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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을지 Apr 13. 2020

코로나 덕분에 알게 된 ㅅㅊㅈ의 마케팅 능력

최근 브런치로부터 명예훼손에 관한 게시글 임시 삭제처분을 받았다.

아 엄연히 따지면 브런치가 아니라 세간의 주목이 되고 있는 ㅅㅊㅈ교회로부터 신고를 당해 발생한 일이었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충분히 그럴수도 있을 것 같아 브런치에 별다른 복구요청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예쁘게 작성해보려고 한다.



상경하기 전에 나 또한 ㅅㅊ지 모임에 잠깐 들어간 적이 있다.  이름도 생생히 기억한다.

‘유태인의 성공하는 습관’ ㅎ.. 물론 최초 형태는 자기 계발 모임이었기에 의심은 1도 없었고, 첫 모임 땐 너무나 좋았다. 주 1회 모임이었는데 3주 차부터 뭔가 이상한 낌새를 감지했고, 그때부터 나의 집요한 질문은 시작됐지만 그 당시 다른 사람들은 그런 나를 부정적인 사람으로 쳐다봤다. 4주 차 모임이 끝나고 확신이 생겨 연사를 근처 카페로 따로 불러내어 추궁과 함께 반협박을 강행했고 다행히 적당한 선에서 협의를 본 뒤 그 모임은 한 달 만에 없어졌다. (뭐..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이랑 다른 곳에서 계속했을지도)

그냥 나 혼자 그 모임에 빠져나오면 그만인 것을.. 굳이 그렇게까지 한건 처음부터 모임에 함께한 친구 녀석 한 마리가 이미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서... 다행히 절교 직전, 모임이 공중분해되고 나서야 상황이 종료됐다.



시간이 꽤 오래 지난 지금, 그들의 마케팅 능력이 새삼 대단하다 못해 배우고 싶은 부분이 많아 순수 마케팅 능력만 고려해 본 내 견해를 작성해본다. 모든 내용의 첫 시작은 이런 질문에서부터 출발했다.

그들은 어떻게 그런 엄청난 양의 모객과 충성고객 유지가 가능했을까?

직업병에 대입해본 결과, 이미 오래전부터 그냥 마케팅을 ㅈㄹ 잘하는 집단이었다는 결론에 다다렀다.

이해하기 쉽게끔 정리를 해보자면 대충 이렇다.



1. 확산이 빠르고 강력한 피라미드 형 고객 유입 방식

주변에 전도를 하면 할수록 점수가 올라가고 그러면 최종적으로 구원받을 수 있는 144,000명 안에 들아간다. 드롭박스와 에어비앤비에서 사용한 추천인 코드 방식을 차용해 일정 리워드를 제공하고, 따라서 별도 마케팅 비용을 쓰지 않아도 오가닉 유입과 자연 바이럴 및 추천 시스템을 통한 확산 방식을 이미 쓰고 있었다.


2. 치밀한 고객 분석과 맞춤형 고객 유입 방식

오프라인 시장에서 전무후무한 개인화 타기팅 방식을 이미 활용하고 있다. 주변 모니터링 요원을 배치하는 침투 마케팅과 타깃에 대한 사전 분석을 밀도 있게 진행하여 그들의 니즈와 원츠를 파악했다. 그것도 아주 오래전부터.


3. 0원에 가까운 유입 비용. 미친 수익률

보통은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다. ㅅㅊ지는 돈이 목적이 아니라 스스로 구원받기 위한 목적이라 사명감에 가깝고, 때론 일부 희생/봉사를 응당 감수해야 하는 성격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지출 대비 얻는 수익을 가늠한다면 미친 ROAS가 나올 것이다. 주로 광고대행사에서 좋아하는 수치이며 이런 고객은 업어서라도 데려가고 싶어한다.


4. 높은 유입 품질에 따른 높은 전환율

고관여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개인화 타기팅 기반이기 때문에 전환율이 높고, 곳곳에 숨어있는 어뷰저(교인)들이 알아서 추천과 댓글 작업과 같은 어시스트가 난무하니 눈떠보면 어느새 가입 완료..


5. 정성적, 정량적 그로스 해킹의 끝판왕

상담, 취업 멘토링, 스터디, 독서모임, 연애 등 끊임없는 소재 연구를 통해 소구점을 들이밀어 AB테스트를 하고 최적의 조합을 찾아낸 다음 가장 이상적인 접근 방식을 랜딩페이지로 뙇~

눈떠보면 어느새 가입 완료. 예상컨데 트래픽 품질 또한 굉장히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6. 이탈 고객 대상 소름 돋는 리타겟팅

행여라도 발 담갔다가 빼는 순간 시공간을 초월하여 끝까지 추적하는 미친 리타겟팅. 더 소름 돋는 건 머신러닝이 기반이 아닌 순수 사람이 뛰는 러닝머신 기반이라는 점. 당신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광고는 포맷하거나 쿠키 삭제하면 없어지기라도 하지.. 이건 뭐 그냥 둘 중 하난 끝장 봐야 끝나는 초강력 타기팅 시스템


7 베일에 가려진 객단가

가입비가 따로 드는 것도 아니고, 보통 헌금을 내겠지만 사람마다 다를 테니 객단가는 나도 모름. 패스.


8. 이커머스에도 나오기 힘든 압도적 재구매율

1)수익 = 정기적 헌금, 1)추가 수익= 전도 할당량을 채우지 못할 시 벌금 부과.

일종의 구독 모델과 비슷한 편인데 일정 등급을 유지하려면 위 두가지 과제 수행이 잘 이뤄져야 한다. 더 대단한 사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구매율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뭐 당연하겠지.. 탈퇴가 불가능한 서비스라고 봐야 하니까..) 


9. 데이터 드리븐을 통한 고객 생애가치 산출

사실 한 명의 전도를 위해 상당한 리소스와 고객 획득비용이 들어가는 셈인데.. 참 세상 쓸데없는 걱정이다. 교인 1명을 전도하는데 발생하는 고객 획득비용보다 그들이 탈퇴전까지 교회에 기여하는 총금액으로 볼 때 고객 생애가치는 실로 어머 무시하다는 걸 수치화된 통계로 이미 알고 있다.

최저의 CAC로 최고의 CLV를 실현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퍼포먼스 마케터라면 누구나 동경할 만한 가슴 벅찬 액션이 아닐까. 그야말로 디지털 마케팅의 정점이라고 볼 수있다.


10. 고관여 서비스의 정점

보통 라식수술처럼 재구매가 불가능하거나, 냉장고처럼 재구매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 희소가치 때문에 한번 팔 때 비싼 비용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ㅅㅊ지라는 신박한 아이템은 비싼 비용을 받으면서 재구매율이 말도 안 되게 높고 그 주기 또한 짧으니 그야말로 고관여 서비스의 롤모델이라 할 수 있겠다.


11. 매출 공식 생태계 파괴

매출= 유입수x전환(결제)율x객단가

매출은 위 3가지 요소만 잘 챙겨도 상당 부분 개선된다. 그런데 보통은 유입량이 늘어나면 관련성 낮은 곳에서 들어오는 비중 역시 많아지기 때문에 결제율은 상대적으로 낮아지기 십상이고, 객단가 역시 극단적으로 5만 원짜리를 10만 원에 팔면 결제율이 낮아진다. 이처럼 이들은 상충되는 성격을 가지며 그래서 무엇보다 밸런스와 수순이 중요한데 ㅅㅊ지 요 아이템은 뭐.. 3가지다 동시에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 

와 씨.. 진짜 좋겠다. 부럽다. 배아프다.



그렇다면 이게 일반 비즈니스에서도 가능한 모델일까.


개인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이게 가능하려면 본질적으로 ‘유입 비용’ 대비 ‘유입 가치’가 무지막지하게 높아야 하는데 신천지의 경우 가치에 해당하는 부분을 단순 돈으로만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들이 원하는 건 비즈니스 이익이 아닌 영생이며, 맹목적인 믿음과 병약한 심신에서 비롯된 세뇌에서 기인한다는 점이 일반 비즈니스와 결정적 차이를 빚어낸다. 하지만 어떤 논리든 뒤엎을만큼 강력한 촉매제를 써서 대중들에게 설파하고 설득을 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 칭찬받아 마땅하다.


마케터들이여, 반성하자. 

우린 아직 멀었다.




3줄 요약

- 역시 사업은 아이템 선정 중요함.

- 마케팅은 ㅅㅊㅈ 처럼.

- 마케팅 교육은 아이보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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