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공기가 코끝을 때리는 계절의 교차로 속, 어스름하게 동이 터 오를 무렵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출근길은 다급했고, 나는 분주한 발걸음을 재촉하면서도 항상 그랬듯 뒤쪽을 돌아보았다. 서쪽으로 출근하는 나는 항상 동쪽 하늘을 잠깐 뒤돌아 쳐다보는 것이 루틴이다. 그곳엔 막 떠오르기 시작한 해가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보라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진 새벽하늘은 마치 석양을 닮아 있었고, 그 아름다움에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던 중, 내 귀에 서쪽에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가 급히 다가왔다. 긴박하게 울리는 구급차의 빨간 불빛이 점점 더 선명해지며 거리를 가로질렀고, 그 순간 도로 위엔 긴급함이 가득 찬 듯했다. 동시에, 내 뒤쪽 스튜디오에서 들려오는 가냘프지만 찢어질 듯한 바이올린 선율이 들렸다. 그 소리는 새벽의 적막을 뚫고 나오며, 섬세하면서도 어딘가 절박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
그 찰나, 나는 출근길의 소음과 바이올린의 선율, 타오르는 하늘이 하나로 엉켜 있는 순간을 마주했다. 짧았지만 강렬한 그 순간은, 마치 삶 속에서 얽혀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잠시 모습을 드러낸 것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