된 ‘불안’이라는 감정을 해소하는 장치로서 장르물이 작용할 수 있다. 보통 소설이나 웹툰 속 주인공들이 빙의하는 인물들은 귀족이나 지배계층 혹은 재벌들이다. 이는 현실에서 좌절된 신분상승의 꿈을 소망하는 사람들의 욕망의 재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현시대의 만연한 후회, 좌절, 상실과 같은 감정들을 배출하기 위한 창구로 ‘회빙환’ 장르물들이 소비되고 있으며 그 속의 주인공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꾀하는 것이 현시대의 젊은 이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특히 이 장르물들의 대부분 플롯이 원래는 주변인이었던 인물 악역이었던 영애, 부잣집의 막내아들처럼 주변인이었던 인물로 태어나지만 그들의 운명을 180도 바꾸면서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이는 현 주변인의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주인공으로서의 삶을 영위하며 삶의 중심부로 가기를 소망하지만 그것이 쉽지만은 않은 현시대의 젊은이들의 좌절을 투영한 것이지 않을까.
트렌드 코리아 2024 책에는 ‘육각형 인간’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육각형인간은 외모, 학력, 자산, 직업, 집안, 성격, 특기 등 모든 측면에서 완벽한 사람을 의미한다. 요즘 사람들은 모든 측면에서 약점 없는 사람들을 선망한다. 책에서는 그 이유를 우리 사회의 계층 사다리가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점점 현실에서는 신분 이동이 어려워지고 노력의 가치가 흔들리면서 타고난 것을 성공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이 책에서 역시 플랫폼 속 인기 콘텐츠 속 대부분이 ‘고생의 과정’이 축약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음을 주목한다. 그리고 웹 소설, 웹툰은 주요 타겟층인 MZ세대들의 욕망과 심리 상태를 반영했고 그들의 욕망을 치유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회빙환 장르물은 많은 사람들의 니즈를 반영한 소통의 산물로서 큰 의미가 있다.
많은 서사물, 장르물에는 현시대의 모습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특히 상호 간 소통이 가능한 온라인 플랫폼 안에서는 시대적 흐름의 반영이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의 수용도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벌써 몇 년째 회빙환 장르에 독자들이 열광한다는 것은 독자의 채워지지 않는 욕구가 지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독자의 욕구와 욕망을 반영하고 이용자의 공감을 끌어내는 이런 장르물의 인기가 커뮤니케이션의 결과물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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